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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자유화 30년, 이제는…[이규식의 ‘문화의 눈으로 보다’] <8>30년 시행착오

이미 오래전부터 경기침체와 깊은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지만 이런 걱정에서 벗어나는 곳 가운데 하나가 공항이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의 출국자 수는 해마다 명절이나 연휴가 돌아올 때마다 기록 경신이 이루어진다. 더할 나위 없이 심각한 체감 경제 속 호황을 누리는 해외여행 열기와 공항은 우리 사회 양극화 현상의 하나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넘쳐나는 ‘가는 관광’

1889년 프랑스혁명 100주년 기념 '파리 만국박람회(EXPO)' 때 세워진 높이 약 320m의 에펠탑. 건축을 놓고 반감을 보인 이들도 많았지만 파리를 세계 최고의 관광도시로 만든 명물이 됐다.

오랫동안 일본을 찾는 외국인 숫자는 우리나라보다 한참 아래였다. 나라 규모나 경제력으로 볼 때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었지만 실제 그랬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이 통계가 역전되더니 이제는 상당한 격차를 이루며 일본을 찾는 외국인 숫자는 줄곧 고공행진을 이어간다.

엔저(低) 추세 속에 사드 보복으로 우리나라로 갈 관광객들이 일본을 찾았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태 등 악재 역시 만만찮음에도 이러한 연유는 무엇일까.

더구나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여행패턴은 해외보다는 주로 국내 관광 위주여서 관광수지 면에서도 튼실하다. 우리나라에서 “제주 가는 비용으로 동남아”를 외치는 동안 일본인들은 “동남아 가는 비용으로 홋카이도, 큐수, 오키나와”를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일본여행 붐에는 우리 국민의 비중이 막대하다. 매스컴이나 SNS에서 줄곧 일본 곳곳이 소개되고 연예인들을 앞세워 일본 투어를 방송하는 프로그램의 영향도 클 것이다.

원전유출 후유증과 일본과 껄끄러운 관계 등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특히 젊은이들의 단기간 일본여행 열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일본여행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대체적인 평가는 바가지 없고 친절, 청결하다는 점에 모인다.

이는 관광객을 맞는 기본개념일 텐데 이런 미덕이 새삼 강조되는 것은 우리의 현실이 그러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 철 장사로 일 년을 버틴다는 의식, 물정에 어두운 외국인들에게 바가지를 씌워 우선 눈앞의 이익을 챙기려는 심사, 환경보존에는 관심 없이 우선 돈을 벌고 보자는 짧은 생각들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어두운 관광문화를 개선할 합리적인 대안을 찾을 때이다.

정부나 관광협회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는 어렵다. 모든 국민이 자신의 집에 손님을 맞이한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갖는다면 우리의 관광 현실은 크게 개선될 것이다.
 
#‘오는 관광’, 내실 있게

몽마르트 언덕에 있는 레스토랑 '르 콩쉴라'. 고흐, 모네, 피카소 등이 즐겨 찾던 곳이다.

외국 특히 유럽이나 동남아 여러 나라를 패키지여행으로 다녀본 분들이라면 관광지나 유적, 명소를 구경할 때 이른바 로컬 가이드라는 이름으로 현지인이 나타나는 경우를 자주 경험한다.

우리나라에서부터 함께 인솔하여 떠난 인솔자가 있고 현지에 거주하는 가이드가 보다 상세하게 우리말로 설명을 하고 있지만 이런 현지인들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거의 모든 로컬 가이드가 한국말을 하지 못 하거나 ‘안녕하세요’ 정도에 그쳐 종일 또는 몇 시간 동안 할 일 없이 일행을 따라오는 데 그치고 있다.

그렇게 말없이 걸어만 다녀도 일정 수당을 받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현상은 해당 국가의 관광규정 또는 자국인 고용촉진정책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혹시 있을지 모를 문화재 훼손, 잘못된 설명으로 국가 이미지를 그르칠 것을 우려해서 외국인 관광객과 동행하도록 한 조치로도 해석된다.

비용지출도 그렇지만 별 도움을 주지 못하는 현지인 가이드의 존재는 사실 불편하기도 하다. 그중에는 유창한 한국어로 한국인 가이드가 놓친 부분을 설명해주는 사람들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침묵으로 일관하여 피차 어색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제도가 있다지만 보다 강력하게 활성화해볼 만하다. 특히 취업난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이들이나 퇴직 후 보람 있는 일자리를 찾는 실버 계층에게 어학 능력을 검정한 다음 일정 교육을 통하여 전천후 관광안내사로 운용해도 좋겠다.

우리는 외국의 경우와는 달리 해당 언어를 구사하기 어려워 침묵으로 일관하는 어정쩡한 로컬 가이드가 아니라 관광객들의 언어로 우리 문화와 문화유적, 관광지에 대하여 살뜰하게 보충설명을 하고 세세하게 챙겨주며 개인적인 질문에도 답해주는 유익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즈음 중국인 대상 덤핑관광으로 일부 무자격 중국인 또는 조선족 가이드가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하여 터무니없이 왜곡된 안내를 하는 경우 적절한 통제기능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유・무형 관광자원을 더 알뜰하게 설명하고 홍보할 첨병 역할을 기대한다.
 
#이제는 제대로 즐겨야 할 관광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로마 가톨릭 문화의 본산지인 바티칸에서 안내 표지판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지 이제 30년, 우리는 엄청난 숫자의 내국인이 해외로 나가고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찾는 매머드 관광문화 시대에 살고 있다. 해외여행 대상 국가도 크게 늘었고 패키지여행보다 자유여행 비중이 오히려 앞서는 등 여행패턴이 크게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저가 덤핑 상품으로 인한 크고 작은 분쟁은 끊이지 않는다.

2018년 지금에 와서도 1989년에 내놓은 해외여행 비용 그대로 또는 그 수준마저 밑도는 가격을 내건 관광상품이 존재한다. 그 옆에는 이런 저가 상품의 10배가 넘는 가격의 이른바 명품관광이 관광의 양극화를 이룬다. 무조건 싼 가격을 선호하면서 대접은 대접대로 받으려는 소비자들의 의식은 바뀌어야 할 때이다.

소비자들의 각기 다른 심리를 겨냥하여 마냥 싼 값으로만 관광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나 명품관광을 선호하는 일정 소비계층에게 이해가 어려울 정도로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여행사 모두 관광선진국이 되기 위한 보다 합리적이고 새로운 인식전환이 필요한 때가 온 듯하다. 30년 시행착오를 경험했다면 이제는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고 온전한 대접을 받으며 유쾌하게 관광을 즐길 때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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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규식은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다. 한국외국어대 불어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남대 명예교수다. 대전시 문화예술진흥위원, 대전시 도시디자인위원, 대전예술의전당 운영자문위원장, 한국문인협회 대전광역시 지회장, 사단법인 희망의 책 대전본부 이달의 책 선정위원장, 외교부 시니어 공공외교단 문화예술분과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규식  victorhugo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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