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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 문화콘텐츠를 입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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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 문화콘텐츠를 입히자
  • 이규식
  • 승인 2018.11.0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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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식의 ‘문화의 눈으로 보다’] <11>석주명과 감귤, 장욱진과 복숭아
서귀포 감귤농장

#.감귤의 향기를 찾아서

가을부터 이듬해 2월경 감귤 수확이 끝날 때까지 제주도는 온통 주황색 귤과 싱싱한 초록빛 잎으로 반짝인다.

우리 사회에 과일 소비패턴이 다양해지면서 종전 보기 힘들었던 열대과일들이 상당 부분 식탁으로 침투했지만, 아직 제철 과일의 힘은 크다. 특히 귤은 저렴한 가격과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이점으로 가을, 겨울을 관통하여 일상 속으로 깊게 파고들었다.

감귤 나무 하나로 자식 대학공부를 시켰다는 ‘대학나무’ 이야기는 이제 옛말이 되었다지만 아직 귤이 제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도 생산과 소비 사이의 극심한 가격 차이, 중간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마진율이 존재한다. 생산자가 직접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직거래 시스템이 점차 확산하고 있지만, 산지 출하가격과 소비자가 구매하는 가격의 간극은 여전히 넓다.

이런저런 속세의 생각을 뒤로하고 제주 서귀포 지역 귤밭을 주유한다. 나지막한 검정 돌담 안으로 탐스럽게 달린 열매가 햇빛에 반짝이고 바닷바람이 뺨을 간질이면 비로소 제주에 와있다는 것이 실감 난다.

귤을 활용한 여러 상품이 출시되어 부가가치를 높이고 한라봉, 천혜향, 황금향, 레드향 같은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여 수익창출에 노력하기도 한다. 끊임없는 교육과 연구개발로 생산성 향상에 매진하는 재배 농가들의 모습이 미더워 보였다.

석주명 선생 연구공간

#.석주명과 서귀포 그리고 감귤

그러나 농산물 생산-유통에 여러 난제와 위기 요인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이를 극복하려면 이 분야에서도 역시 문화콘텐츠와 접목하여 상생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사회 각 분야에 문화의 개념을 접목하고 콘텐츠와 연결하는 시도가 활발한 이즈음 농업 분야의 문화콘텐츠 결합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감귤 재배지로 이름 있는 제주도 서귀포시 토평동 일대에서는 이 지역에 체류하며 연구 활동을 벌였던 석주명 선생(1908-1950)을 기리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석주명 선생은 평양에서 태어나 일본 가고시마 고등농림학교 유학을 마치고 개성에서 중등교사로 있으면서 나비연구로 세계적인 학자 반열에 올랐다. 나비연구뿐만 아니라 동・식물학은 물론 제주 언어, 풍속 등 인문학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여 한국학 연구의 귀중한 자산이 되는 분이다. 석주명 선생이 서귀포에서 연구 생활을 하던 당시 건물이 아직 토평동에 원형 그대로 보존되고 있어 더욱 유리한 여건이다.

귤 생산지 한가운데 나비연구에 헌신한 석주명 선생을 현양하는 친환경 문화공간을 조성하여 체험하면서 즐기는 복합 문화콘텐츠를 구축하는 작업은 흥미로워 보인다. 귤 재배에서 친환경 농법을 지향하는 이즈음 전형적인 친환경 생물인 나비를 일상 한가운데로 끌어들여 지친 삶에 활력을 부여한다는 발상은 바람직하다.

지자체는 물론 국가 차원에서 큰 관심을 가지고 지원할만한 사업인데 아직은 지역주민과 뜻있는 학자들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토평동에서 감귤농원을 운영하는 오금수 씨는 지금도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된 석주명 선생 연구 활동 공간과 주변의 서식하는 희귀식물, 충분한 유휴공간 그리고 이 일대에 포진한 귤 농원 등을 결합하여 친환경 동식물 테마파크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6.25 당시 서울에서 피격되어 48세로 세상을 떠난 천재학자 석주명 선생을 기리는 사업의 필요성도 강조한다.

전국 곳곳이 이렇듯 본래 환경을 온전히 유지한 채 지역 특성을 살리면서 휴식과 즐거움, 교육과 경제를 동시에 견인하는 공간으로 재탄생되기를 바란다.

서귀포 토평동 귤마을.

#.장욱진과 세종 그리고 복숭아

세종시 출신 장욱진 (1917-1990) 선생을 기억한다. 새와 나무, 가족, 고향의 집 같은 토속적이고 친근한 주제를 천의무봉 자유롭고 활달하며, 대담하면서도 단순하게 그려내 독창적인 화풍을 이룩한 화가다.

장욱진 선생의 고향 세종의 특산물 복숭아를 연계하는 콘텐츠화를 생각해본다. 많은 과일 가운데 복숭아가 갖는 자연의 이미지와 선생의 작품세계를 결합한다면 그럴듯한 설계도가 나올 법도 하다.

서두르지 말고 가급 자연환경과 천연자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림과 과일이라는 천혜의 조합을 구체화하는데 세종시 구성원의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서귀포 감귤농장 한가운데 자리한 석주명 선생의 자취를 주민과 학자들이 앞장서 과일과 나비라는 연결고리를 찾아냈듯이 장욱진 선생 그림 속 천진난만한 동심과 잃어버린 고향의 개념을 복숭아라는 구체적인 실물, 경제재를 통하여 복원하는 사업이 구체화하기 바란다.

우정사업본부가 지난 7월 25일 세종시 출신 장욱진 화가를 ‘현대 한국 인물’로 선정해 기념 우표를 발행했다. ‘현대 한국 인물’ 기념 우표는 우리나라 현대 인물 중 사회적으로 크게 영향을 끼쳤던 분야별 저명인사, 문화・예술가 등을 소재로 발행하는 시리즈 우표로, 올해는 화가를 주제로 박수근 화백과 장욱진 화백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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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규식은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다. 한국외국어대 불어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남대 명예교수다. 대전시 문화예술진흥위원, 대전시 도시디자인위원, 대전예술의전당 운영자문위원장, 한국문인협회 대전광역시 지회장, 사단법인 희망의 책 대전본부 이달의 책 선정위원장, 외교부 시니어 공공외교단 문화예술분과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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