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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이전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률 0%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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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이전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률 0% 왜?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8.08.28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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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19곳 중 1곳만 의무채용 대상, 지역 대학 내 관련학과 없어 지원 불가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올해 상반기 세종시 이전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률이 0%인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한 것에 가깝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원주을)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혁신도시로 이전한 109개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의무 대상 인원 2771명 중 645명이 최종 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채용률은 23.3%로 올해 권고율(18%)을 상회했다.

지역별로 대구는 채용의무 대상 인원 121명 중 50명을 채용해 가장 높은 채용률(41.3%)을 기록했다. 이어 ▲강원 30.9% ▲충북 28.1% ▲부산 26.4% ▲경북 23.9% ▲울산 23.1% 순으로 높았다.

세종시를 제외한 혁신도시 지역인재 채용률은 모두 19% 이상이었다. 하지만 세종시는 대상 이전기관이 1곳뿐이었고, 채용 인원도 0명으로 확인됐다. 채용 기준에 해당하는 대상자가 아예 없었기 때문.

축산물품질평가원 인사팀 관계자는 “상반기 지역인재 의무채용 대상자가 14명이었으나 축산법에 의거해 축산 관련 전문대학을 졸업했거나 이와 동등한 자격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에 한했다”며 “현재 세종시 대학에는 축산학과, 수의학과, 낙농학과 등 관련 학과가 전무하다. 국토부에 이 문제를 건의하기도 했지만, 결국 지원자가 없어 채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역 인재 채용, 저조한 이유 따로 있다?

전국 혁신도시 올해 지역인재 채용률 현황. 올해 초 지역인재 의무화 시행 이후 채용률은 증가했지만 동시에 대상 인원 자체도 감소했다. 세종시는 대상 기관 1곳, 채용률 0%에 그쳤다. (자료=송기헌의원실)

지난해 시행령 개정에 따라, 정부는 올해 지역인재 의무 채용률을 18%로 정하고, 매년 3%씩 높여 2022년 30%까지 올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올해 기준 세종시 해당 기관은 총 19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세종시 지역 인재 채용 실적은 타 지자체보다 크게 저조한 편이다. 최근 3년간 지역인재 채용 인원은 ▲2015년 57명(전체 639명의 8.9%) ▲2016년 50명(전체 398명의 12.6%) ▲2017년 9명(전체 195명의 4.6%)으로 집계됐다.

채용 인원 자체도 감소하고 있다. 2015년에는 전체 채용 인원이 639명이었으나 2016년 398명, 2017년 195명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전체 채용 인원은 285명으로 다소 늘어났으나 지역인재 의무화가 적용되면서 대상 인원은 오히려 14명으로 크게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의무채용 대상 기관도 19개 기관 중 1곳(축산물품질평가원)에 불과했다. 부산은 이전 공공기관 11개 중 4곳, 대구는 9개 중 7곳, 광주·전남은 13개 중 8곳, 울산은 7개 중 5곳, 강원은 11개 중 3곳, 충북은 10개 중 4곳, 경북은 8개 중 6곳, 경남은 10개 중 6곳, 전북은 6개 중 3곳, 제주는 3개 중 2곳, 충남은 2개 중 2곳이 해당됐다.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 대상 제외 범위는 ▲시험 실시 분야별 연 채용 모집 인원이 5명 이하인 경우 ▲일정 기간 이상의 업무수행 경력을 응시요건으로 하는 경우 ▲석사학위 이상을 취득한 자에 한해 연구직 직렬으로 제한해 채용하는 경우 ▲이전 공공기관의 본사가 아닌 지역본부 또는 지사에서 별도 채용하거나 지역본부 또는 지사 5년 이상 근무 조건으로 채용하는 경우다.

세종시 관계자는 “19개 기관이라고 해도 의무화에 따른 예외규정 등을 적용하면 지역인재 채용 수 자체가 적어진다”며 “인근 혁신도시들도 마찬가지지만, 기관의 수요 자체를 높여야 하는데, 행정직 등까지 예외에 포함되다보니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사례로, 올해 상반기 인근 충북 혁신도시 내 10개 이전기관 전체 채용 인원은 133명이었다. 이중 지역인재 채용 인원은 12명, 9%의 채용률을 보였다.  

하지만, 지역인재의무화 기준을 적용하면 채용률이 28.1%로 급등한다. 의무화 대상 기준에 해당하는 인원은 32명뿐이기 때문이다.  

권역화만이 답이 아니다?

인근 대전에서는 올해 초 법 시행 이후 지역인재 채용 정책이 되레 대전 지역 청년에게 역차별을 주고 있다며 지역인재 채용 문호를 충청권 전체로 넓혀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지난 5월 출범한 '지역인재 채용 제외 역차별 개선 범시민 비상대책위원회'도 대전·세종·충남지역 권역화에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실제 대전은 정부청사와 대덕특구 등의 요인으로 혁신도시 지정에서 제외됐고, 이전 공공기관에 해당하는 곳이 단 1곳도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문제의식을 달리했다. '혁신도시 미지정'을 근본 원인으로 판단, 대전을 혁신도시로 지정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권역화 안건 추진과 동시에 제도 자체에 대한 불평등을 없애겠다는 목적이다.

혁신도시 이전공공기관에 해당하지 않는 공공기관을 상대로도 지역인재 채용을 촉구하고 있다. 대전에는 코레일, 수자원공사 등 규모있는 공기업과 대덕특구 출연연 등 다수 공공기관이 위치해있다.

세종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지역인재 채용 권역화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며 “대전을 포함한 충청권 상생협력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협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권역화 문제는 지역 내 반대 여론 등을 고려해 시기나 방식 차원에서 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족한 대학 인프라, 지역인재 기준 확대 필요

올해 상반기 세종시 이전 공공기관 19곳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 이행 현황. 축산물품질평가원을 제외하면 대상 인원이 1명도 없다. (자료=송기헌의원실)

세종시처럼 지역 내 대학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지역인재 범위에 ‘지역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졸업한 사람’ 등의 기준을 추가해 인재풀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29조에 따르면, 지역인재의 범위는 최종학력을 기준으로 지역 대학 졸업(예정)자 또는 고등학교 졸업(예정)자로 한정돼 있다. 현재 세종시 소재 대학은 고려대와 홍익대 캠퍼스, 한국영상대학교 총 3곳뿐이다. 

이채익 의원(울산 남구갑)은 지난 5월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혁신도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역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졸업한 사람’을 대상 기준에 추가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지역적 연고가 있음에도 지역인재에 포함되지 못하는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이 의원은 “지역 상황에 따라 지역인재의 범위를 다소 확대해서라도 지역인재 채용으로 인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대학 인프라가 적은 경우 지역대학 졸업자와 초·중·고 졸업자의 비율을 대통령령으로 정해 지역인재의 범위를 쿼터를 두고 운영한다면 지역인재 채용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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