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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있는 시(詩)가 그리운 계절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8.10.17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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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스트 이화독서클럽] <4>‘시 한 구절의 힘’ 저자 이규식과의 만남
세종포스트이화독서클럽 10월 정기모임은 '시 한 구절의 힘'의 저자인 이규식 교수와 만나 특강을 듣고 토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세종포스트이화독서클럽이 가을을 맞아 <시 한 구절의 힘>의 저자인 이규식 문학평론가(한남대 명예교수)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저자인 이규식 교수는 16일 오후 6시 30분부터 세종포스트에서 열린 독서클럽에서 ‘시와 힘’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으며, 회원들은 책 속 각자 마음에 드는 시를 골라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치유명상음악가인 평산 신기용 선생은 기타 선율로 회원들의 낭독에 분위기를 더해줬고, 토론 후에는 파헬벨의 ‘캐논’, 킹 크림슨의 ‘에피타프’, 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을 변주해 들려줬다.

앞서 박정미 회원은 10월 지정도서로 선정된 일자 샌드의 <센서티브>를 읽고 자신의 경험을 녹여낸 서평을 발표했다.

다음은 <시 한 구절의 힘>의 저자 이규식 교수의 ‘시와 힘’을 주제로 한 강연 내용을 소개한다.

#한국 현대시, 어디로 가는가

'시 한 구절의 힘'의 저자인 이규식 교수가 세종포스트이화독서클럽 회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16일 열린 세종포스트이화독서클럽 '저자와의 만남'에는 치유명상음악가 평산 신기용 선생이 초청돼 회원들의 시 낭독에 맞춰 반주를 해주고, 미니콘서트도 진행했다.

이즈음 우리나라 현대시는 문학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와 디지털 시대에 접어든 이후 다른 예술 장르와 대비되는 사회인식의 변화로 인한 총체적 어려움에서 처해있다. 거기에 경제공황이 더해지면서 여건은 더욱 호의적이지 않은 길로 다가간다.

미국 등지에서 ‘문학의 죽음’을 이야기한 것이 이미 반세기가 넘은 1960년대이고 보면 이러한 비관적인 담론의 연원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건만 여전히 그 해결책이나 대안 제시의 구체성과 효용에 대한 검증은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반면 문학 내부의 폭발적인 ‘생산성’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게 문단 인구가 양산되고 있다. 매달 매해 대단히 많은 숫자의 신인들이 이런 신문 저런 잡지를 통하여 탄생하고 있으며 각급 교육기관, 문화센터 등의 등단 대기 인력 또한 엄청난 실정이다. 구독 부수나 광고수익 등 누가 보아도 경영상 명확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문예지의 창간 역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이중구조 속에서 우리 시에서 두드러진 화두는 무엇일까. 수년 전 어느 문학 계간지에서는 이를 일상성, 신서정(新抒情), 거짓 자연으로의 복귀, 부재하는 실재에 대한 집착, 언어실험 그리고 아마추어리즘의 함정 등으로 규정하였다.

세상과 인간존재 그리고 여기에 관련된 온갖 사상(事象)을 예민하게 감지, 형상화하려는 시인들이 세상과 삶,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며 해석하고 교감, 소통하는가를 비교적 함축적으로 요약하는 이 규정은 비단 시(詩)라는 문학 장르의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 문화의 전반적 인식과 세상 읽기의 주목할 만한 단서를 드러냈다.

#시와 진실

‘시 한 구절의 힘’ 이규식 지음 | 포엠포엠 펴냄

시가 진실하지 않다면 정도와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거기서 독자는 이내 거짓 목소리, 허위와 가식의 교언영색(巧言令色), 언어의 허망한 들먹임을 알아차린다. 다만 독자와 동료 시인들은 이런 경우 대체로 말을 아끼며 속으로만 예리한 재단과 평가를 거칠 따름이다.

허망하다고 그 누가 얘기해 줄 것인가. 시인 스스로가 기를 축적하여 애쓰지 않고 독자에게 부여하는 최소한의 감동조차 확보하지 못한 시가 난무하는 시대, 개인적인 삶의 흔적과 인상을 단면적인 어휘 몇 행에 담아 시라고 강변하는 시대에 진실하고 좋은 시인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실을 정확히 보는 안목이 있어야 하고 그 터전위에 개성적이고 변별력 있는 표현력, 대응력을 길러야 한다.

진부한 일상의 조각을 주워 담기에 바쁘거나 진정한 교감의 차원에 다다르지 못하는 자연접근, 부재(不在)하는 실재(實在)에 대한 착각과 맹목적 집착 그리고 진지성을 결여한 언어실험 등으로 치장하면서 시인의 내공을 게을리 하는 시도 적지 않다. 이것들은 독자에게 기상을 높여주면서 힘을 불어 넣기는 커녕 독자가 가지고 있는 기상마저 흐트려 놓을 것이다.

결국 시대를 방관하지 않는 시인이란 모름지기 기개가 넘쳐야 할 것이며 독자와 동료문인들에게 나날이 새로워지는 힘을 제공하는 언어의 연금술사로서의 사명을 다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시가 그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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