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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와 떠난, 화가의 남해안 그림책 여행[인터뷰] 화가 강혁
화가 강혁.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9박 10일 남해안 스쿠터 여행기가 화가의 손에서 그림책이 된다. 세종시 출신 강혁 작가가 위트 넘치는 50편의 글·그림을 실은 ‘고래스쿠터’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여행 그림책 출간은 올 초 경남 하동에 위치한 ‘지리산문화예술사회적협동조합 구름마’의 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전국에서 총 8명의 작가가 선정됐고, 강 작가는 세종에서 시작해 전주와 남원, 보성, 완도, 청산도, 하동, 남해, 통영, 부산 등 남해안 일주를 마쳤다. 글과 그림이 실린 그림책은 오는 10월 말 출간된다.  

현재는 텀블벅(Tumblbug)을 통해 출간 기금을 후원받고 있다. 후원자는 책과 함께 판화 원화 그림까지 소장할 수 있다. 

‘여행이 곧 작업이다’. 섬이든, 카페든, 텐트 안이든 자신이 머무는 곳이 곧 작업실이라는 그를 만났다. 죽기 전까지 10권의 책을 남기고 싶다는 다짐, 왜일까? 

느리지만 우연한

강혁 화가가 여행 전 구입한 스쿠터를 그린 그림. 흰색, 검은색을 지녀 이름을 '고래'라고 붙였다.

떠나기 전 그는 125cc 스쿠터 한 대를 장만했다. 그것도 무려 36개월 할부다. 7년 전 제주도 스쿠터 여행에서 느꼈던 감정을 다시금 느끼고 싶어 이동수단으로 선택했다. 고속도로 대신 시골길을 내달리다 보니 차로는 2시간이면 갈 거리를 5~6시간 만에 도착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스쿠터 여행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정표에 익숙해지는 여행이에요. 언제든 길가에 세우고 길을 물어볼 수도 있죠. 대신 차보다는 훨씬 느리고, 날씨 영향이 커서 내가 오늘 어디서 잘지, 어디까지 갈지가 불분명해요. 우연히 어떤 게스트하우스를 들어가거나 예상 경로에는 없던 카페에 들리면서 우연한 만남도 많아요.”

책은 흰색, 검은색 옷을 입은 스쿠터 친구 ‘고래’와 나누는 이야기 형식으로 집필됐다. 함께 수록된 원화 크기의 그림 작품들은 머물던 장소, 사람, 풍경을 담고 있다.

“6월 1일 여행에서 돌아온 뒤 한 달 만에 글과 그림 작업을 마쳤어요. 지금은 판화 작업 중입니다. 특히 글은 초안과 비교하면 거의 달라진 게 없어요. 또 그간 더미를 소재로 한 만년필 작품만 선보였다면, 이번 그림책에는 색을 입힌 작품도 함께 실었습니다. 그림 작품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원화전으로도 기획하고 있어요.”

이번 책 출간은 지난 2016년 ‘미완성 연인들’ 이후로 두 번째다. 당시는 친구 박진성 시인이 글을, 그가 그림을 그렸다. 새롭게 다짐한 것은 죽기 전까지 10권의 책을 내겠다는 것.

“그림책은 쉽게 찢어 액자에 걸고, 언제든 가지고 다닐 수 있어요. 제가 원하는 개념과 책이라는 플랫폼이 잘 맞아떨어집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공감'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어요. 내년 8월에는 프랑스 남부 렌터카 여행기도 기획 중입니다. 와인을 좋아하니까 와이너리 정보도 주고, 보르도도 가보려고요. 남해안편을 냈으니 서해안, 동해안도, 널리 지중해나 흑해도 가볼 수 있겠죠?”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청산도 범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본 노을. 그는 가장 인상깊은 여행지로 청산도를 꼽았다.

세종에서 시작해 전주와 남원, 보성, 완도, 청산도, 남해, 통영, 부산까지 달렸다. 돌아와서 꼽는 가장 인상적인 여행지는 바로 청산도. 그는 이 작은 섬에 이틀을 머물렀다.

“청산도는 흔히 서편제 영화 촬영지로 잘 알려진 작은 섬입니다. 제주도를 축소해 놓은 느낌도 들어요. 돌담도 있고, 예쁜 카페도 있고요. 신흥리 해수욕장도 아름다워요. 거기서 만난 게스트하우스 사장님도 기억에 남네요. 남해에서 봤던 노을도 기가 막혔어요. 색감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는 남해 용문사라는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를 했다. 여기서 만난 여승 원담 스님에게서는 명상 호흡법을 배웠다. 그가 배운 명상호흡법은 책에도 한 편의 글과 그림으로 기록됐다. 남해 상주 금산을 등산하면서 만난 파전집 할머니도 그에게는 특별한 인연이다. 

“금산 산장에서 만난 할머니가 계세요. 산에서 파전과 막걸리집을 운영하시는 분인데 다들 김가수 할머니라고 불러요. 그날 노래를 서너 곡 불러주셨는데 가게 손님들이 환호하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허락을 구하고, 노래 부르시는 동영상을 찍어 책에 큐알(QR)코드로 실었어요. ”

청산도에서는 국가 잠수부도 만났다. 그가 기억하는 최고의 만찬은 바로 잠수부 형님들이 만들어준 저녁밥이다. 

“고려청자 유물 발굴 수색에 참여했던 국가 잠수부 형님을 만났는데, 그림을 그리려면 꼭 바닷 속 세상을 봐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 말이 머리속에 박혔는지 그날 밤 바닷속을 탐험하는 꿈을 꿨어요. 저수지 공사로 3개월간 장기 투숙 중인 분들이었는데, 직접 캔 더덕으로 요리를 해주기도 하고, 깍두기도 담갔죠. ‘이렇게 호강해도 되나?’ 싶을 정도였어요.”

통영에서는 친구가 운영하는 펜션에서 하루를 묵었다. 느닷없이 방문한 바람에 방이 없어 1층 카페에 텐트를 치고 실내 야영을 했다. 스쿠터를 타고 가면서 종종 작은 갤러리를 들러 지역 작가들의 전시를 관람하기도 했다. 작품을 보며 받은 영감은 또다른 작품이 됐다.

“TJB 화첩기행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3년간 전국을 돌아다녔어요. ‘여행이 작업이다’라는 생각을 한 건 꽤 됐죠. 사실 여행을 하면서 작업을 한다는 건 약간의 부담도 있어요. 오늘은 어떤 에피소드가 있을까 기대감을 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만큼은 마치 책을 내라는 것처럼 모든 게 술술 잘 풀렸어요.”

두 번째 스무살, 두 번째 책

현재 강 작가가 작업중인 판화. 텀블벅 후원을 통해 책을 미리 구매하면 원화 판화 작품을 소장할 수 있다.

짝수 해 콤플렉스가 있다는 화가 강혁. 하지만 올해는 이상하리만치 모든 일이 잘 풀렸다. 그는 올해 마흔, 불혹의 나이가 됐다.

“30대까지는 나쁜 일은 짝수 해에, 좋은 일은 꼭 홀수 해에 일어났어요. 근데 마흔이 된 올해는 빗겨갔네요. 통영 친구 펜션에서 묵으면서 우연히 동갑 친구들을 사귀었어요. 술잔을 기울이며 올해 우리가 두 번째 스무살을 맞는다고들 했죠.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올해는 제 두 번째 스무살로 하려고요.”

그는 죽기 전 10권의 책을 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내년 8월 프랑스 렌터카 여행을 준비하고 있어서 2년 뒤인 2020년에는 그의 세 번째 책이 출간될지도 모른다.

“어떤 일을 시작하면 10년은 해야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제가 열 권쯤 그림책을 내다 보면, 뭔가 보이지 않을까요? 책에 더미 악보로도 수록됐는데, 출간기념회에서 선보일 기타 연주를 연습하고 있어요. 또 이달 30일까지는 서울 강남 갤러리 구하에서 더미 소나무 작품들을 전시합니다. 제 두 번째 책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한지혜 기자  wisdo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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