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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들어진 우리 음악과 함께 하는 추석 연휴[평산의 음악여행] <5>가을에 듣는 우리의 소리 10선
평산 신기용 | 치유명상음악가

가을은 산과 들이 아름다운 빛깔로 옷을 갈아입는 계절이지요. 우리도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의 옷을 곱게 갈아입어 보면 어떨까요? 이왕이면 조상의 숨결과 맥박이 뛰고 있는 우리 고유의 가락을 가슴에 담아 봅시다.

*제목(1~7)을 클릭하면 유튜브 영상과 함께 음악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1. 산천가 - 유지숙

아리랑 유네스코 등재기념으로 아리랑 22곡을 담은 ‘아리랑의 재발견’과 무가와 고삿소리를 모아 놓은 ‘기원과 덕담’이라는 음반 등을 발표한 서도명창 유지숙은 1998년 KBS국악대상을 수상하고 미국 UCLA대학 등 수많은 외국 공연초청공연과 평안남도 무형문화재 제2호 ‘향두계놀이보존회’ 대표와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지도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북녁의 소리를 새롭게 재현한 유지숙의 명반 ‘토리’에 수록된 ‘산천가’는 북한의 유명한 소리꾼 김진명이 작곡한 노래이다. 서도소리는 ‘수심가토리’라 하여 상청은 들어서 올려 내리고, 중청은 떨고, 하청은 곧게 뻗는 가락으로 뱃심으로 부르는 남성적인 소리이다.

특히 유지숙 명창의 상청은 비감(애원)과 쾌감(신명)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듣기 드문 소리의 보석이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을 가르며 들려오는 듯한 청아한 그녀의 목소리와 함께 가을의 결실과 풍요를 만끽하시기 바란다.

2. 상주아리랑 – 김소희

판소리 명창, 고(故) '김소희'가 만년에 발굴, 정리하여 발표한 단가로 그녀의 철두철미한 음악적 근성은 물론, 오래도록 다져진 내공과 외공이 명징하고 청직(淸直)하게 현시(顯示)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토속적이되 정갈하고, 소박하되 설득력 있는 고결한 예술혼과 조우할 수 있는 훌륭한 연주이다.

3. 수제천 – 국립국악원

국립국악원장을 지낸 한명희님은 ‘정악에 나타난 한국인의 미의식’이라는 글에서 우리나라 정악의 아름다움을 여섯 가지로 표현하였다. 장려미(壯麗美), 정관미(靜觀美), 유장미(悠長美), 노련미(老鍊味), 한아미(閒雅美), 순응미(順應美)다.

여기에 하나를 더해보면 자연미(自然美)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수제천은 궁중의 대표적인 연향악으로 임금의 어가행차(御駕行次)에 위엄을 높여주기 위한 정악(아악)의 백미로 피리가 주선율을 연주하는데 매 장단 끝에서 다음 장단까지 피리가 쉬는 동안에 나머지 악기가 연주하는 연음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보여주는 대곡이다.

임금이 수레를 타고 대궐 문을 나서는 순간, 수제천이 울려 퍼진다고 상상하며 들어보라.
유장하고 장대하고 웅혼한 가락이 듣는이의 정기신을 회통시키리니… <참고 한국전통예술의 미의식(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5년)>

4. 영산회상 – 국립국악원(관현악) / 가민(피리독주)

석가여래가 영취산(카일라스)에서 제자를 모아놓고 설법하던 영산회(靈山會)의 불보살을 노래한 정악의 진수이니 필히 감득하여 보자.

정신의 거듭남, 의식의 고양이라는 차원에서도 그 의미는 높고 깊다. 60~70년대 아날로그로 녹음된 국립국악원의 L.P음반이 소리의 심도와 밀도가 깊고 진득하다. 신세대 연주가 ‘가민’의 정제되고 당찬 피리독주도 들어볼 만하다.

5. 비나리 - 이광수

남사당출신의 비나리 명인 이광수는 노련한 대목장이 대패로 나무결을 타는 듯한 걸쭉한 목소리로 사물(징, 북, 꽹과리, 장고)의 전주, 반주, 간주를 등에 업고 액막이, 살풀이, 축원을 구성지게 늘어놓고 있다.

구궁구궁 서서히 달아오는 북소리에 치고 올라오는 목청과 오브리가토(조주助奏)처럼 사용되는 쇠가락의 능란함과 반맥이 장단에 사설을 풀어놓는 뒷풀이 덕담은 점입가경이다. 참으로 절창이다.

6. 놀이Ⅱ - 임동창

임동창의 음악적 연혁에서 가장 빛나고 생동감이 있는 음사위를 보여준 작품.

특히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악기인 피아노를 풍물굿에서 장구로 칠채(길군악)와 자진마치 장단을 치듯이 활기차게 건반을 두드려대고 있다. 피아노의 왼손이 장구의 궁편이고 피아노의 오른손이 장구의 채편이라고 생각하고 감상하면 딱! 이다.

7. 눈길 - 어울림

이병욱이 작곡하고 손수 기타를 치고 가야금과 피리가 함께 앙상블을 이룬 이 곡의 절정은
애간장을 녹이면서 휘감고 파고드는 박범훈의 피리선율이다.

8. 옹헤야 – Mark Taylor(Sax) John Bishop(Drums) Marc Seales(Piano) Jeff Johnson(Bass) Greta Matassa(Vocal)

우리의 노래들을 재즈로 연주한 음반 ‘朝鮮之心(조선지심)-The Heart Of Coree In Cool Jazz’에서 가장 돋보이는 연주곡.

보리타작을 하며 경쾌한 장단에 맞추어 흥겹게 부르는 ‘옹헤야’ 는 선창에 이어 후창에서 자유롭게 대사를 끼워 넣는 재미있는 경상도 민요인데, 영어 가사를 들어보면 잉(ing)으로 끝나는 콧소리의 운(韻 라임)이 흥미를 더해준다. 여성 보컬 ’Greta Matassa‘는 ‘옹헤야’ 에서 그 진가를 톡톡히 발휘한다.
 
9. 봉황곡 – 한성준(장구) 심상건(가야금) 김덕준(해금) 정해시(퉁소, 대금)

1930년대 기악 합주 선집 <빅터 유성기 시리즈 8. 서울음반>은 일제강점기의 뛰어난 기량으로 조선의 풍류계에서 명성을 날리던 네 사람의 시나위 기악합주 <봉황곡>과 <취포무>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다.

봉황곡은 판소리 '적벽가<새타령>'에 나오는 봉황의 울음소리를 대신하는 '정해시'의 청아하면서도 힘찬 퉁소 소리와 가야금, 해금이 교접하는 가운데 한성준의 장구가 자진모리 장단으로 가락을 안고 놀면서 연주의 극치미에 도달케 하는 서정과 신명이 농후한 음악이다.

10. 취포무(醉袍舞)- 한성준, 심상건, 김덕준, 정해시

취포무(醉袍舞)는 술에 취해서 도포자락을 휘날리면서 춤을 추는 사람의 모습을 상상하며 들어보자.

우리 전통춤의 틀과 고법(북과 장구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완성시킨 전설적인 예인 '한성준'의 농익은 장단은 다른 연주자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면서 몰입과 여유로움으로 음악을 이끌고 간다.

그 소리는 마치 묵은 깻묵처럼 질박하고 시루떡처럼 도탑고 할아버지처럼 느긋하다. 명불허전! 참으로 핍진(逼眞)한 성음(聲音)을 지닌 고수다. 연주 중간에 터져 나온 여성의 추임새 ‘좋~다' 또한 재미와 흥취를 더해준다.

신기용  auramusic@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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