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인생, 세종시에서 연극으로 봉사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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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인생, 세종시에서 연극으로 봉사하고 싶어”
  • 유태희
  • 승인 2018.09.1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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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컬 ‘백제의 꿈’ 출연한 원로 연극배우 박웅
원로 연극배우 박웅 씨가 세종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남은 인생을 세종시에서 연극으로 봉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백제의 왕도(王都), 충남 공주시와 부여군에서 제64회 백제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지난 14일 개막해 22일까지 계속되는 충청권 최대의 역사문화축제다.

이번 문화제의 백미는 단연 공산성에서 열리는 웅진판타지아다. 뮤지컬 ‘백제의 꿈’은 웅진백제 4대왕인 문주왕, 삼근왕, 동성왕, 무령왕의 이야기를 서사적인 스토리텔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화려한 음악과 춤, 다이내믹한 영상과 특수효과 등을 총동원해 완성도를 높였다.

뮤지컬에 출연한 연극인 박웅(79) 씨를 만났다. 필자는 서울대학로문화발전위원회에서 기획이사로 일했는데 당시 위원장이 박웅 씨였다.

박씨는 1964년 ‘제작극회’에서 연극을 시작해 52년을 오롯이 무대에서 보낸 연극계의 원로다.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영화 ‘검은 사제’ 등 200여 편에 출연했다. 연극과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대한민국 예술원상을 받은바 있다.

웅진판타지아 '백제의 꿈'의 한 장면.

― 오랜만이다. 세종포스트 독자들에게 본인을 간단하게 소개해 달라. 바쁘실 텐데 어떻게 여기까지 내려오게 됐나.

“1940년 경북 문경에서 태어났는데 아버님이 부산으로 가시는 바람에 그곳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인생의 시작은 성우였다. 당시는 라디오시대라 성우가 인기가 높았다. 서울 동아방송에서 성우를 뽑는다고 해서 시험을 보러 올라왔는데 덜커덕 붙었다. 부산 촌놈이 서울에서 하숙을 하면서 예술인으로서 자리매김을 시작했다. 타향살이란 게 그렇듯 서울 생활이 얼마 되지 않아 외로웠다. 동료였던 장미자씨를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도 했다.

이 지역에는 참 오랜만에 왔다. 7년 전인가 백제문화제에서 뮤지컬 ‘칠지도’에 출연하느라 온 적이 있다. 아시다시피 주 무대가 서울이고, 그곳에 늘 내 역할이 있어서 바쁘게 지냈다. 대전의 연극계 후배인 도완석 연출가가 지방의 문화예술계가 어려우니 출연해다라고 부탁을 해와 이번에 내려오게 됐다.”

―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활동이 많았다.

“드라마는 지금은 고인이 된 김무생이나 사미자, 전원주 등과 같이 시작했다. 영화도 간간이 출연했다. 연극은 64년 ‘제작극회’라는 데서 시작했고 69년에 연출가 김정옥 선생과 이병복 선생이 함께 창단한 '극단 자유'로 옮겨 지금까지 같이 연극을 해오고 있다.

물론 먹고사는 문제를해결해야 하니까 영화나 텔레비전 출연요청이 있으면 나에게 맞는 역할인지를 보고 나가기는 한다. 하지만 나는 항상 무대에서 연극을 해왔던 사람이고 연극이 내 본분이라고 생각한다.”

― 이번에 아주 큰 상을 받으셨다.

“나보다 훌륭하신 분들이 많은데 이번에 내가 상을 받게 됐다. 사실 내가 관여하는 데가 많아 전에 무엇을 했는지도 잊을 때가 많다. 대한민국예술원상은 1955년부터 시작됐는데, 우리나라 예술진흥 발전에 현저한 공이 인정돼야 주는 상이다. 그래서 오히려 내가 물어봤다. 대체 내가 뭘 했다고 그 엄청난 상을 주느냐고 그랬다. 시상식 때 공적서를 보니 한국연극배우협회 초대회장을 지내는 등 연극계 발전에 지대한 공로가 인정된다고 쓰여 있더라. 그때 갑자기 뭔가가 머리를 때리는 느낌이 왔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 온 길을 뒤돌아보게 됐다.

그러면서 불현듯 남은 인생을 연극의 불모지에서 연극을 활성화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럼 불모지가 어딘가 하고 자문해봤다. 바로 여기 세종시가 아닌가 싶다. 남은 인생을 연극으로 세종시에서 봉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다. 요즈음 집사람(연극인 겸 탤런트 장미자)을 설득하느라 공을 들이고 있다. 아무래도 여자들은 요모조모 편리한 서울이 좋을 것이다. 또 서울이 고향이다 보니 선뜻 답을 주지 않는다. 계속 설득해보겠다.”

뮤지컬 '백제의 꿈'에 출연한 원로 연극 배우 박웅.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참 세월이 빠르다. 어렸을 때부터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다고 배우곤 했는데 나이를 먹어 곧 팔십이다. 참 세월에 장사 없다. 그래서 깨어 있으려고 무던히 노력도 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모두가 인연이고 나를 만난 모든 분들께 은혜를 입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이 자리를 빌려 드리고 싶다. 우리 부부가 세종에 오게 되면 연극을 좋아하는 분들이나 연극을 모르는 분들과 함께 연극교실을 열어 볼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시다시피 연극은 종합예술이 아닌가. 그런데 일회적인 순간예술이라서 역사적인 연구나 실증적인 연구를 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다. 연극을 학문적으로 하는 배우들에게 길잡이역할도 필요하다 생각한다. 이론적으로도 연극은 궁극적으로 모방놀이(make-believe)의 세계다. 청소년시절에 연극을 하게 되면 역할 놀이를 통해 한층 성장할 수 있다. 세종시에 청소년들이 많으니까 그 친구들을 위한 연극교실도 생각하고 있다. 여하튼 세종시로 이주하게 되면 다시 찾아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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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바위 2018-09-18 19:00:35
대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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