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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철학은 가능한가? 그 물음에 답을 찾다[화제의 신간] ‘세종 이도의 철학’ | 김광옥 지음 | 경인문화사 펴냄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즉위 600주년을 맞아 의미 있는 신간이 나왔다. 세종의 사유를 분석하고 새롭게 철학 체계를 세운 책이다.

저자인 김광옥(77) 교수는 민본, 실용, 자주, 중용, 융합 등으로 설명돼온 세종의 정치사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종의 사상(철학)체계를 구성했다. 그 결과물이 <세종 이도의 철학>(경인문화사 펴냄, 674쪽, 4만 5000원)이다.

김 교수는 ‘세종의 철학이 가능할까?’라는 자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세종실록>에서 세종의 용어를 찾는 데 주력했다. 이를 통해 저자는 삶 속에서 사람이 새로워지는 ‘생민(生民, 거듭나기)’과 사물이 새로워지는 ‘변역(變易, 새로나기)의 원리와 사상에 주목했다.

동양에서 철학은 ‘구체적 현실과 일상적 경험에 대한 반성에서 우러나와 한층 일반화되고 객관화된 형태로 정리된 사고 체계’라고 한다. 즉 세종 이도(李祹)의 철학은 인간과 시대에 대한 행도(行道)에서 나타나는 생민(生民)과 변역(變易)에 대한 사유체계와 실천원리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생민(生民)이란 무엇인가?

세종은 <삼강행실>의 교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늘이 준 바른 덕과 진심[강충(降衷)], 그리고 의젓하게 타고난 천성은 생민이 똑같이 받은 것이라 […] 귀천을 말할 것 없이 가르치고 익히게 하여, 분명히 깨달아 모두 다 알도록 하고, 그 천성의 본연(本然)을 감발하지 아니하는 자가 없게 되면, 모두 자기의 도리를 다하게 되어, 의를 알고 스스로 새롭게 하려는 뜻[자신지지(自新之志)]을 진작할 것이다.” (세종실록 16년 4월 27일)

유교적 개념에서 국가가 백성을 보는 관점은 친민이었다. 이후 성리학에서 민이 교화하여 깨닫게 된다는 뜻으로 신민이라 했다. 세종 당시 학자인 권근도 새로운 사람이란 뜻으로 신민이라 했다. 즉 세종에게 생민은 ‘삶을 살아내는 새사람 혹은 참사람’이란 뜻이다.

다시 말해 감오(感悟)를 통한 자신(自新, 스스로 새로워지다)은 ‘민이 생민이 되는 길’을 의미한다. 세종은 ‘생민의 주[도주생민(叨主生民)]로서 맨 앞에 서서 생생(生生)의 길을 연 군주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세종에게 있어 변역(變易)의 길은 생[삶, 앎]의 순환에서 경장(更張)과 혁신의 생생[거듭나기, 새로나기]의 길로 나아가는 변증 또는 진화의 길이라고 말한다.

변역은 사회와 제도를 바꾸는 일이다. 훈민정음을 둘러싼 공방이 대표적 사례다.

집현전 부제학 최만리 등이 언문 제작의 부당함을 다음과 같이 아뢴다.

“반드시 고쳐 새롭게 하자고 의논하는 자(更張之議者)가 있을 것으로서 옛것을 싫어하고 새것을 좋아하는 것은 고금에 통한 우환이온데, 이번의 언문은 새롭고 기이한 한 가지 기예에 지나지 못한 것으로서, 학문에 방해됨이 있고 정치에 유익함이 없으므로, 아무리 되풀이하여 생각하여도 그 옳은 것을 볼 수 없사옵니다.” (세종실록 26년 2월 20일)

최만리의 발언에서 경장(更張)은 사회언어 체계를 바꾸는 개혁의 수단으로 여겨졌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반드시 고쳐 새롭게 한다’는 경장지의(更張之議)라는 용어는 같은 날 기사에 변역(變易)으로 다시 등장한다. 역시 최만리의 상소 내용이다.

“만일에 언문은 할 수 없어서 만드는 것이라 한다면, 이것은 풍속을 변하여 바꾸는 큰일이므로(此變易風俗之大者) 마땅히 재상으로부터 아래로는 백료에 이르기까지 함께 의논하되, 나라 사람이 모두 옳다 하여도 다시 세 번을 더 생각학 제왕에 절정하여 어그러지지 않고, 백세라도 성인을 기다려 의혹됨이 없은 연후라야 이에 시행할 수 있는 것이옵니다.” (세종실록 26년 2월 20일)

저자는 변역(變易)의 정신을 한 마디로 ‘반증, 나아가 변화를 확인하는 변증의 신제, 창제의 길’이라고 단언한다.

생생의 길 가운데 백성은 ‘스스로 새로워짐[自新]을 통해 생생지락(生生之樂)이라는 삶의 기쁨을 누리고, 다음 단계에서 ’더불어 누리는 즐거움[共享生生之樂], 즉 살고 살리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게 세종의 생각이었다. 이 기쁨은 모두의 지속적인 즐거움인 공락(共樂)의 세계로 향한다. 저자가 말하는 세종 철학의 지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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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광옥은 서울고와 서울대 문리대, 서울대 신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동양방송 프로듀서, 중앙일보 동경지사장・부국장을 역임했다. 경희대에서 ‘조선 후기 민중공론에 관한 연구’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광주대를 거쳐 수원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법정대학장을 지냈다. 정년퇴임 후에는 명예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로 있다.

2005년 10월 한국중앙연구원 세종국가경영연구소가 주관한 ‘세종실록 강독’에 참여했으며, 2013년부터는 ‘세종실록’ 전문 강독회에 참여했다. 이후 ‘세종 문헌 DB 해제 세미나’ ‘세종 사랑방’ ‘세종학 연구’ 등의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한지혜 기자  wisdo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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