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느티나무에 얽힌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
상태바
느티나무에 얽힌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
  • 정일웅 기자
  • 승인 2012.05.09 18: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0여 년 간 마을 주민과 함께 하면서 ‘터줏대감’ 자리매김

▲ 100년 지기 나무 그늘 아래서 여유를 즐기고 있는 오휘남 씨.
금남면 용포리 소재 대평리 시장 인근 100년 지기 느티나무가 있다. 주민들은 이 나무를 가리켜 용포리의 ‘산증인’이라 부른다. 나무를 지나 마을로 진입하는 길 이름도 ‘용포느티나무 길’이다. 지역 주민들의 정서가 다분히 담긴 도로명이다.

지역 어르신들은 나무 주변에서 보낸 철없던 시절을 기억하고, 나무가 겪은 수난을 기억한다. 긴 시간 마을 주민과 동고동락하면서 의미 역시 남달라진 게 사실이다.

5월 따가운 햇볕을 피해 나무 그늘을 찾은 오휘남(91) 씨를 만났다. 그는 용포리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다. 나무의 성장과정을 지켜본 그는 "(나무)높이가 5~6m일 때부터 봐왔다"고 운을 떼며 나무가 용포리에 뿌리내린 지 100년이 넘었다는 점과 그 시간 동안 주민들과 기쁜 일, 궂은일을 함께 해온 점을 소개했다. 나무 그늘 아래를 놀이터 삼았던 유년시절과 6.25 전쟁 당시를 회상하면서다.

오 씨는 전란 때 용포느티나무 길이 "북한군의 이동 경로로 이용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을을 지나는 군인들이 나뭇가지를 꺾어 차량 위장막으로 사용하는가 하면, 쌕쌕이(미군 전투기) 폭격에 옹이가 패는 등 (나무도)수난을 겪었다"고 한숨지었다.

몇 해 전 인근 건물주가 조망을 가린다는 이유로 가지치기한 것을 두고 주민들이 합세해 질타했던 일도 귀띔했다. 어느 한 사람의 편익을 위해 나무를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주민여론이었다.

"유년시절부터 청년기까지 나무는 그저 나무에 불과했다"는 그는 "하지만 지금은 곁에서 보기만 해도 왠지 편안한 마음이다. 친구 같은 느낌이다"며 나무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금 마을에 있는 젊은 사람들도 이 나무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켜줬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본다"고 바람을 전했다.

Tag
#NULL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