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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행복도시는 걷고 싶은 거리인가[세종포스트 이화독서클럽]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펴냄
정일화 충남고 수석교사 | 교육행정학 박사

내가 행복도시 세종으로 이주한 때는 너른 벌판에 터를 다지느라 분주하게 오가는 덩치 큰 차량의 모습, 밤에는 듬성듬성 켜진 불빛이 사람 사는 곳임을 느끼게 하는 새 도시의 탄생 무렵이었다. 여유로운 첫마을과 호수공원 주변으로 산책이 가능한 정도였다.

항구에 배가 모이고 큰 물줄기에 사람이 모여 도시를 이루고 도시는 곧 문명(文明)의 중심이 되었듯이, 세종에 모인 사람들이 앞으로 만들어 갈 도시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하다.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도시’에 대한 시민의 이해가 높아진다면 함께 만들어가는 도시공동체가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유현준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2015년)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은 ‘왜 어떤 거리는 걷고 싶은가’ ‘현대 도시들은 왜 아름답지 않은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강남은 어떻게 살아왔는가: 사람이 만든 도시, 도시가 만든 사람’ ‘죽은 아파트의 사회’ ‘뜨는 거리의 법칙’ 등 15가지 면에서 도시 이야기를 풀고 있다.

저자는 ‘도시는 살아 움직인다. 도시라는 것이 인간의 디자인으로 시작되지만, 계획자의 손을 떠나서 완성된다. 도시와 생명의 진화 과정은 유사하다’고 말한다. 살고 있는, 살고 싶은 도시의 모습을 떠올리며 읽으니 내용이 더 와 닿았다. 같이 나누고 싶은 이 책의 일부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건축은 사회, 경제, 역사, 기술의 산물이며 도시는 살아 움직인다. 새로운 발명품은 인간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냈고,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은 새로운 건축과 도시를 만든다. 기차는 기차역을 비행기는 공항을 만들고, 이런 새로운 건축물은 도시의 모습을 바꾼다.

지역성이 드러나는 재료의 통일성과 지형에 맞춘 다양한 형태의 건축물은 도시를 아름답게 돋보이게 한다. 건축은 기능적인 면 외에도 감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감성을 깨우는 공간을 놓치고 있는 것은 현대 도시 건축에서 부족한 부분이다. 성베네딕트 채플이나 우리 전통의 정자처럼 건축이 자연을 동등한 대화의 상대로 여기거나, 자연을 이용하는 재미난 건축물 등 감성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

현대 도시는 수입된 재료가 난무하여 통일성과 맥락(context)이 부재한 카오스적인 도시가 된다. 건축적으로 아름다운 도시가 되려면 겨울이 아름다워야 한다. 가로수가 없는 도시가 가로수 많은 도시보다 더 아름답다면 도시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건축물이 혼돈된 모습으로 보이지 않게 정리되고 간판도 정리되어야 한다.

건물이 커질수록 내부에서 대부분의 일이 해결되어 사람들은 더는 거리로 나와 다니지 않고, 소통이 없어지는 도시 공간 구조가 만들어지게 된다. 현대의 도시들이 살고 싶은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골목 대신 복도’ 같은 건축물 때문이다. 중앙집중식 공간은 거리로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도시가 살만한 거리로 채워지기 위해서는 건축물에 사람 냄새가 나야 한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펴냄

유동 인구가 많고 부동산 가치가 높은 성공적인 거리라고 해서 반드시 걷고 싶은 거리는 아니다. 성공적이지만 걷고 싶지 않은 거리는 인간 체격을 기준으로 한 척도를 뜻하는 ‘휴먼 스케일’ 수준에서 체험이 다양하게 제공되지 못한다. 이런 체험은 가로수의 크기, 인도와 차도의 폭, 늘어선 점포의 종류, 도로망의 형태, 블록의 변화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서울의 세종로와 같은 거리는 대부분 압도적인 스케일로 상징성을 갖는 거리지만 걷고 싶을 때 찾는 거리는 아니다.

미국과 유럽의 도시 구조를 비교하면 유럽이 도심 단위 면적당 블록의 코너 개수가 더 많다. 유럽 도시에서 보행자가 걸을 때 더 자주 교차로를 마주치고, 그만큼 더 다양한 선택의 경험을 한다. 걷고 싶은 거리를 구성하는 요소는 얼마나 많은 이벤트가 일어나는가, 어떠한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는가, 어떠한 자연환경인가, 어떠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가, 너무 주목이나 노출되지 않고 적당한 공간에 묻혀서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의 속도를 가진 거리인가 등이다.

공간 디자인을 잘하면 CCTV 설치 없이도 안전한 도시를 만들 수 있다. 동일인이 디자인한 뉴욕의 센트럴 파크와 보스턴의 코먼 도심 공원은 특이한 차이가 있다. 센트럴 파크는 일광욕을 즐기는 등 일상이 있는 공원이라는 환상을 우리는 갖지만, 실상은 밤에는 무서워 사용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공원이다.

반면에 보스턴 코먼 공원은 밤에도 산책하는 안전한 공원이다. 센트럴 파크는 공원의 폭이 너무 커서 사람의 시선이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고, 보스턴 코먼은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고 주변의 고층 주거 시설에서 조망할 수 있어 감시자의 눈이 항상 보는 형국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이 품은 도시, 자연을 담고 있는 도시, 편리・안전・쾌적하고 안정감・생동감・독특함을 간직한 채 유구하게 이어질 도시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특히 사람들이 걷고 싶은 거리는 도시의 생명줄과도 같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거리는 단순히 이동하는 수단이나 방법이 아닌 사람들이 걷고 만나고 머물며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젊은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시민이 공유하며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매번 걸어도 새롭게 느껴지도록 사람, 거리와 건물을 복합적・유기적으로 잇는 연결로여야 한다.

서윤영 건축칼럼니스트는 도심 기반 시설과 건물보다 ‘사람’에 가장 먼저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하였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도시계획과 건축, 도시 공간 조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책의 저자 또한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는 건축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하다’고 하였다. 우뚝 솟은 타워크레인이 성장을 상징하는 행복도시의 건축에 시민의 더 큰 관심이 힘이 되어 우리나라도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Pritzker Architectural Prize)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정일화  webmaster@www.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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