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문틈으로 달리는 백마처럼 찰나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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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문틈으로 달리는 백마처럼 찰나의 순간
  • 유단희
  • 승인 2019.03.0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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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단희의 독도 일기] <4>인생여백구과극(人生如白駒過隙)

#. 마음에 새긴 네 글자(常時四字 勤謹和緩)
8월 1일 | 풍향 : 북동-동 | 풍속 : 7~11m/s | 천기 : 흐림

지명도가 높은 정치인 한 분이 독도를 방문하여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군대에 입대해서 보초를 서본 지 44년 만의 실전경험이라 했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다 똑같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방법은 다 다르듯이 독도를 사랑하는 국민의 마음은 같지만, 사랑하는 방법은 다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것에 대한 평가도 다 다르리라. 하지만 누구도 자기가 왜 살았는지 명백하고 정당한 이유를 남기지 않고 이 세상을 그냥 떠날 권리는 없는 것이다.

송(宋)나라 때 장관(張觀)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벼슬은 관문전학사(觀文殿學士)에 이르렀고, 사람들의 신망이 두터웠다. 어느 날 수하로 갓 임관한 세 명의 신입이 찾아와 관리가 갖춰야 할 마음가짐을 물었다. 그러자 ‘상시사자 근근화완(常時四字 勤謹和緩)’이라 답했다. 나는 벼슬길에 나온 이래 언제나 네 글자를 새겨 지켜왔다.

첫째는 근(勤), 즉 부지런함이요,
둘째는 근(謹)이니 모든 일에 삼가고 정도를 넘지 않는 것이다.
셋째는 화(和), 즉 부드러움이니 남과 화합하는 것이요,
넷째는 완(緩)으로 서두르지 않는 것이다.

한 사람이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처음 세 가지는 마땅한 듯하지만 맨 나중의 말은 이상합니다.”

그러자 장관이 말하길, “세상일의 실패함은 거의 모두가 조급하게 서두르는 데서 생기는 것임을 알라”고 대답해주었다.

때가 왔을 때 잘 판단해 과단성 있게 일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때가 무르익을 때까지 서두르지 않고 기다리는 것은 현명한 사람이 아니면 아무나 못 하는 일이다.

#. 인생여백구과극(人生如白駒過隙)
8월 2일 | 풍향 : 북-북동 | 풍속 : 7~11m/s | 천기 : 흐림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께 안부도 드리고 새로운 발령을 말씀드리기 위해 갔다. 어머님은 상기되시어 말씀이 없으시고 아버님께서도 아무 말씀 없으시다.

잠시 후 아버님은 서재에서 ‘진충보국(盡忠報國)’ 글을 써서 갖다 주 “잘해라. 하늘이 다 도울 것이지만 또 조상님들은 가만 계시겠냐. … 고생이 많다.” 하시면서 “인생여백구과극(人生如白駒過隙)이란 말이 있다. 그 말인즉 인생은 문틈으로 백마가 달려가는 것을 보는 것처럼 한순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우리가 짧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의미가 없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 누구나 찰나의 순간에 자신의 선택을 기뻐하면서도 후회하기도 하고 자기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면서 변명을 늘어놓기도 한다. 하지만 국가의 녹을 먹는 공무원으로서 네 위치에서 맡은 바 책임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동시에 건강도 돌보면서 심신의 균형을 잘 맞추어야 한다.” 그 말씀을 하시는 아버님도 나도 코끝이 찡했다.

400여 년 전 충경공 류형 장군께서 전쟁터에 나가실 때 등에 새긴 ‘진충보국’이라는 충혼의 깃발을 이제 그 직계 후손인 류단희 울릉 경비대장이 다시 올린다. 천군만마의 깃발! ‘진충보국 충효전가(盡忠報國 忠孝傳家)’

#. 경찰청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결의를 다지다
8월 3일 | 풍향 : 북동-북 | 풍속 : 7~11m/s | 천기 : 구름 많음

오전에 청장님에게서 임명장을 받고 기자회견을 하였다. 기자회견에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내 몸이 흙이 되는 한이 있어도 임무를 완수하겠다.”

그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임진왜란 때, 노량해전에서 대승을 거둔 이순신 장군과 류형 장군의 업적을 기리며 뜨거운 기운이 벅차올랐다. ‘진충보국’ 파이팅!

오후에는 경북지방경찰청에 신고 후 기자회견을 하였다. 이번만큼은 언론도 하나가 된 느낌이다.

독도경비대장과 울릉경비대장에 대한 기사는 대부분 호감 기사로 나왔다. 참 다행이다. 국익을 위한 일이라면 이렇게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사실과 위기가 기회일 수 있다는 것은 다시 한번 느꼈다.

충경공 할아버지의 발탁은 오성과 한음으로 알려진 이덕형 선생이 전선을 돌며 왕명을 하달할 때, “다음 수군통제사로는 누구 좋겠는가?” 하고 충무공 이순신 장군에게 묻자, “충의와 담략이 있어 류형보다 앞서는 이가 없습니다.”라고 하며 천거하였다고 <승정원일기>에 전해진다고 한다.

거기에 비하면 나는 너무 심약하고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그저 내 마음속 깊이 우러나오는 국가에 대한 충정 하나뿐이고 엄숙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임하겠다는 생각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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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유단희 전 총경은 초대 울릉도・독도경비대장이다. 1957년 10월 세종시에서 태어나 연세대에서 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조치원경찰서 정보보안과장, 청주 흥덕경찰서 정보보안과장, 서울 혜화경찰서 경무과장, 성남분당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성남수정경찰서 정보보안과장 등을 역임했으며, 중앙경찰학교 외래교수, 한국장학재단 대학생연합생활관 생활관장을 지냈다.

<독도 일기>는 도서출판 ‘지혜의 나무’가 ‘최동단 울릉 독도 경비대장의 나라사랑 이야기’라는 부제와 함께 2012년 2월 22일 출간했다. 본보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2011~2012년의 기록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있다.

도서출판 '지혜의 나무'가 2012년 출간한 <독도일기> 표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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