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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자본주의 구할 젊은 철학자의 비책 '소득상한제'[인터뷰] 책 <소득상한제> 저자 고김주희 철학박사 | 세종시 8급 공무원
책 <소득상한제> 저자 고김주희 박사. 현재 세종시 8급 공무원으로 일하며 글을 쓰고 있다.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부의 대물림과 경제 양극화. 우리는 끝이 없는 사다리의 맨 아랫단에서 일생을 허비하다 삶을 끝마친다. 허나, 현대 자본주의를 철학적 관점으로 다시 정의한다면?

모두가 최저임금과 싸우고 있을 때, 최고임금의 개념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세종시 8급 공무원, 철학 박사 고김주희 저자다.

그는 최근 <소득상한제>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부제는 ‘건강한 자본주의로 가는 길’이다. 소득상한제라는 개념은 2007년 저자가 프랑스 파리 8대학에서 수학하며 떠올렸다. 이후 세종시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책을 집필했다.

소득상한제는 말 그대로 개인과 기업 법인의 소득을 제한하는 개념이다.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일정 배율을 정해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 구간에 100% 과세를 시행하자는 것.

그가 공산주의자나 사회주의자가 아니냐고? 천만의 말씀. 저자는 그 누구보다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소득 하위 계층까지 모두가 자신의 생명을 지키고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지향할 뿐이다.

소득상한제는 기존 학계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아니다. 소득 주도 성장이니, 기본소득제니, 생활임금제니 하는 논의에도 사회가 제자리인 이유.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이제 소득과 자본주의, 노동의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

고김주희 박사를 그의 일터 아름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만났다. 소득상한제로 자유와 평등이 공존하는 세상, 생명이 가장 최우선 가치가 되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다음은 고김주희 저자와의 일문일답.

최근 출간된 책 <소득상한제> 표지.

ㅡ 학부에서는 영문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석·박사 모두 철학을 공부했다. 비전공자가 지금껏 논의되거나 정의된 적 없는 새로운 경제 개념을 내놨다. 어떻게 이 책을 쓰게 됐나.

“박사 과정 논문 주제가 ‘잠재적 물질’이었다. 철학적인 물질 개념을 자연, 자본개념으로 연결시켜 현대 자본주의를 물질이 탈물질화되는 과정으로 설명한 논문이다. 마침 당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졌다. 그때 가졌던 ‘소득상한제’에 대한 생각을 세종시 시간제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책으로 정리했다.”

ㅡ 소득상한제가 어떤 개념인지 설명해달라.

“최저임금의 10배 내외(정확한 배수는 사회구성원 합의에 따라)로 최고 소득에 상한을 두고 상한분에 100% 소득세를 과세하는 것이다. 축적된 재원은 완전고용 실현과 복지시스템 구축에 사용된다. 개인뿐 아니라 기업 법인에도 법인 간 소득 차이에 제한을 둔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 반복됐던 금융위기와 양극화, 실업과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ㅡ 개인이든 기업이든 소득을 제한하자는 주장은 현 사회에서 공산주의자나 사회주의자로 낙인찍히기 쉽다.

“책 부제가 ‘건강한 자본주의로 가는 길’이다.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 비판의 이유라면, 자유와 평등이 어떻게 서로 대립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자유롭다는 것은 모든 개인의 권리가 어떤 위계적 권력에도 종속되지 않는, 평등한 관계에 놓인 것을 의미한다. 평등하다는 것은 곧 서로의 권리가 모두 동등하게 존중돼 누구의 자유도 침해받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소득상한제는 자본의 사적 소유를 폐지하고 국가 권력에 모든 생산 활동을 맡기는, 그들이 말하는 공산주의적 의도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ㅡ 현대 자본주의 안에서 우리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자본에 대한 욕구가 누군가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

“무한정한 자본 소유의 욕구가 자유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의 건강과 생명을 해치고 있지 않는지 생각해보자. 고위공직자나 대기업 총수의 어린 손주들이 억대 주식을 상속받고 있을 때, 저임금 초과노동에 시달리는 하청업체 비정규직자는 안전장치가 미비한 작업장에서 사고로 사망한다.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조 활동을 하다 사측 탄압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끊기도 한다. 자본주의가 자유를 추구한다 할지라도, 타인의 건강과 생명을 앗아갈 자유는 없어야 하지 않을까.”

ㅡ 소득상한제의 현실화 방안에 대해 말해달라.

“우리나라 소득세법상 개인에 과세하는 소득 종류는 모두 9가지다. 일시적 소득에 해당하는 퇴직소득과 양도소득을 제외하면, 종합소득으로 합산해 과세할 수 있는 항목은 총 7가지다.

이 7가지 소득을 합산한 총소득을 일정 배수만큼 최저임금에 연동시켜 상한에 대해서는 100% 소득세율을 부과하고, 그 이하 소득에 대해서는 세분화한 누진세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퇴직·양도소득은 평균수명을 기준으로 소득 발생 시기를 계산해 연수로 나눈 금액을 연간 종합소득에 합산하면 된다. 나아가서는 상속과 증여세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본다.”

ㅡ 소득 제한이 결국 개인의 경제적 역량을 저해하고, 시장경제를 훼손한다는 우려로 이어질텐데.

“최고 소득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노동 의욕을 더 높일 것이라는 가정은 현실과 다르다. 우리가 일자리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끝없이 높아지는 소득보다는 단란한 의식주 생활, 휴식과 여가활동, 안정된 노후 보장이다. 젊은이들이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사기업보다는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문제는 소득과 상관없이 치솟는 부동산, 교육비, 장바구니 물가, 불안정한 노후다. 물가 변동에 맞춰 적정한 임금과 연금이 제공된다면 굳이 자신의, 또는 타인의 건강과 생명을 해치면서 더 높은 소득을 추구할 필요도 사라진다. 나아가 완전고용이 실현돼 주 3~4일 하루 서너 시간만 일하게 된다면, 우리는 노동과 놀이를 구분할 필요도 없게 되지 않을까.”

고김주희 저자.

ㅡ 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두면서 노동과 소득에 대한 철학적 정의를 내린 점도 흥미롭다.

“소득상한제는 모든 경제적 가치가 오직 노동으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소득은 인간의 몸으로 행하는 유한한 노동으로부터 얻어진다. 이는 곧 소득도 무한한 것이 아닌 유한성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불로소득이란 그 자체로 모순적인 개념이 된다. 인류에게 과거와 같이 생명을 해치는 노동시간을 고수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 아니다.”

ㅡ 소득상한제 시행이 정부에게 어떤 이점을 줄 수 있나.

“세원을 통합하고 세제를 단순화 할 수 있다. 중과세를 하기 위해 부동산임대소득 등을 별도 분류해 과세할 필요도 없어 행정 비용의 낭비를 없앨 수 있다. 국세 비율이 지나치게 커진다면 이를 일정 비율 지방세로 전환하는 방안도 마련할 수 있다.”

ㅡ 기업의 본질은 흔히 이윤 추구로 대변된다. 소득상한제 도입 범위를 기업까지 본다면 큰 반발이 예상되는데.

“기업의 본질을 이윤 추구로만 보는 관점은 재앙이다. 기업의 지향점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인간 삶의 수준을 향상시키고, 인간적 삶의 지평을 확장시키는 데에 있어야 비로소 기업은 사회에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다.

법인세 역시 하청 및 동종기업 연평균 기업 소득과 연동시켜 최고 소득에 상한을 둬야 한다. 최고 소득을 상회하는 소득분은 임금 인상, 고용 확대, 투자 활성화에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법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ㅡ 생산 효율성 저하, 국내총생산(GDP) 감소 등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생명과 건강에 위협이 되는 경제성장은 오히려 축소되거나 멈춰지는 편이 낫지 않나. 기업이라는 경제 주체가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은 인간을 포함한 자연 전체의 건강과 생명을 존중하는 방향일 때 비로소 의미를 가져야 한다.

GDP 수치에는 미세먼지 발생과 같은 대기오염, 플라스틱이나 일회용품 생산, 토양·해양 오염 등의 요인은 전혀 포함되지 않는다. 경제성장이라는 개념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대한 침해를 포함한다면 2%대 경제성장률 예측치에 슬퍼하면서 내년 5%를 넘기길 희망할 이유도 없다.”

ㅡ 이달 초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협력이익공유제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협력업체 간 양극화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벌써부터 반시장적이라는 반발이 많은데, 이런 시도는 어떻게 보나.

“대기업의 횡포로 하청 기업이 부도에 몰리고, 심지어는 자살하는 사람까지 나온다. 수익을 나누고 상생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정부가 기업활동에 간섭하려고 하면 사회주의 국가냐는 말이 먼저 나온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삼는 북유럽 국가를 보라. 정부가 나서서 기업 대 기업, 기업과 노동자의 중재 역할을 한다. 협력이익공유제는 정부가 기업 자율에 맡길 것이 아니라 강제성을 띠어야 한다고 본다.”

ㅡ 4차산업혁명 시대다. 미래 사회는 상상에 따라 유토피아가 되기도, 디스토피아가 되기도 한다. 책에 나온 블록체인 기술과 연계한 소득상한제 운용 방안도 흥미롭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개개인의 모든 소득 발생 과정과 이동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공유된다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중앙화된 기관 없이도 서로가 감시자가 돼 스스로 분배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지 않을까. 정부는 개인과 기업의 소득을 파악하기 위해 시간과 재원을 낭비할 필요도 없다. 모든 계좌의 정보가 블록체인을 통해 공유되고, 약속된 한계를 넘어서면 자동적으로 많은 쪽에서 적은 쪽으로 이동하게 한다면 말이다.”

ㅡ 추가로 집필 중인 책이 있나.

“올해 말 곧 새 책이 나온다. 신자유시대에 변화된 폭력 양상, 사회적으로 심화된 불평등 간의 관계에 대해 썼다. 앞으로는 국방부 없는 세계를 주제로 특수한 지정학적 위치에 있는 한국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ㅡ 마지막으로 이 책이 사회에 어떤 파장을 일으키길 바라나. 또 앞으로 이 책을 읽게 될 미래 독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2014년 태국과 미국에서 공동 발표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있다. ‘대기업 CEO가 비숙련 노동자에 비해 얼만큼의 연봉을 받는 것이 적정하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국가별 응답치다. 덴마크는 2배로 가장 낮았고, 한국은 약 11배로 나타났다. 40개 국가 평균이 4.6배였다. 덴마크의 낮은 소득불평등은 그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사회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과 의지로 현실화 됐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이 소득상한제 담론에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 각 분야 전문가와 국민들이 이 논의에 참여해 사회가 좀 더 자유롭고 평등해졌으면 한다. 언제든지 독자들과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지난 촛불이 대통령을 바꾸었다면, 앞으로의 촛불은 우리 스스로의 삶을 바꿀 수 있길 바란다.”

한지혜 기자  wisdo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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