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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토불이, 국산 와인의 세계수준을 향하여[이규식이 만난 사람] <4>와인제조전문가(오놀로그) 최해욱 박사
㈜오노피아 최해욱 대표는 프랑스 툴루즈3대학에서 와인박사 학위를 받은 오놀로그다.

와인이 우리 일상 가까이 자리 한지 상당 기간이 지났다. 삶과 사교, 비즈니스의 순간순간 와인은 일종의 윤활유이자 매개체로 여러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비록 경기 부침에 따라 소비가 영향을 받고 우리 사회 급격한 취향 변동의 ‘쏠림’현상으로 위상변화는 있었지만, 와인은 사회발전 트랜드와 함께 일정 위상을 확보하게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 외국산 제품의 수입물량에 의존하는 와인의 제조・유통의 본질적인 한계로 인하여 일정 부분 제약이 수반되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 여러 지역에서 국산 와인 개발,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신토불이, 우리 농산물 우리 기술로 제조한 와인의 수월성을 확보하자는 의지의 표현이라면 와인의 본고장 프랑스에서 정통 와인제조술을 습득하고 귀국하여 토종 와인 개발에 헌신하는 최해욱 박사의 노력은 여러모로 의미 있다 할 것이다.

외국 원산 주류의 토착화라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자칫 무분별하게 외래 풍조에 휩쓸리기 쉬운 음주문화에서 주체적인 의식으로 우리 원료, 우리 기술로 만든 와인의 수준 향상은 여러 함의를 가질 수 있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오노피아를 설립하고 지역에서 수확되는 포도를 이용하여 국내기술로 정통 와인을 제조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최해욱 박사의 우직한 장인정신과 인문학적 사고를 공유해 본다.

(주)오노피아의 와인.

― 와인 전문가로서 와인의 매력, 와인의 미덕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인간이 마셔온 음료 중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가장 널리 회자 되었으며 가장 많은 스토리를 지닌 음료가 아닌가 생각한다. 아울러 전공자의 입장에서 볼 때 현존하는 식품 중 가장 복잡한 천연물이며 가장 만들기 어려운 점이 가장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온다.”

― 그동안 와인의 급속한 대중 보급, 저변확대에도 불구하고 아직 와인을 고가사치 주류, 마시기 어렵다, 절차가 까다롭다, 실수할까 두렵다, 맛을 잘 모르겠다, 시고 떫기만 하다는 등등의 반응이 있는데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

“초기에 와인을 접했던 소수의 소비자 사이에서 타 음료 대비 차별성을 강조하는 풍토가 성행하다 보니 일단 눈에 보이는 외형적 와인 매너에 중점을 둔 교육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근래 들어 와인이 소수만 접할 수 있는 소비재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기본적인 와인 에티켓 교육과 더불어 와인의 품질에 대한 의견 교환이나 대화들이 점점 주류를 이루고 있다.

와인이 우리나라에서 대중화 한지 그리 오래지 않으나 차츰 와인 문화가 성숙해 가는 현상이 돋보인다. 아울러 와인의 맛에 대한 판별능력은 맥주나, 소주만큼이나 마셔보면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주)오노피아의 와인연구소 설비들.

― 와인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15년 전 프랑스로 취업 이민을 떠나 4년간 프랑스 남부 아비뇽에 위치한 700명 규모의 음식점에서 주방보조로 시작해 최종적으로 파트장의 지위로 부주방장 역할까지 수행하게 되었다. 이 기간 잠시 음료 담당의 직책으로 약 1년간 와인을 다루다가 직업적인 전문가인 오놀로그 (oenologue)에 관심을 갖게 됐다.”

― 국내에서는 몇 안 되는 프랑스 국가공인 와인 양조기술자, 유일한 양조학 전공 박사인데 개인적 학업과 현장경험 그리고 연수 과정을 간략히 설명해 달라.

“5년간 레스토랑 일을 마치며 와인 양조 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이 기간 가스코뉴와 보르도에서 2번의 인턴과정을 거쳤고 졸업 후에는 라 네르트에서 양조책임자 필립 카펠리에의 어시스턴트 오놀로그로 그의 양조기술을 잠시나마(약 1년간) 전수받았다. 이때 나름 양조철학을 정립하게 됐다.

이후 박사과정에서는 포도의 추출적성과 나무 조각・추출물을 이용한 와인의 이화학・관능적 품질향상 및 제품 안정화에 대한 연구로 툴루즈 3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세계 와인학계의 올림픽인 보르도의 ‘오노 2015’에 한국인 최초로 논문투고, 2015 툴루즈 와인 심포지움의 학술위원 등으로 프랑스 와인학・산업계에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 경기도 화성시에서 와인 연구소를 열고 이제 본격적인 기술개발, 제조, 컨설팅 등을 수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와인산업을 회고하고 전망한다면.

“한국의 와인산업은 현재의 유통업 중심에서 생산업의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마케팅 분야 외에 생산업에서 필요한 양조기술 수요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와인 생산에 더 합리적인 기틀을 세우기 위한 양조기술을 생산자들에게 전파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 와인 대비 고품질 국산 와인 생산을 가능토록 해 한국 와인 산업의 발전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하고 싶다.”

레드와인 제조공정 개요

― 아직도 국내제조 와인을 경시하고 프랑스, 칠레, 미국 등 외국 와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국산 와인의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품평한다면. 또 와인 산업도 근래 활발하게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와인 전문가로서 국산 와인의 전략을 제시한다면.

“우리보다 와인 역사가 100년가량 앞선 일본 와인도 비슷하게 자국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은 적이 있었다. 지금은 일본을 대표하는 야마나시현의 와인 같은 경우에는 선진 와인 생산국 프랑스와의 기술교류 및 해외 전문가들로부터 품질을 검증받은 후 자국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인정받고 있다.

이때 필요한 점은 생산자가 자신이 생산하는 와인에 대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사항, 즉 원료, 기술적 특성, 제품 품질 등의 장점을 전문가들이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와 함께 제시해야 한다. 제가 운영하는 오노피아는 이런 점에 주목해서 한국 와인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한다. 같은 맥락에서 비날리 인터내셔널에 출품하기도 했다.”

― 와인 수확에서 제품 출하까지, 와인이 탄생 하기까지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한다면.
 
“일반적으로 레드와인은 포도를 파쇄한 과즙에 효모 등을 섞어 발효・숙성시키고 제성한 후 정제 또는 여과하여 제품을 생산한다. 이때 필요에 따라 후발효, 저장(오크통 등), 숙성, 살균 등의 공정이 추가되거나 순서를 바꾸기도 한다. 이후 와인은 필요에 따라 병입 후에도 일정 기간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숙성시킨 뒤 출하한다.”

최해욱 박사는 질 좋은 식사, 대화가 통하는 상대와 함께 와인을 즐기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 선호하는 와인과 와인 본연의 특성을 즐기며 ‘제대로’ 마시는 법을 조언해달라.

“개인적으로는 부르고뉴의 오크통에서 양조된 샤도네 품종을 좋아하며 이를 모티브로 오노피아의 화이트와인을 양조하고 있다. 와인은 항상 양보다는 질적인 식사와 병행돼야 만족감을 느낄 수 있으며 대화가 통할 수 있는 상대와 함께 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 와인에 대하여 무관심하거나 단지 고가의 술이라는 부정적 시각을 가진 분들이 있다. 와인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 달라.

“인간의 3대 욕구 중 하나가 식욕인데 이를 증폭, 활성화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와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말에 매우 동감한다. 와인에 무관심하거나 부정적 시각을 지닌 분들도 이런 경험을 한번 해보시기를 바란다.”

'이규식이 만난 사람'의 진행자 이규식은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교수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며, 저서와 역서로 ‘문화카페에서 꿈꾸다’ 등 35권이 있다.

이규식  victorhugo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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