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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위급할 때 전쟁터 나가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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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위급할 때 전쟁터 나가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
  • 유단희
  • 승인 2019.02.2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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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단희의 독도 일기] <2>견이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

#. 갑자기 눈이 번쩍 띄었다!(7월 22일)
풍향: 북-북동 | 풍속: 9~13m/s | 파고: 1.5~2.5m | 천기: 구름 많음

모색(摸索, groping)하다.
오늘은 모색이라는 단어가 안성맞춤인 날이다.
이리저리 생각하여 찾는 것, 어떤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법이나 해결책 따위를 이리저리 생각하여 찾는 것을 모색이라 한다.

30년 공직생활을 하고 올해에는 막내아들이 대학에 입학했다.
만일 60세 정년까지 한다면 이제 정확하게 6년가량이 남은 셈이다.

어떻게 공직생활을 잘 마무리할 것인지가 요즘 나의 최대 관심사였다. 정상에서 서서히 하산하는 모습이 보기 좋을까. 아니, 하산은 없다. 계속 정상을 향해서, 또 다른 정상을 향해서 계속 올라가는 것이 좋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더 보람 있게, 그리고 의미 있게 보낼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마치 꺼져가는 정열이 다시 활활 타오르게 하고 싶은 중년 남성의 바람이라고 할까. 그런 것이리라. 3남매 중 딸 둘은 결혼을 시켜야 집사람도 안심할 텐데…….

장삼이사라 했던가? 내 생각도 보통 사람들의 걱정과 다를 바 없다.

내가 눈이 번쩍 뜨이고 놀란 것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 영토 울릉도, 독도를 수호할 경찰관 보직 공고를 보았기 때문이다. 아~! 하늘이시여, 감사합니다. 이 자리는 조국이 바로 나를 찾기 위해, 나에게 영광스럽게 일할 수 있도록 하려고 만든 자리입니다. 순간 심장이 몹시 박동하는 것을 느꼈다. 잠도 오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는 온통 이 생각뿐이었다.

도서출판 '지혜의 나무'가 2012년 출간한 <독도일기> 표지 사진.

#.나를 위한 자리 울릉도・독도 경비대장(7월 24일)
풍향: 동-동남 | 풍속: 8~12m/s | 파고: 1~2m | 천기: 구름 많음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넌지시 얘기했다가 반대에 부딪혔다. 작년에는 고향 근처인 충북 청주 흥덕경찰서 정보보안과장으로 재직하면서 가족과 떨어져 지내다 이제 다시 가족 품에서 직장을 다닌 지 7개월이나 되었을까 하는 마당에 육지도 아닌 섬에 가서 근무를 해보겠다는 발상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의아스럽다며 말도 안 된다고 즉각 반대 목소리와 비판이 쏟아졌다.

집사람과 아이들을 설득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언론에서는 일본 자민당 의원들의 망발과 울릉도 방문을 비롯한 독도 문제가 연일 매스컴을 타면서 시끄럽다. 일본에 쐐기를 박을 만한 사람은 누구인가? 어려서부터 우리의 선조 중에 임진왜란 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도와 노량해전에서 대승을 거두게 한 할아버지 얘기를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다.

고향에 명절이거나 행사가 있을 때면 충남 공주시 장기면에 계시는 충경공 류형 장군의 사당을 찾았고 1년에 한두 번은 경기도 고양시 행신동에 있는 장군 할아버지의 묘소를 찾아 참배했었다.

이 세상에는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과 사람에 어울리는 자리가 있다. 판사 자리에 법무사를 앉혀 놓는다고 재판을 못 할 것도 없겠지만 자격이 안 되면 스스로 쑥스럽지 않겠는가. 그것은 다름 아닌 자긍심과 평상심이 없을 것이란 말이다. 자긍심과 평상심의 조화는 공직 수행의 기본이 아닐까?

다시 한번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가족들의 반대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의 임진년 침략을 막아내고 용맹을 떨쳐 그들이 무서워하는 충경공(忠景公) 류형(柳珩) 장군 할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나는 바로 그분의 직계 후손이 아니던가. 그분의 피가 내 몸속에 흐르고 있다. 그리고 나라가 위급할 때 명을 받아 전쟁터로 나아가는 것은 충직한 공직자의 도리라는 대의명분에 이르렀다.

견이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 이익을 보거든 정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거든 목숨을 바친다)! 그래 바로 이것이다. 단숨에 지원서를 써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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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유단희 전 총경은 초대 울릉도・독도경비대장이다. 1957년 10월 세종시에서 태어나 연세대에서 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조치원경찰서 정보보안과장, 청주 흥덕경찰서 정보보안과장, 서울 혜화경찰서 경무과장, 성남분당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성남수정경찰서 정보보안과장 등을 역임했으며, 중앙경찰학교 외래교수, 한국장학재단 대학생연합생활관 생활관장을 지냈다. 

<독도 일기>는 도서출판 ‘지혜의 나무’가 ‘최동단 울릉 독도 경비대장의 나라사랑 이야기’라는 부제와 함께 2012년 2월 22일 출간했다. 본보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2011~2012년의 기록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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