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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무상교복은 단순 공짜 교복이 아니다[밀마루에서] 효과와 효용 사이 교육적 가치 망각한 세종시의회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내년 세종시 무상교복 시행을 앞두고 공식적으로만 3번째 시의회 조례안이 발의된다. 지급 방식을 현물로 명시한 첫 번째 조례안과 현물과 현금을 병행토록 한 두 번째 수정안을 절충한 안이다. 학교에 주어진 현금과 현물이라는 객관식 답안지는 결국 이번 세종시의회 파동의 2막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무상교복 지급 방식을 두고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바로 ‘선택권’이다. 현물 지급이 학생 개인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사실은 현금 병행 지급을 주장하는 의원들의 가장 강력한 명분으로 작용했다.

현대 사회는 개인의 자유와 선호가 최우선으로 존중되는 시대다. 이는 당연히 학생들에게도 해당돼야 하는 전제다. 하지만 선택이라는 가치가 다른 가치와 충돌을 일으킨다면, 우린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

효용은 재화의 소비에서 얻게 되는 주관적 만족도를 뜻한다. 효과는 목적을 가진 행위 즉, 제공에 의해 나타나는 결과다.

무상교복 시행을 대입해보자. 소비자 선택권을 중시하는 효용의 가치에 무게를 두는 것은 경제성을 우선시한 관점이다. 반면 정책 행위에 의해 나타나는 결과인 효과에 주목하는 것은 사회복지적 또는 교육적 시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 경제학적으로 볼 때 현금 또는 현물 지급시 효용과 효과는 일정 범위 내에서 서로 상충하는 양상을 보인다.

무상교복의 도입 취지를 보면 어떨까. 무상교복은 그간 학부모에게 가중돼왔던 교복 비용 부담을 없애는 것이 목적이다. 보편적 복지 실현이 핵심 가치다. 소득 기준 상관없이 모두에게 교복을 제공하겠다는 것. 

보편적 복지라는 말에는 ‘균등’의 가치도 포함돼있다. 교복을 현물로 지급하건 현금으로 지급하건 모두 보편적 복지 실현의 한 방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가 균등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면 어떨까?

어떤 학생은 A 브랜드 교복을 입고 또 다른 학생은 B 브랜드 교복을 입는다. B 브랜드 교복을 산 학생은 가정 형편상 조금 더 저렴한 교복을 선택하는 대신 와이셔츠 한 장을 더 얹어 구입했다. 현금 지급 방식에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 두 학생이 느끼는 효용의 정도가 같을 수 있을까? 오히려 시시때때로 어떠한 상황마다(예를 들어 다른 학생과의 비교선상에 놓일 때마다) 효용은 한 개인에게 더 낮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교육계에서 학생들 간 교복으로 인한 위화감을 우려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누군가는 절대다수의 선택권이라는 가치, 소수가 겪을 불편한 정서 사이에서 다수의 행복이라는 공리성에 손을 들어줄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겪을 불편한 정서의 문제는 실제 한 집단 안에서 개인을 초월한다. 교복이라는 것이 학교라는 집단 전체의 분위기를 관통해온 역사를 보면 그렇다. 다수의 행복을 선택의 잣대로 삼는 일은 복지라는 목적 아래에서는 곧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질 뿐이다.

무상교복의 당초 목적은 교육복지 확대에 있다. 과정부터 결과까지 진정한 보편 복지 실현을 위해 효용과 효과 어떤 가치를 택해야 할지는 이미 정해져있다. 그럼에도 수정 조례안에 서명한 10명의 위원 중 행정복지위원 전원(5명)이 포함된 일은 안타까운 일이다.

대한민국을 들었다 놓을 정도의 갑론을박이 일었던 무상급식 논쟁은 이미 당연한 일이 돼가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교복도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다. 무상교복은 단어 그대로는 ‘무상’이지만, 단순히 공짜 교복은 아니다. 무상교복 예산은 시에서 지원하고, 이 예산은 세금으로 충원된다. 교복이 단순히 재화의 관점을 넘어 사회문화적 담론까지 품어야 하는 이유다.

세종시의회 의원들이 가진 보편적 복지의 개념도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최근 일어난 무상교복 조례안 파동에서 수정 조례안의 핵심 취지 중 하나인 ‘교복을 입지 않는 학교’에 대한 언급이 그러하다.

현물 지급 방식이 교복 없는 학교 학생들을 혜택에서 제외시킨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해당 학교들은 무상교복 시행에 ‘해당 없음’이 알맞은 표현일 것이다. 교복을 지정하지 않는 학교는 마땅한 이유가 있다. 학교의 방침이자 교육철학 때문이다. 생활복 지원이 이유라면 기존 조례 내에서도 언제든지 가능하다.

교복 구입비 부담을 없애기 위해 시행되는 무상교복을 오히려 굳이, 지급방식을 바꿔서라도 해당하지 않는 학교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히려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지 않을까?

세종시 모든 중·고등학교는 교복주관구매제도를 통해 입찰과 계약 과정을 거쳐 각각 주관 업체를 선정하고 있다. 이는 교복 가격에 상한선을 두겠다는 교육부 지침에 의거한 제도다. 현물과 현금 병행이 교육 3주체 내에서의 학생자치 발전, 민주주의 참여 기회를 빼앗는 상황이 올 것도 걱정스럽다.

교복 업체 선정은 학교장이 아닌 교복선정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해 이뤄진다. 위원회에는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이 함께 참여하고, 품질심사와 가격심사를 거친다. 무상교복 논의와 함께 위원회의 학생 참여 비율, 발언권 확대, 입찰 방식 개선에 대한 발전적인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학교주관구매제도가 유명무실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 중 하나는 지역 중소업체 교복의 질과 사후 관리 서비스에 있다. 실제로도 교복주관구매제도의 허점인 최저가 낙찰제 하에서 이들 지역 중소업체의 경쟁력은 줄곧 저렴한 가격이었다.

하지만 더이상 가격 하한선에 대한 부담이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답은 시장경제 논리에 있다. 가격을 낮추는 데 쏟았던 노력은 곧 가격 상한선에 맞춰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다. 현물 지급 시 모든 업체들은 주관구매 입찰에 골고루 참여할테고, 이때 서로 간 경쟁을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가 생겨날 수도 있다. 현물 지급이 지금보다 좀 더 건전한 시장경제로 나아가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기습 접수된 수정 조례안에서는 교복과 생활복을 분리해 규정하는 허술함도 노출했다. 하지만 이미 전국적인 방향은 생활복을 아예 교복으로 지정하거나 후드티에 면바지 등 편한 교복으로의 변화다. 

이미 생활복을 교복화 하는 방향에서 오히려 교복과 생활복을 분리하겠다는 내용의 조례안이 나온 것도 의아스러운 일이다.

세종을 포함한 전국 8개 시도가 내년 동시다발적으로 무상교복 시행을 추진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상 교복의 진짜 의미, 무상교복에 어떤 사회적 가치를 담을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돼야 한다.

한지혜 기자  wisdo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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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4
  • 세종시교육정책 2018-11-30 17:38:48

    기자의 올바른 지적이다. 무상교복은 보편적 복지가 주된 이유다. 보편적 복지의 특징은 빈부에 관계없이 동등함을 강조한다. 특히, 어려서부터 경제적 빈부를 느끼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어른들이 해야할 일이다.   삭제

    • ㅎㅎㅎ 2018-11-30 10:42:22

      교복은 몇푼이나 한다고...
      아버지가 사주면 되지...... 세금을 쓰고 있어 ?
      경제나 살려라...... 서민 다 죽어간다.
      살기가 박근혜 정부의 반보다 못하니.....
      문재인 찍은것이 후회된다.
      경제 살려라~~~~~~~~~~~~~~   삭제

      • 세종시학부모 2018-11-29 15:32:38

        기사를 읽고 감동한 일이 오랫만이네요.
        한지혜기자님 응원하겠습니다   삭제

        • *** 2018-11-29 10:19:58

          훌륭한 기사입니다. 한지혜 기자님 정확한 경제이론과 보편적 복지란 가치!
          정곡을 찌르는 기사입니다. 다른 자치단체에서는 이미 결론이 난 사항이 아닌가요?
          다른 자치단체도 충분한 논의와 고민을 한후에 결정한 일일 것인데... 세종시 의원님들! 불필요한 분쟁은 하지 마세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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