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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가고, 물러나고' 어떤 경찰서장의 소통법[인터뷰] 김정환 세종경찰서장
김정환 세종경찰서장.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순경으로 시작해 총경까지 승진해 다시 고향 땅을 밟은 이가 있다. 세종시 금남면 출신 김정환(58) 세종경찰서장이다.

지난 1981년 서울 서대문경찰서에서 순경 생활을 시작한 그가 올해 8월 6일자로 세종경찰서장으로 부임해 금의환향했다.

김 서장의 고향은 세종시 금남면 반곡리. 정년을 2년 여 남기고 돌아온 고향은 천지개벽할 만큼 바뀌었지만 낯설지만은 않다.  

취임을 앞두고 280여 명 경찰 직원들의 연락처를 일일이 스마트폰에 입력하고, 두 번, 세 번 퇴고한 인사 메시지를 보냈다는 김 서장. 즐거운 경찰, 소통하는 경찰, 친숙한 경찰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그를 만나 취임 인사를 들어봤다.

취임 전후, 가장 먼저 한 일

지난 10일 자살 시도 신고를 받고 출동해 20대 남성을 극적으로 구조한 아름파출소 (왼쪽부터) 오세욱 순경, 이상민 경위가 김정환 서장(맨 왼쪽)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사진=세종경찰서)

서울 관악, 동작, 용산, 강남서를 거쳐 충남 천안, 충북경찰청에 있는 동안 그는 총경까지 승진했다. 함께 경찰에 입문한 동기 152명 중 총경까지 오른 인물은 김 서장이 유일하다.

그는 발령이 나자마자 경무계장을 통해 세종경찰서 전 직원의 이름과 연락처를 받았다. 280여 명의 경찰 직원들의 연락처를 일일이 휴대폰에 입력한 것이 그가 취임 전 처음 한 일이다.

김 서장은 “주소록을 만들어 메일을 통해 자기소개와 사진을 보내는 것으로 직원들과 인사했다”며 “고향이긴 하지만 오히려 조심스럽고 책임감도 크다. 직원들에게 먼저 손 내밀고 다가가는 것이 가장 좋은 인사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무보고는 한나절 만에 끝냈다. 대신 세종시와 관련된 기본 현황이 담긴 자료를 쌓아두고 독파했다. 등록된 성범죄자는 몇 명인지, 학교는 몇 개이고, 총기는 몇 정인지까지 머릿속에 빼곡하다.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표창 수여 방식을 독특하게 바꾸는 일이었다.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뻘쭘한 표창 수여식이 아닌 잊지 못할 인생의 한 장면으로 기억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남성을 신속한 조치로 구해낸 아름파출소 이상민 경위·오세욱 순경, 보람동 살인 피의자를 검거한 현창익·황현수 경사의 표창장 수여식이 그 예다.

그는 “사회자가 읽고 서장이 주는 표창 수여식 대신 경찰 스스로가 자신이 어떤 일로 표창을 받는지 외치고 함께 사진을 찍는 것으로 대체했다”며 “형식을 떠나 수상자 중심으로, 스스로 보람과 의욕을 북돋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바꾼 표창 수여 문화는 과거 그가 순경 시절 겪었던 일에서 비롯됐다. 서대문경찰서 순경 근무 당시 조사 중 도망치는 살인 피의자를 경찰서 건물 밖까지 쫓아가 검거한 사건이다.

김 서장은 “지금은 돌아가신 당시 서장님이 왜 스스로가 표창을 받는지 설명하라고 하면서 상을 주셨는데 지금도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며 “재임하는 동안 직원들이 경찰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싶은 이유”라고 말했다.

그의 딸 역시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서장실에는 딸 김효진 순경이 취임 기념으로 선물한 쓴 붓글씨 작품이 여러 점 걸려있다. 그의 형님 역시 조치원경찰서 경무과장, 정보과장 등을 지낸 후 퇴직한 경찰관이다.

학구파 경찰, 소통의 힘

김정환 서장.

그는 학구파 경찰로도 불린다. 올해 초에는 ‘지역 경찰관의 직무상 스트레스 유발 요인과 그 요인이 우울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졸업논문을 발표하고, 한세대 경찰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찰 생활을 하면서 학부, 석사, 박사까지 졸업한 케이스다.

김 서장은 “사실 박사 과정까지 마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순수 공업고, 거기다 야간고 출신이지만 무엇인가를 배워야겠다는 열정은 젊었을 때부터 충만했다. 새로 들어오는 후배들을 보면서도 자극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졸업 논문 주제는 그가 38년 간 직접 경찰 생활을 하면서 늘 가졌던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지구대 파출소 경찰들이 겪는 정신적인 고충에 대한 얘기다.

그는 “야간 근무에 심신이 지치고, 주취자들에게 늘 약자일 수 밖에 없는 경찰들의 자부심을 어떻게 키울지 항상 고민이었다”며 “이곳에서도 세종경찰의 직무만족도를 높이는 일에 우선적으로 중점을 둘 것”이라고 했다.

올해 5월 종영한 JTBC 드라마 ‘라이브’는 지구대 경찰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실감 있게 다뤄 호평을 받았다. 현직 경찰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는데, 그 역시 이 드라마를 흥미롭게 시청했다. 

김 서장은 “드라마에 나오는 지구대처럼 서울 관악, 낙성, 광진, 강남, 논현 등 전국에서 112 신고가 가장 많은 곳에서 근무했었다”며 “약간의 픽션이 가미되긴 했지만 현장을 제대로 반영한 드라마에 가깝다. 삼단봉에 모자를 거는, 선배가 보면 혼낼만한 그런 모습조차도 리얼에 가까웠다”고 평했다.

38년 간 정보과, 수사과, 감사과, 생활안전과 다양한 부서를 거치면서 그는 ‘소통’에 대한 자신만의 가치관을 갖게 됐다. 덕분에 생활안전과장을 지냈을 당시 가는 곳마다 직무만족도는 S등급을 기록했다.

동기들과 스마트폰 메신저 방을 만들어 시책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평가를 묻기도 하고, 도움이 될 만한 의견들을 수집하기도 한다. 

그는 “승진이 보람되고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결국 현장을 떠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며 “권위를 가지고 무게를 잡는 것이 아니라 다가가 낮추고, 먼저 자신을 여는 것이 내 소통 방식”이라고 했다.

‘3불 타파’, 매일 만점 치안 기도

아버지를 따라 경찰 생활을 하고 있는 김 서장의 딸 김효진 순경이 취임 기념으로 선물한 붓글씨 작품이 서장실 한 쪽 벽에 걸려있다.

그는 재임 기간 주민, 경찰 내부 각각의 3불 타파를 목표로 삼았다. 우선 주민들이 갖는 범죄로부터의 불안, 교통 흐름에 대한 불편, 경찰관들의 업무 처리에 대한 불만을 줄이겠다는 것. 

경찰 내부적으로는 인사·승진 불합리, 문서 보고 등 불필요한 문화, 내부적인 부조리 등을 개선해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김 서장은 “회의 시 종이를 반으로 줄이자는 의견을 냈다”며 “보안 사항이 아닌 이상은 메신저 보고 위주로 하자고도 했다. 순경 시절부터 지금까지 경찰 생활을 하며 느꼈던 부분을 몸담고 있는 조직 내에서만큼은 조금씩 고쳐보려 한다”고 했다.

이달 말 기준 세종시 인구가 30만 9000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세종시 경찰관 1명 당 시민 수는 1011명, 전국 평균치인 450명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112 신고, 고소·고발 건수가 크게 늘었지만 경찰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종시 북부 전동, 연동 파출소는 명칭은 파출소지만 실질적으로는 소장만 있는 1인 파출소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는 “특히 신도심 아름, 한솔, 보람 파출소의 경우 인력이 태부족이고, 고소, 고발 등 민원사건이 늘어 내근 직원 수요도 커졌다”며 “본청에서 신경을 많이 쓰고 있지만, 향후 세종남부서가 생기고 지방청이 생기면 도시 발전에 발맞춰 경찰 인력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의 하루는 매일 새벽 세종시 원수산을 오르는 일로 시작된다. 아침마다 집 뒷산에 오르는 일은 경찰 생활을 시작하고 갖게된 습관 중 하나다.

김 서장은 “모든 경찰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오늘 하루도 편안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새벽 산을 오른다”며 “오가는 시민들에게 조심하라는 안부 인사를 건네면서 마음 속으로는 만점 세종치안을 기도한다”고 했다.

한지혜 기자  wisdo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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