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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바리 외교관’의 문화도시 세종의 꿈[세종의 문화인물] 세종시문화재단 대표이사 인병택
외교관 출신인 인병택 세종시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문화도시로 성공시켜야 도시가 비로소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세종시 한솔동 첫마을 BRT(비알티) 환승주차장 유휴공간이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규모는 작지만, 변변찮은 전시장 하나 없는 세종시 예술인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작은 미술관 개관은 세종시문화재단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2018년 작은 미술관 조성 및 운영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 7000만 원을 확보한 덕분이다. 여기에 세종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세종특별본부가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줬다.

작은 미술관 개관 전시회에서 만난 인병택(60) 세종시문화재단 대표이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고 며칠 후 그의 집무실을 찾았다.

제23회 행정고시로 엘리트 공무원 코스를 밟던 인병택 대표이사의 마지막 공직은 주도미니카공화국대사다. 대한민국 외교계에서는 알아주는 ‘일벌레’로 통한다.

이야기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 정부는 500일간의 대장정에 나섰다. 치밀한 득표 계산 속에서 1표라도 더 얻기 위해 발품 외교를 벌였다.

하지만 일부 국가들은 지지를 약속해놓고도 ‘양다리’를 걸치는 일이 다반사였다. 1차 투표에서 경쟁국이던 모로코와 표차가 9표에 불과해 정부 관계자들을 긴장하게 만들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아시아, 모로코는 아프리카가 각각 기반이기 때문에 연고가 없는 지역을 편으로 끌어들이는 일이 중요했다. 중미지역을 캐스팅 보트로 여긴 배경이다.

이 과정에서 인병택 대표이사의 ‘악바리’ 근성이 빛났다. 기상 악화로 현지인들까지 비행기 탑승을 꺼리는 상황에서 아이티를 방문해 소중한 한 표를 얻어낸 것. 당시 여수와 호남지역에서 ‘칭찬 릴레이’가 벌어졌는데, 그는 이 일로 여러 차례 칭찬을 받았다. 외교부에서 대통령 표창을 상신하겠다고 했지만, 후배에게 양보한 미덕은 지금까지 회자하고 있다.

― 자기 소개를 부탁드린다.

“소개라고 할 것까지는 없고, 공직에서 퇴직하고 지인들이 세종시문화재단 공모가 있다고 해서 응모했다. 한국정책홍보연구원 상임대표보다는 사회에 헌신하는 일을 하는 게 좋겠다 싶었다. 다행히 선택을 받았고 세종시에 오게 됐다. 한 도시가 생기면 문화와 예술이 자리 잡아야 완성이 되는 것 아니겠나. 문화재단 초대 대표로서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주미한국대사관에서 공보관을 지냈다. 대한민국의 문화와 예술을 알리는 일이 주요 업무였다.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까지 오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여하튼 지금은 행복도시와 조치원을 포함해 어떻게 하면 균형 있는 문화예술을 펼칠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면서 실행하고 있다.

아직은 시민 여러분이 느끼는 점은 크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곧 결과로 나타날 시점이 됐다고 본다. 문화예술 행정이 완성되려면 이론상 10년이 넘어야 한다고들 말한다.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달라. 곧 멋진 문화예술의 향연을 즐기시게 될 것이다.”

― 앞으로 세종시에 어떤 색깔의 옷을 입히고 싶은가.

“참 좋은 질문을 해주셨다. 한 도시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것은 문화와 예술이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루브르박물관은 몰라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걸작 ‘모나리자’는 모두 알고 있다. 이 세상에 하나뿐인 모나리자를 그 박물관이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로 전 세계 사람들이 줄 서서 찾는 것 아니겠나. 단지 그것 하나 때문만은 아니지만, 파리가 예술의 도시로 인정받는 데는 그 하나의 미술품이 큰 역할을 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세종시의 미래를 위해 그런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게 내 생각이다.

또 하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도시 30곳’을 선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22년까지 전국의 도시를 대상으로 문화도시를 선정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고령화와 산업구조 변화로 쇠퇴해가는 지역을 살려 문화 창조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지역문화진흥법 2조에 따라 지정하는데 우리 세종시가 선정될 수 있도록 지금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문화도시 선정을 위해서는 자생력 있는 문화생태계 구축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시민네트워크를 비롯해 지역 문화전문가 양성과 기반사업들을 시작했거나 계획 중이다. 문화예술사업을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공동으로 하는 것이 ‘문화도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문체부에 승인요청을 하려고 준비 중이니 시민과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 지금까지 문화재단을 이끌어 오면서 성과가 있었다면 소개해달라.

“사실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는 눈에 안 보이는 성과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문화예술 행정이란 게 앞서 말했듯 하나하나 쌓여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세종시문화재단이 세종시 산하 출자・출연기관 경영평가에서 상위 평가를 받았다는 점은 객관적 성과로 말씀드릴만하다고 본다. 특히 문화예술단체 지원과 효율성,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을 내실 있게 운영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어린이들과 여성들을 위한 맞춤형 공연을 운영해 많은 성과가 있었고, 아직 성에는 차지 않지만,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연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도 성과라고 생각한다. 내년부터 추진할 지속발전 가능한 로드맵을 수립한 것도 하나의 성과다. 세종시의 역사와 전통, 예술, 문화산업과 지역사회문화를 진일보시켜나갈 것이다.”
 
― 마지막으로 시민과 문화예술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지역의 문화 분권 실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나가겠다. 품격있는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시민들께 제공해드리고, 무엇보다 모자란 문화창작공간 확충과 문화중심의 도시 재생 지원을 위해 노력할 것을 예술인 여러분께 약속드린다.”

유태희  naturec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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