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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그 이후… 주짓수 열풍과 숨은 조력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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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그 이후… 주짓수 열풍과 숨은 조력자들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8.10.15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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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한주짓수회 조성훈 이사
대한주짓수회 조성훈 이사.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작은 힘으로 큰 힘을 꺾고, 상대의 힘을 나에게 유리한 기술로 바꾸는 스포츠. 최근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대한민국에 첫 메달을 안긴 주짓수 열풍이 거세다.

지난 8월 열린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주짓수 62㎏급 초대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했다. 성기라(21) 선수다.

끝이 아니다. 남자 주짓수 –94kg급 경기에서는 대한민국 황명세(32) 선수가 값진 동메달을 따냈다. 실업팀도 없는 상황에서 어떤 지원도 없이 이뤄낸 성과다.

이번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주짓수 종목 출전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대한체육회 가맹 단체가 아닌 상황에서 준회원 자격을 받아 두 선수를 내보내기까지는 물심양면 발로 뛴 조력자들이 있었다.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를 오가고, 내년 정식 가맹단체 등록을 추진하고 있는 대한주짓수회 조성훈 이사를 만났다.

이번 아시안게임 현장에서 있었던 비하인드 스토리와 제도권 내 주짓수 스포츠 활성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조성훈 이사와의 일문일답.

―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놀랄만한 성과를 냈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성기라, 황명세 선수 모두 부상으로 걱정이 많았다. 아시안게임 출전이 불투명했던 상황에서 단 2명의 선수가 겨우 출전했지만, 모두 메달을 목에 걸어 기쁘다. 예산이나 인력적인 측면에서도 지원이 전무한 상황이었다. 감동을 넘어 말로 형용하지 못할 정도의 감정을 느꼈다.”

―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두고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다. 출전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었다는데.

“오랫동안 주짓수를 해 온 선수들은 많지만, 대한체육회 등록 없이는 아시안게임 출전이 불가능하다. 지난해부터 문화체육관광부를 오가며 대한체육회 가맹단체가 되기 위해 힘을 쏟았다. 결국 준회원 자격을 받아 총 8체급 중 2체급 경기에 선수들을 내보낼 수 있게 됐다. 다수의 선수들이 출전했더라면 더 많은 메달 소식을 전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이번 아시안게임에 선수단과 함께 출국해 감동을 나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면?

“성기라 선수는 1회전에서 무릎 부상을 당해 걱정을 많이 했다. 전력을 위해 부상 사실이 알려져선 안 됐다. 뛰어도 괜찮겠냐 물었는데, 성 선수의 의지가 너무나도 강했다. 부모님의 반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주짓수를 해 온 선수다. 결국 부상을 딛고 금메달을 따냈다. 

황명세 선수도 무릎 부상을 당했다. 2, 3위전에서는 만난 선수는 세계적으로 주짓수에 가장 막대한 투자를 쏟고 있는 아랍에미리트 왕자이기도 한 파이살 알케트비 선수였다. 비록 경기는 패했지만,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해 결국 메달을 땄다. 현재 성기라 선수는 수술을 마치고 재활치료에 매진하고 있다. 병원비가 만만치 않아 걱정하길래 우선 치료에만 매진하라고 했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 낸 성기라 선수(왼쪽)와 조성훈 이사(오른쪽)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최근 주짓수 인기가 급격하게 높아졌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주짓수는 조르기, 누르기 등 그라운드 기술 위주다. 힘으로 압도하기보다는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 기술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운동이다. 쉽게 말해 작은 힘으로 큰 힘을 꺾을 수 있다. 어떤 무술보다도 실전에서의 위력이 크다는 게 매력이다. 주짓수는 여성들이 덩치 큰 남자들을 제압할 수 있는 운동이기도 하다. 실제 여성 선수들의 역량도 높다. 학생들도 많이 배우는 추세다. 기술만 해도 30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 실전 스포츠라는 측면에서 생활, 또는 특정 분야 활용도가 높을 것 같다.

“주짓수 도장이 늘면서 주짓수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 사정을 들어보면, 아직은 부족한 수준이다. 외국에서는 군 특수부대, 경찰 등 특수 직종에서 주짓수를 필수로 배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선수들을 이끈 성희용 단장의 경우 베트남에서 호치민 경찰들에게 주짓수를 가르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실용적인 측면에서 특수부대, 경찰 등에 주짓수를 도입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정부에서 예산과 제도 등을 마련해 추진해야 할 문제다.”

― 대한민국 선수들의 기량이 종주국 수준으로 높다. 하지만 아직도 세계대회 출전을 사비로 하고 있다고 들었다.

“아직은 그렇다. 대한주짓수회 이철상 회장, 김금빈 수석부회장, 허동준 부회장, 성희용 단장 등과 함께 대한체육회 정신 가맹 단체 등록을 추진 중이다. 올해는 우선 6개 전국 지부를 창설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주짓수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준비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우리가 매번 ‘적폐청산’을 이야기하지 않나. 종목마다 인기, 비인기 종목이 나뉘고 예산도 빈익빈 부익부가 심하다. 단체 등록도 쉽지 않다. 경제적인 지원에 있어서는 수석부회장인 ㈜금빈 김금빈 대표가 적극 후원해주고 있지만,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실정이다.”

― 세종지부도 추진 중인가?

“지부 설립에 있어 절차상 행정적인 부분이 매우 복잡하다. 세종지부도 추진 중이다. 오랜 시간 주짓수를 수련하고, 현재 세종시에 도장을 운영 중인 대한주짓수회 신동준 국제위원장이 최근 서류를 접수한 것으로 안다.”

― 주짓수 제도권 스포츠화를 위해 뒷받침하는 분들이 많아 보인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준비한 성희용 단장도 굉장한 분으로 알려졌다.

“한국 주짓수 1세대다. 부산 동천백산 본관 사범으로 브라질 유수 대회에서 10회 우승을 거머쥔 실력자다. UDT 대원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인 최초 블랙밸트 선수로 브라질 현지 대회에서 입상한 분이다.”

― 오는 11월 스웨덴에서 중요한 세계대회가 열린다고 들었다. 한국 선수들도 출전하나?

“이번 스웨덴 국제대회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대회로 꼽힌다. 남자 선수 12명, 여자 선수 4명 총 12명의 선수단이 출전한다. 성희용 단장, 김영수 감독, 이희진 코치가 함께 간다. 9월 열린 그리스 대회에서는 두 선수가 금메달을 땄고, 이달 열린 독일 대회에서도 동메달 2개를 따냈다. 스웨덴에서도 좋은 성과가 기대된다.”

대한주짓수회 조성훈 이사.

― 개인적으로는 남북 스포츠 교류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주짓수는 대부분 동남아, 아랍에미리트, 브라질, 일본, 중국 등에 많이 보급된 운동이다. 미국 하버드대에도 주짓수 동아리가 있다고 하는데, 아부다비 왕세자가 미국 유학 시절 하버드에서 주짓수를 배웠다고 알려졌다. 북한은 주짓수가 보급되진 않았지만,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역량은 크다고 본다. 

남북 스포츠 교류의 일환으로 판문점을 오가며 주짓수 대회도 하고, 우리 지도자를 파견 보내거나 선수들이 파견와서 수련받아도 좋을 것이다. 정치나 경제적인 교류도 있지만 스포츠, 음악, 문화 교류도 확대돼야 한다고 본다. 대한체육회 정식 가맹 단체가 되면 이 부분에도 기여하고 싶다.”

― 마지막으로 대한주짓수회 운영 계획과 주짓수 선수들에게 한 마디.

“임원과 운영진들은 행적적인 일 등 모든 제반 사항을 뒷받침해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주짓수가 2020년 도쿄 올림픽, 2022년 중국 아시안게임 등 지속적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생활체육으로서의 저변 확대, 열풍도 지속되리라 본다. 정부와 체육계 관계자,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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