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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갈매기가 반기는 독도행 배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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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갈매기가 반기는 독도행 배편
  • 유단희
  • 승인 2019.04.0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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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단희의 독도 일기] <6>독도에 내딛은 첫발
독도에 첫 발을 내딛는 날 날 처음 반겨주었던 것은 괭이갈매기였다.

#.부대 내 구타사고
8월 13일 | 풍향 남-남서 | 풍속 9~13m/s | 파고 1.5~2.5m | 천기 구름 많음

오늘 울릉도에 근무하기 싫다는 신임 대원이 고참들에게 구타당하고 결국 타 부대로 전출되는 일이 벌어졌다. 나의 임무 수행에도 흠집이 생긴 것이다.

나의 임무 중 하나는 독도를 지키는 대원들을 잘 지켜주는 것인데, 내가 대원들을 지켜주지 못하면 독도는 과연 누가 지킨다는 말인가. 취임 후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생긴 첫 번째 시련이 너무 충격적이다. 더욱 신경을 써서 나의 임무를 되새기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야겠다.

계급사회에서는 위로 갈수록 눈과 귀가 멀고 그것을 막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소통을 중시해왔다.

부하가 상사를 이해하는 데는 3일 걸리고, 상사가 부하를 이해하는 데는 3년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대원들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겠다. 심성 교육을 강화하고 소통의 관계를 정립해야겠다.

‘일어탁수(一魚濁水)’라는 말이 있다. 한 마리 물고기가 물을 흐리게 한다는 뜻으로, 한 사람의 잘못된 행동이 집단 전체나 여러 사람에게 나쁜 영향을 미침을 비유하는 말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방죽을 흐려 놓는다”는 말도 같은 의미의 속담이다.

그러나 미꾸라지가 보여준 것은 겉보기에 고요하게 수평을 유지하고 있는 맑은 방죽 물이 그 안에 얼마나 많은 더러움을 은폐하고 있는가 하는 본질의 문제였을 것이다.

최근 독도의 고장 난 삭도를 점검했다. 삭도가 없을 때는 접안지에서 경비대까지 모든 보급품과 물건을 사람 손으로 운반했는데, 삭도 설치 이후 물자가 원활히 운반되고 특히 병력 교대 시 2개월 동안 먹을 식음료 운반 시에는 큰 짐을 덜게 되었다.

오늘은 서울에서 <소년조선일보> 기자가 경비대장을 현장 취재하기 위해 왔다. 아이들에게 걸맞은 사진이 필요하다고 해서 근처 등대를 배경으로 사진 모델이 되어 주었다. 홍보와 교육은 소통과 공감을 통해 이루어지며, 든든한 파수꾼 역할을 한다. 언론의 취재나 협조에는 적극 응할 방침이다.

※MBC <기분 좋은 날> 촬영 팀과 아리랑TV 취재팀이 독도에 입도하였다.

#.전・의경 생활문화 개선
8월 16일 | 풍향 남-남서 | 풍속 8~12m/s | 파고 1~2m | 천기 구름 조금

시스템 개선에 있어 시간 생산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시간 생산성은 노동생산성 못지않은 현대사회의 경쟁력이다. 일례로 공공조직의 민원 업무처리 과정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원스톱 체제로 변신에 변신을 더해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전・의경들의 구타 및 가혹행위를 근절하고 어떻게 생활문화를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코칭 스쿨이 충남아산교육원에서 있었다.

2박 3일 교육을 수료하면서 고민이 더욱 많아졌다. 더구나 충무공이 계신 이곳에 오니 마음이 다잡아진다. 지휘관이 부재중이거나 관할에서 벗어나 있을 때에도 지금처럼 통신이 발달한 시대에는 통신 축선상 지장이 없다면 원거리 지휘도 가능하다.

오늘은 군경합동 도서 방어훈련을 하는 날이다. 해군 전대와 경찰서 경비대가 하나가 되어 혼연일체로 훈련을 무사히 마쳤다.

충무공이 지휘하던 시절은 지금과는 사뭇 다르다. 특히 그 당시에는 군령이 엄하여 군기를 위반하는 장병에게는 가차 없이 곤장과 그에 합당한 처벌이 내려졌다. 지금도 잘못을 저지른 직원과 대원에게는 합리적인 공적 제재가 이루어지지만 체형은 상상도 못한다.

그만큼 부대의 목표보다 개인의 인권이 고려되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과연 어떤 시스템이 효율적이고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독도로 가는 배에서 만난 서울시 교장단 일행과 함께.

#.국토 최동단이자 심장부인 독도에 첫발을 내딛다
8월 20일 | 풍향 북동-북 | 풍속 7~11m/s | 파고 0.5~1.5m | 천기 구름 많음

어제는 설렘으로 밤새 잠을 설쳤다.

드디어 대한민국 국토의 최동단이자 심장부인 독도에 첫발을 내딛었다. 한데 독도로 가던 중 배안에서 서울시내 교장단 일행을 만났다. 내가 독도와 울릉도 경비를 책임진 경비대장임을 알아보고 격려와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신다.

독도에 발을 딛고 내가 할 수 있었던 처음은 임무에 충실한 대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안아주는 것이었다. 대원 모두가 새카맣게 그을렸지만 눈은 초롱초롱하고 가슴은 뜨겁다.

순국선열들에게 예를 올린 후 현황보고를 받고 장비와 시설물을 돌아보았다. 경비대원 및 지휘요원들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사가지고 간 피자로 점심을 함께 먹었다. 대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과 위문품은 여느 청년들처럼 피자와 치킨이다.

독도의 괭이갈매기가 우리 일행을 반긴다. 푸른 하늘, 괭이갈매기, 그리고 끝없는 수평선을 알고 있겠지. 울릉 경비대장과 네 명의 독도 경비대장이 독도에 온 이유를 말이다.

우리에게 이성(理性)은 잘못 짝지워진 야생마 두 마리를 전차에 묶고 몰아야 하는 전사와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대해 플라톤은 다음과 같이 썼다.

“만일 더 나은 정신의 요소, 즉 질서와 철학을 이끄는 요소가 강하면 우리는 자신의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어 행복하고 조화롭게 살 수 있다.” 그래서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의 주인정신은 세상에서 더욱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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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유단희 전 총경은 초대 울릉도・독도경비대장이다. 1957년 10월 세종시에서 태어나 연세대에서 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조치원경찰서 정보보안과장, 청주 흥덕경찰서 정보보안과장, 서울 혜화경찰서 경무과장, 성남분당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성남수정경찰서 정보보안과장 등을 역임했으며, 중앙경찰학교 외래교수, 한국장학재단 대학생연합생활관 생활관장을 지냈다.

<독도 일기>는 도서출판 ‘지혜의 나무’가 ‘최동단 울릉 독도 경비대장의 나라사랑 이야기’라는 부제와 함께 2012년 2월 22일 출간했다. 본보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2011~2012년의 기록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있다.

도서출판 '지혜의 나무'가 출간한 '독도일기' 표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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