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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이리도 슬플까, 윤동주 시인의 동시와 연애시윤동주 시민아카데미 2회차 강의, 시민들과 함께 시 낭송하고 노래 부르고
중앙대학교 이승하 문예창작학과 교수가 23일 '윤동주 시인의 동시와 연애시'를 주제로 두번째 강연을 하고 있다.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시인 윤동주의 동시와 연애시가 세종시민들의 목소리로 낭송됐다.

민족시인 윤동주의 삶과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시민 아카데미 2회차 강의가 23일 오전 10시 30분 세종포스트빌딩 5층 청암아트홀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 주제는 ‘윤동시의 동시와 사랑시’다. 중앙대학교 이승하 문예창작학과 교수가 지난 주에 이어 다시 강단에 섰다.

지난 1회차 강의가 1917년 만주 용정 명동촌에서 태어나 1945년 2월 16일 일본에서 옥중 사망하기까지 윤동주의 생애를 주제로 했다면, 2회차 강의는 윤동주의 동시와 연애시 읽기, 작품 창작 배경에 대한 설명이 중점이 됐다.

참석한 시민들은 25편의 작품을 차례대로 낭송했다. 강의 중간에는 팝페라 가수 이재갑 바리톤이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조범진 곡)’을 들려줬다.  

가난·가족애·기다림, 애달픈 동시

김세인 소설가가 윤동주 시인의 시 '투르게네프의 언덕'을 낭송하고 있다. 김 소설가는 이승하 교수의 제자이기도 하다.

윤동주 시인은 생전 수 십 여 편의 동시를 남겼다. 주로 연희전문학교 재학 중에 쓴 시다.

이승하 교수는 “윤 시인의 동시는 성인시에 비해 많이 알려진 편은 아니지만, 가톨릭소년이라는 잡지에 발표하기도 했을 만큼 다수의 작품을 남겼다”며 “존경했던 정지용 시인의 시집에도 동시가 여러편 나오는데, 아마 이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빨랫줄에 걸어논/요에다 그린 지도/지난밤에 내 동생/오줌싸 그린 지도/꿈에 가본 엄마 계신/별나라 지돈가?/돈 벌러 간 아빠 계신/만주 땅 지돈가? ('오줌싸개 지도' 전문)

누나의 얼굴은/해바라기 얼굴./해가 금방 뜨자/일터에 간다/해바라기 얼굴은/누나의 얼굴./얼굴이 숙어들어/집으로 온다. ('해바라기 얼굴' 전문)

윤동주 시인의 동시는 애잔함이 묻어나는 작품이 다수를 차지한다. 일제강점기 당시 가족들이 떨어져 살아야만 했던 시대적 상황, 노동을 위해 어린 누이가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하는 모습 등 어린 아이의 눈으로 본 삶이 순수하지만 슬프게 반영돼있다. 

이 교수는 “당시 힘들었던 민족 상황 같은 것이 간접적으로 드러난 동시 작품이 많다”며 “한 지붕 아래 살지 못하는 가족, 하루 종일 엄마를 기다리는 마음, 가난 등의 시대적 상황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참신하고 재미있는 동시작품도 있다. ‘겨울’, ‘만돌이’ 등의 작품은 동심의 풍경이나 전통놀이를 소재로 삼고 있다.

반면, 일제강점기 당시 비분강개의 심정을 담은 동시도 있다. 작품 ‘모란봉에서’는 평양 아이들이 일본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쓴 시다.

이 교수는 “중국 용정에서도 한국어가 일상이었던 윤 시인은 이국말로 노래하는 조선 아이들을 보고 낯선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며 “윤 시인의 비분강개는 ‘난데없는 자동차가 밉다’라는 시 구절을 통해 노골적인 감정을 내비치고 있다”고 했다.

수줍음 많던 청년 윤동주

팝페라 가수 이재갑 바리톤이 '별헤는 밤' 노래를 부르고 있다.

윤동주 평전과 실제 가족들의 증언에 따르면, 윤동주 시인은 부끄러움 많던 청년으로 알려졌다. 영화 '동주'에서 나온 윤동주 시인의 로맨스는 감독의 상상력이 발휘된 픽션에 가깝다는 것.

윤동주 시인의 당숙 윤영춘 씨는 “동주는 얼굴이 잘 생겨서 거리에 나가면 여학생들이 얼굴을 유심히 보기도 하고 여자들로부터 말을 건네받는 경우가 있었다”며 “하지만 수줍음이 많은 동주는 여자들을 잘 쳐다보지 않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다만, 여동생 윤혜원 씨에 따르면, 윤동주 시인이 관심을 가지고, 연모의 감정을 키우던 여인은 존재한다. 일본 유학 중에 만난 박춘애라는 이름의 여성이다. 

이 교수는 “윤동주 시인이 일본 대학 재학 중 여름방학에 집으로 내려와 여동생에게 사진을 보여 주며 '이 여인이 어떻느냐'고 물었다는 증언이 있다”며 “함경북도 한 목사의 딸로 알려졌는데, 결국 인연이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몇 권의 평전, 가족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윤동주 시인의 연애담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늘 빠듯한 유학 형편에 연애는 사치나 호사인 환경이었으리라 짐작된다”고 했다.

이날 강의에서는 6편의 연애시도 소개됐다. 이중 ‘사랑의 전당’, ‘눈오는 지도’, ‘소년’에 나오는 여성의 이름은 ‘순이’로 모두 같다.

이 교수는 “총 3편에 시에 같은 여성의 이름이 나온다”며 “마음속에 두었던 여성은 있었지만, 순이라는 이름은 여성 정체를 상징하는 인칭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3회차 강의는 오는 30일 오전 10시 30분 세종포스트빌딩 5층에서 열린다. 이숭원 서울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윤동주와 정지용’을 주제로 강단에 선다.

이어 9월 6일에는 윤동주의 시에 나타난 자아의 변화(이숭원 서울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14일에는 윤동주 시 깊이 읽기(권오만 전 서울시립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강의가 진행된다.

마지막 5주차에는 세계적 수준의 뮤지션 지노 박(ZINO PARK)의 ‘미니콘서트 윤동주’도 마련돼있다. 오는 10월 11일(목) 오후 7시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음악회 ‘세종에서 음악으로 다시 태어난 윤동주’도 개최된다.

시민 아카데미 신청 접수는 이메일(yibido@hanmail.net)로 하면 된다. 접수 시에는 신청자 이름, 휴대전화 번호를 기재하고 ‘윤동주 시민 아카데미 신청’이라고 쓰면 된다. 수강료는 무료다.

한지혜 기자  wisdo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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