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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교사의 눈으로 본 세종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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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교사의 눈으로 본 세종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8.09.27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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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스트-세종교육청 공동캠페인] <3> 학교로 스며든 공동교육과정
세종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 중 서브스턴스(Substance) 프로그램 수업 장면. 현업 게임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사용하는 툴로 배우기 쉽지 않지만, 올해 강의가 개설됐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세종시교육청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이 올해 운영 2년 차를 맞이했다. 누구나, 어디서든 자신이 원하는 교과를 선택해 배울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은 현 체제 안에서 가히 혁신이라 할 수 있다.

전국 최초로 도입된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이 가지는 의미부터 고교학점제와의 연계, 참여 학생·교사 인터뷰까지. 총 5회에 걸쳐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학생들에게 보장된 과목 선택권, 꿈 찾는 여정의 안내자가 될 수 있을까? <편집자 주>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비슷한 꿈을 가진 세종시 고등학생들이 한 교실에 모였다. 정규 교육과정에는 개설되지 않은 진로 맞춤형 수업을 듣기 위해서다.

수요일 방과후, 토요일 오전과 오후 세종시 학교에서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각자의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공동교육과정이 진행된다. 학생들은 2학기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에 수강신청했다.  

교사와 웹툰작가, 그래픽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과 성남고 공동교육과정 수업 교사들을 만났다. 실제 학교에서 체감하고 있는 공동교육과정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독학으로는 불가능한, 최신 그래픽 툴 마스터

(왼쪽부터) 성남고 김민규 학생, 가준호 교사.

성남고 2학년 김민규 학생(애니메이션과)은 그래픽 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이다. 2D 프로그램과 3D 애니메이션 프로그램 활용법은 배웠지만, 최근에는 서브스턴스(Substance) 페인터 프로그램에 푹 빠졌다.

서브스턴스(Substance) 프로그램은 프랑스 알레고리드믹(Allegorithmic) 사에서 개발한 툴이다. 물리 기반 렌더링(physically based rendering, PBR) 방식으로 고해상도의 텍스처를 만들어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 그래픽 등에 주로 사용돼왔다. 캐릭터의 갑옷, 가상현실 속 타일, 흙·돌바닥, 나무, 바위, 콘크리트 질감은 물론 풍화, 긁힘, 바래짐, 마모 등의 효과를 줄 수 있어 현실감을 높인다.

김민규 학생은 “기본적인 툴로는 모델링이 한정되고, 특수효과를 입히기 어렵다”며 “독학하기도, 구하기도 힘든 프로그램을 배울 수 있어 특별한 수업이다. 그래픽을 배우고 있는 친구들, 처음 접하는 친구들 모두 흥미를 갖고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프로그램은 프랑스 회사에서 만들어져 유명 게임사에서는 활용되고 있다. 아직 생소한 툴이어서 연구 자료가 적고, 유투브 영상을 통해 독학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 프로그램이 공동교육과정 수업으로 개설된 것은 성남고 애니메이션과 가준호 교사 덕분이다. 가 교사는 게임특성화학교에 재직하다 이번 2학기 성남고로 전입했다.

가 교사는 “해당 수업은 사실 고교 교육과정에서는 거의 전무하다고 본다”며 “4차 산업과 맞물려 디지털 아트 분야가 확대되는 추세고, 업계 성장 속도도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학생들도 이 흐름에 맞게 프로그램을 접하고 배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업은 수요일 방과후, 토요일 오전 진행된다. 성남고 애니메이션과 학생들 외에도 한솔고 학생 4명도 이 수업을 듣는다.

가 교사는 “한솔고 이과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며 “사실 이 프로그램 역시 최초 개발 당시 수학자들과 아티스트가 협업해 만든 툴로 알려져있다. 아이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실행해보면서 새롭게 흥미를 가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토론 중심 수업, 같은 꿈 동질감도

(왼쪽부터) 성남고 손석근 교사, 아름고 이지민 학생.

인문 분야 교육비평과 토론 수업은 교사와 교육행정가를 꿈꾸는 학생들이 듣고 있다. 성남고 손석근 교사는 공동교육과정이 도입된 지난해 1학기부터 수업을 진행해왔다. 주제를 제시하면 학생들이 탐구하고, 토론하고, 보고서까지 만드는 프로젝트 수업을 지향한다.

손 교사는 “공동교육과정은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수업 혁신”이라며 “덕분에 아이들이 휴일에도 학교를 찾아 자발적으로 수업을 듣는 등 높은 학구열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수업은 한국 근대교육의 발전,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교육 현안에 대한 비평이 주를 이룬다. 탐구활동 이후 비평문 쓰기, 토론 등이 이어지고, 탐구 활동 보고서도 기록으로 남는다.

그는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자기소개서 작성, 면접 지도 등을 요청하기도 하고 이메일로 첨삭지도를 요청하는 등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며 “진로를 찾아가는 구체적인 과정 속에서 다른 학교 친구들과 교류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등 부수적인 효과도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아름고 1학년 이지민 학생은 중등 국어 교사를 꿈꾸고 있다. 지난 학기 교육 관련 학교 동아리에서 활동했는데, 이번 2학기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공동교육과정 수업을 신청했다. 같은 진로를 꿈꾸는 같은 학교 학생 2명도 함께 수업을 듣는다. 

이지민 학생은 “학교 수업은 보통 강의식으로 진행되는데, 글쓰기와 토론 중심 수업을 통해 각자 가진 전문적 지식을 공유할 수 있어 유익하다”며 “국어 관련 문법 수업, 중세국어 수업 등도 개설된다면 꼭 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웹툰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진로 넓히기

(왼쪽부터) 성남고 오한음 학생, 이현구 교사.

성남고 1학년 오한음 학생은 지난 1학기 웹툰 연구 수업에 이어 2학기 애니메이션 콘텐츠 제작 과목을 수강신청했다. 만화창작과 학생이긴 하지만 애니메이션에도 흥미가 있었기 때문.

오한음 학생은 “전공 수업때는 깊이있게 배우지 못했던 한 가지 주제에 대한 내용을 오랜 시간 배울 수 있어 좋다”며 “작품에 대한 피드백, 진단 등을 통해 만화 연출, 실력 향상 두 가지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 학기 들었던 과목에서는 단편 웹툰을 제작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대부분 재미를 위해 웹툰을 찾지만, 감동이나 감수성이 짙은 슬픈 만화, 공포 장르물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것이 오 양의 꿈.

그는 “독자들이 원하는 작품이 아닌 작가 스스로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다음 학기에 실제 유명 만화가들의 창작 방법, 작업방식에 대한 사례를 듣을 수 있는 수업이 있다면 수강신청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고 애니메이션과 이현구 교사는 지난해 1학기부터 공동교육과정 수업에 참여해왔다. 이 교사는 학생들의 실제 만족도를 현장에서 직접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현구 교사는 “응용미술 수업이다보니 실기를 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몰려 수업 참여도와 만족도가 높다”며 “특히 세종시에는 성남고 외에 타 학교 학생들 중 이 분야에 관심있어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수업 특성 상 1회차에 4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그는 “하루에 4시간씩 총 9회차로 진행되는 수업은 학생들의 집중도를 높이고, 수업 연속성을 얻을 수 있다”며 “실기 위주 수업의 경우 기존 학교 교육과정에서는 얻을 수 없는 큰 강점”이라고 했다.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이 세종시 도시 특성을 잘 살린 혁신 교육 방식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학교 간 거리가 가깝고, 거점학교 형식으로 운영하는 공동교육과정은 세종시 학생들이 누릴 수 있는 큰 혜택”이라며 “교과세부특기사항에 기록되고, 자기소개서에 쓸 수 있는 풍부한 소재거리가 되면서 입시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Ⅰ은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소인수 교과 및 심화·전문·실기 교과로 구성돼있다.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 현직 교사가 강사로 참여한다.

공동교육과정Ⅱ는 인문·어문·사회·경제·경영·자연·공학·생활과학·예체능 등 다양한 진로전공 강좌로 구성된다. 강사는 현직 교사와 대학교수(강사), 연구원, 장인 등이다.

올해 2학기 수업은 이달 초 개강해 운영되고 있으며 공동교육과정Ⅱ 중학교 3학년 과정은 내달 개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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