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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고입 사태가 남긴 것, ‘갈 길 먼 평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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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고입 사태가 남긴 것, ‘갈 길 먼 평준화’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9.01.24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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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마루에서] 선의가 부른 나비효과, 원망은 짧지만 회복은 더디다
올해 열린 세종시 한 학교 졸업식 모습. (사진=세종교육청)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고교 입학을 앞둔 세종시 중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지난 2주는 안도와 불안의 연속이었다. 교육감의 선의가 부른 '나비효과'는 강렬한 후폭풍을 남겼다.

시스템 오류로 촉발된 배정 오류는 195명의 학생들을 혼돈으로 밀어 넣었다. 이후 이들을 ‘구제’하겠다는 교육감의 후속 조치는 결국 철회됐다. 선순위 학교 선택 기회를 주는 것이 사실상 교육감 권한 밖의 일이라는 법률적 판단에서다.

세종시교육청은 초동 대처가 부실했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교육행정에 대한 불신은 커졌다. 더군다나 사태의 더 큰 문제는 간과하고 있던 곳에서 터졌다.

세종시 12개 고교별 신입생 정원, 후속 대처에 따른 입학정원 증감 현황 등이 공개되면서 선호·비선호 학교 현상이 단적으로 드러났다. 이제껏 공식적으로 확인된 적 없었던 학생과 학부모 인식이 수치로 표출된 셈이다.

이번 사태의 진짜 후폭풍은 ‘평준화 정책과 괴리된 교육 현장의 직면’이라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평준화 도입 3년 차를 맞은 세종시교육청이 실제 고교 평준화가 잘 안착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해 볼 필요가 생겼다는 얘기다.

세종시 신설학교와 혁신학교 기피 현상은 1지망 초과 학교와 미달 학교 현황을 통해 확인됐다. 1지망 초과 학교 대부분이 학생들이 밀집한 생활권에 위치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일찍 개교해 이미 안정된 학교를 선호하는 현상은 여전하다.

더군다나 실제 세종시 일반계 고교 1지망 배정률은 평준화 첫해 2017년, 2018년 모두 91.1%였으나 올해 86.08%로 떨어졌다. 배정률이 하락한 것은 그만큼 특정학교 지망 현상이 뚜렷해졌다는 반증이다.

명문고 입시 경쟁을 줄이고, 특정 학교 쏠림 현상을 없애는 것이 평준화의 올바른 방향이라고 보면, 이 하락폭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사태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또 다른 문제점은 동 지역 학교 간 정원이 두 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3일 내내 학부모들이 밤샘 농성을 이어간 가장 큰 이유는 학교 간 학생 수 불균형의 문제가 내신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극단의 두려움 때문이었다.

시교육청이 각 고교별 특색 교육과정 운영을 추진하고 있지만, 내신 등급을 가장 먼저 걱정하는 학부모 앞에서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태로 정책을 추진하는 교육청과 학부모 간 극명한 온도차가 확인된 셈이다.

이 괴리 속에서 과학 중점 학교나 창의 융합형 학교, 학생 중심 혁신학교 등 자신이 원하는 특색 학교를 1지망으로 적어 내는 이상적인 ‘세종형 고교 평준화’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시교육청은 후속 대책으로 올해 8월까지 평준화 정책 개선 방안을 담은 정책연구 결과를 내놓겠다고 했다. 평준화 정책 차원에서도 일부 개선점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를 공론화한 학부모들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최교진 교육감은 지난 23일 후속 대책 철회 방침을 밝히면서 재차 실망할 195명 학생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비단 미안해야 할 학생이 195명만은 아닐 것이다.

스스로 집과 가까운 신설학교를 선택했거나 자신과 맞는 특색 교육과정에 맞춰 학교를 결정한 학생들이 있다. 외부 시선과는 달리 높은 만족도를 보이며 즐거운 학교생활 중인 혁신학교 학생·학부모들도 뜻하지 않게 사기가 떨어졌다.

세종시교육청이 195명 학생들의 원망을 등에 지는 동시에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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