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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임대·렌트프리·창업지원금’ 속수무책 세종시 상가[신년 기획-세종 행복도시 유령상가] <1>2018년 소규모 상가 공실률 최고치, 한 해 4151명 폐업

세종 행복도시가 ‘유령상가’로 넘쳐난다. 텅 빈 채 방치된 상가건물이 수두룩하다.

토지가격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산정한 조성원가보다 급등한 데다 공개경쟁 입찰이 가격 상승 폭을 더 키운 탓이다.

최고가 분양을 받은 상가주인들은 준공 후 임대나 매매가 되지 않아 속을 끓이고, 상인들은 높은 임대료에 “팔아도 남는 게 없다”며 한숨만 내쉰다. 시민들은 주변 도시보다 비싼 생활물가가 불만이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노후보장을 위해 퇴직금을 털어 단지 내 상가를 분양받았다가 3년째 임차인을 찾지 못해 우울증에 시달린다거나, 대출을 끼고 상가를 분양받았다가 임대 수익이 기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살던 집을 팔고 월세로 옮겼다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심지어는 극단적 선택을 한 상가주인의 이야기가 알음알음으로 떠돌아다닌다. 상가 문제로 소송을 벌이는 이들도 적잖다.

상인들도 딱하다. ‘세종시는 자영업자의 무덤’이란 말이 공공연할 정도다. 2017년 한해 폐업자 수가 무려 4151명에 달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상가 공실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인건비 부담 때문에 폐업률이 높아지고 공실, 임대료 하락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대책은 없을까?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세종시, LH가 ‘행복도시 상가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특단의 대책을 기대하기어렵다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악화했다는 판단에서다.

세종시가 정부・여당의 ‘제2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 따라 공공기관 22개 유치 목표
를 세웠다. 상가주인들이나 상인들은 독자 건물이 필요치 않은 기관들에 한해서라도 민
간건물 유치가 유일한 대안이란 시각이다. 일부 공실 문제를 해결하면서 개・폐업을 되풀이하는 지역 자영업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세종포스트는 2019년 신년 기획으로 2회에 걸쳐 ‘세종 행복도시 유령상가’를 마련했다. 투자에 대한 선택은 스스로 져야 한다지만, 그 결과가 삶을 포기할 정도로 가혹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편집자 주>

세종시 행복도시 BRT도로변의 한 집합상가. BRT 정류장 근처의 요지에 위치해 있지만 대부분이 공실이다. 임대특가란 현수막이 크게 붙어 있다.

임차인 못 구해 셀프창업, 상가주는 부동산 찾아 ‘엉엉’
단지 내 상가 마구잡이 공급, 업종 제한 걸려 발 ‘동동’

희망찬 새해, 여전히 속 끓이는 사람들이 있다. 빚을 내 상가를 분양받고도 몇 년째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세종시 상가 주인들이다.

한국감정원 ‘2018년 3분기 상업용 부동산 통계지표’에 따르면, 세종시 3분기 공실률은 전국 시·도 중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읍면지역을 포함한 수치인 만큼 행복도시만 놓고 보면 공실률은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감정원 자료만 놓고 보면, 소규모 상가(2층 이하, 연면적 330㎡ 이하) 공실률은 20.9%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2분기 대비 8.9%p 상승하면서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보면 소규모상가 공실률은 평균 5.6%다.

중대형상가(3층 이상, 330㎡ 초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세종시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14.3%로 전분기와 같았다. 지난해 4분기 23.4%로 정점을 찍은 후 다소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국 평균(10.6%)과 비교하면 3.7%p 높은 수준이다.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임대료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상가 공실이 장기화에 접어들자 렌트프리(Rent free), 창업지원금 등 파격적인 임대 조건을 내걸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임대료 변동 추세를 나타내는 임대가격지수는 중대형상가의 경우 세종이 –.91%로 전국에서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소규모상가와 집합건물도 각각 –2.63%, -2.19%로 가장 많이 감소했다. 한국감정원은 큰 하락 폭의 원인을 ▲신규상가 공급 증가 ▲공실 장기화로 꼽았다.

임대가격지수 하락에도 임대료는 여전히 높은 편으로 확인됐다. 집합 상가 임대료는 ㎡당 3만 2600원으로 서울(㎡당 5만 2300원) 다음으로 비쌌다. 행복도시 주요 상가들이 집합형인 점을 고려하면, 수도권에 육박하는 임대료로 분석된다.

잦은 개·폐업도 문제다. 국세청 2018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세종시 개인사업자 수는 3만 5629명이다.

이중 지난 2017년 한 해 신규 개인사업자 수는 9832명, 폐업자 수는 4151명이다. 9832명이 새로 창업하는 동안 기존 사업자 포함 4151명이 폐업(42.21%)한 셈이다.

세종시청과 세종교육청, 세종우체국 등 공공기관을 끼고 있는 3생활권 수변 상가나 1, 2생활권 비알티(BRT) 라인 상가도 울상이긴 마찬가지다.

3생활권 수변 상가 수분양자 A씨는 임차인을 못 구해 2015년 준공 이후 3년간 임대료를 받지 못했다. 그나마 초기 성업하던 같은 건물 가게들도 모두 폐업하고 떠났다.

A씨는 “카페, 음식점, 분식집 등 먼저 둥지를 틀었던 가게들이 차례로 문을 닫았다”며 “경제 생활이 가능해 버티고는 있지만, 직접 들어가서 장사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이마저도 업종이 제한돼있고, 소방법 때문에 인테리어 설계도 까다로워 마음대로 안 된다”고 토로했다.

올해 3분기 기준 전국 17개 시도별 상가 공실률. (자료=한국감정원)

실제 영하의 날씨로 떨어진 상가 주변은 인적이 드물었다. 점심시간 이후에는 잠시 붐볐던 커피숍마저 휑하니 썰렁해졌다. 집기만 덩그러니 놓인 가게에는 상주하는 사람 없이 ‘방문 시 연락 요망’이라는 안내문과 함께 달랑 연락처만 붙어있었다.

4층짜리 상가건물 1층에는 올해 두 곳의 음식점이 새로 문을 열었다. 한 곳은 줄곧 공실이었고, 한 곳은 얼마 전 영업을 했던 음식점이 폐업한 자리다. 옆 호실에는 올해 중국집이 개업했지만, 몇 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가까운 배후수요를 가진 아파트 단지 내 상가도 메리트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대 대비 많은 상가가 공급되면서 업종이 겹치고, 민간상가와 비슷한 경쟁이 생기고 있어서다.

3생활권 B아파트 상가는 850여 세대 규모에 단지 내 상가 196개가 분양됐다. 비율로 따지면, 4세대당 1실꼴이다. 주상복합 수준의 단지 내 상가 개수를 듣고 놀라기는 임대인, 임차인 매한가지다.

이곳에 1년 렌트프리 조건으로 가게를 연 C씨는 “주변을 보면 상가 임대가 나가지 않아 소유주들이 직접 가게를 차린 경우가 많다”며 “상가주들이 임대료를 시세의 절반까지 내리고 렌트프리 조건을 내거는 등 일찍부터 파격적인 조건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가게를 열기 위해 가장 저렴한 조건을 찾아다녔다. 배후수요와 비알티 등 대중교통 인접 요인을 따져 상가를 골랐다.

C씨는 “단지 내 상가가 많으면 업종끼리의 경쟁, 인근 민간상가들과도 눈치작전을 펴야 한다”며 “세종시는 생활권별 개발에 따라 상가 공급이 이뤄지다 보니 세입자들도 유랑민처럼 옮겨다닌다. 몇 년 하다가 새 아파트 근처로 재창업 하는 경우도 많아 상가주들의 불안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임차인이자 상가주이기도 하다. 세종시 초기 첫마을 상가를 분양받았다. 임대료를 받더라도 관리비와 은행 이자를 내고 나면 수익률이 0%에 가깝다는 상가주들의 호소를 천 번 이해하고 있다.

C씨는 “최근 상가 재산세가 120만 원 나왔다”며 “자산가치는 떨어지는데 생각했던 수익률은커녕 버티기도 힘들다. 아는 부동산을 갔더니 할머니 한 분이 엉엉 우시길래 ‘선량한 시민들만 모르고 투자했다가 피 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상가를 소유하고 있으면서 다른 상가에 가게를 차린 이유는 업종 제한 때문이다. C씨 상가건물은 비알티 라인 2층 이상에 해당해 휴게음식점을 할 수 없다. 교육, 의료 등의 용도로 제약이 있기 때문. 학원도, 병원도 차릴 수 없는 답답한 마음에 그는 행정공무원에게 “못 배운 게 한”이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그는 “세종시는 경제활동이 가능한 나이에 상가를 분양받아 버티는 것과 노후 대비로 분양받는 것이 천지 차이”라며 “상가 공실 문제가 심해 전수조사를 한다고 하는데 정말 특단의 대책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지혜 기자  wisdo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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