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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오늘이 만들어 낸 결과, 당신의 선택은?
  • 미노스
  • 승인 2018.08.11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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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스의 동화마을] <12>미래를 보는 안경

하윤이는 할아버지가 쓰고 계신 안경이 너무도 궁금했어요.
아빠도 안경을 쓰시지만, 할아버지 안경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습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안경을 쓰면 어떻게 보여요?”

할아버지는

“으음. 안경을 쓰면 작게 보이던 것이 크게 보이게 된단다.”

하셨어요.

“정말요?”

“그럼. 한번 써보렴.”

하셨어요.
하윤이가 할아버지 안경을 쓰고 보니, 작은 글씨가 이렇게 크게 보이는 것이었어요. 그렇지만 조금 이상했어요.

“아빠 안경은 큰 글씨가 작게 보였는데…”

하윤이는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할아버지, 할아버지. 안경은 참 이상해요. 어떤 안경은 큰 것이 작게 보이고요. 어떤 안경은 작은 것이 크게 보여요. 이상하지요?”

할아버지는,

“응, 안경에는 작은 것을 크게 보이게 하는 것도 있고, 큰 것을 작게 보이게 하는 것도 있단다. 또 안보이는 것을 보이게 해주는 안경도 있고, 멀리에 있는 걸 가깝게 보이게 해주는 안경도 있단다.
안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하셨어요. 하윤이는 눈을 깜빡거리며 들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하윤아, 신기한 안경 보여줄까?”

하시는 것이었어요.

“예.”

그랬더니 할아버지는 책상 속에 넣어두셨던 안경집에서 안경을 하나 꺼내시는 것이었어요.

“이 안경을 보렴.”

할아버지는 하윤이에게 안경을 씌워 주셨어요.
그리고 화분에 있는 꽃나무를 보게 해주셨어요.
꽃나무에는 아직 꽃이 피지 않은 꽃봉오리가 매달려 있었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안경을 쓰고 보니, 화분에 있는 꽃나무의 꽃봉오리가 서서히 벌어지면서 꽃이 피기 시작하는 것 아니겠어요? 그리고 활짝 핀 꽃이 지면서 꽃잎이 떨어지고 그곳에 작은 열매를 맺는 모습이 영화처럼 보이는 것이었어요.
 
깜짝 놀라 하윤이가 안경을 벗고 꽃나무를 보았더니, 꽃나무는 아까 전의 꽃봉오리가 맺혀있는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하윤이는 신기하여 다시 안경을 쓰고 꽃나무를 보니 또 꽃이 막 자라면서 열매를 맺는 모습이 보이는 것 아니겠어요?    
너무도 신기해서 할아버지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 하윤이에게 할아버지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응. 그 안경은 미래를 보는 안경이란다. 그 안경을 쓰고 보면 무엇이든 앞날이 보이는 안경이에요. 하윤이가 본 것은 바로 그 꽃나무의 앞날이란다.”

하시는 것이었어요.
정말 신기했어요.

이번에는 안경을 쓰고 할아버지를 보았어요.
그랬더니 할아버지 수염이 마구 자라면서 할아버지 얼굴에 주름이 깊게 생기는 것이었어요.
할아버지가 말씀하셨어요.

“할아버지가 점점 늙어가는 것이 보이지? 그 안경은 바로 1년 후까지 앞날이 보이도록 되어 있단다.”

하윤이는 안경을 쓰고 하윤이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그렇게는 할 수가 없었어요.
하윤이는 안경을 쓰고 마당으로 나갔어요.

마당에서 놀고 있는 삽살 강아지 쵸코를 보았어요.
쵸코가 무럭무럭 자라서 커지기 시작했어요. 그러더니, 강아지처럼 멍멍멍 짖던 쵸코가 컹컹컹컹 하면서 어른 개처럼 짖는 모습이 보이는 것이었어요. 쵸코의 이빨도 날카로와졌습니다.
쵸코의 앞날이 보였던 것입니다.

이번에는 마당 한편에 서 있는 감나무를 보았어요.
잎이 무성하게 자라 있는 감나무에서 붉은 감이 열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먹음직스러운 감이 참 탐스러웠습니다. 감이 붉게 익자 감나무 잎이 서서히 갈색으로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붉은 감만 매달려 있는 감나무에 하얀 서리가 내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뒷마당에 놓여있던 바윗돌은 아무리 보아도 변함이 없었어요.

삽화=서동주

정말 신기한 안경이었어요.
하윤이는 또 무엇을 볼까 곰곰 생각을 해보았어요.

그때, 방 안에서 하윤이 동생 소윤이가 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소윤이는 이제 막 무릎으로 기기 시작한 귀여운 아기예요.
하윤이는 미래를 보는 신기한 안경을 쓰고 동생을 보았어요.
그랬더니, 동생 소윤이 무럭무럭 자라더니 서기 시작하고, 걷기를 하더니 달음질을 하는 것 아니겠어요.

동생 얼굴이 참 예뻤어요.
하윤이는 동생이 그렇게 예쁜 아기가 될 줄 몰랐어요.
할아버지 안경으로 소윤이가 나중에 아주 예쁜 아기가 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이 안경을 쓰면 무엇이든 앞날이 보이는 거예요?”

“그렇단다.”

하윤이는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그러면 앞날은 다 정해져 있는 거예요? 소윤이는 나중에 예쁜 어린이로 자랄 것으로 정해졌으면 저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저 좀 보아 주세요.”

하고 말하였어요.
할아버지는 빙그레 웃으시며,

“허허허…
사람이나 나무나 사물은 다 앞날이 정해져 있단다. 그래서 안경이 보여줄 수 있는 거란다. 우리 하윤이는 호기심이 많고 똑똑하니 공부 잘하는 어린이가 될 거예요.”

“할아버지 정말로 미래는 정해져 있는 거예요?”

하윤이가 눈을 반짝이며 묻자, 할아버지는 하윤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그것은 내일 이야기하자꾸나.”

하시면서 할아버지는 더 이상 말씀을 안 해주셨습니다.
하윤이는 할아버지의 미래를 보는 안경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참 신기한 안경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궁금증이 솟아났습니다.

‘어떻게 미래를 알 수 있을까?
미래가 정해져 있다면, 아무리 착한 일 하고 공부를 열심히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할아버지 안경은 왜 1년 후까지밖에 못 볼까?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튿날이 밝았습니다.
일어나자마자 하윤이는 할아버지 방으로 갔습니다.
할아버지가 오늘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신다고 약속하신 것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는 하윤이를 보더니 빙그레 웃으셨습니다.

“하윤이가 미래를 보는 안경이 궁금해서 왔구나. 그래, 어서 오렴.
여기 앉아 보아라.”

할아버지는 안경집에서 미래를 보는 안경을 꺼내셨어요.
하윤이에게 써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어제 보았던 꽃나무를 다시 보라고 하셨어요. 하윤이는 꽃나무를 보았어요.

“어?”
이상했어요. 어제는 꽃나무에서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멋진 광경이 보였는데, 오늘은 꽃나무에서 꽃도 피지 않고 열매도 맺지 않고 시들하게 서 있다가 잎이 지는 모습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하윤이는 안경을 벗고 할아버지를 바라보았어요.

“할아버지, 할아버지. 참 이상해요. 어제는 꽃이 피는 모습이 보였는데, 어제 보았던 모습이 오늘은 안 보여요. 왜 그러죠?”

할아버지는 빙그레 웃으시면서,

“그렇지. 그거야 당연하지. 왜냐하면 내가 밤에 꽃봉오리를 꺾었으니까… 꽃이 필 리가 없지. 암…”

하시는 것이었어요. 그러면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어요.

"하윤아. 미래란 정해져 있단다.
당연하지. 꽃봉오리가 맺혀있으면 곧 꽃이 필 것이고, 할아버지같이 나이를 먹으면 늙어지는 것은 당연히 정해진 미래란다.
꽃봉오리가 없는데 꽃이 필 수 없고, 나이를 먹는데 젊어질 수는 없지 않겠니? 이것은 당연한 이치란다.
그러니 미래는 이 이치에 따라 모두 정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란다.
그것은 콩을 심으면 미래에 콩나무가 나오고, 팥을 심으면 팥나무가 나올 것이 정해져 있는 것과 같단다.”

하윤이는 침을 꼴깍 삼켰습니다.

“하윤이에게는 조금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세상일은 원인이 있으면 반드시 결과가 있게 마련이란다. 그래서 오늘의 원인이 있으면 미래의 결과는 정해져 있다고 해도 좋은 것이란다.

꽃봉오리가 있으면 꽃이 피는 것이 정해져 있는 것이요, 꽃봉오리가 없으니 꽃이 안 피는 것이 정해진 미래 아니겠느냐?
그래서 어제 안경으로 볼 때와 오늘 안경으로 볼 때는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란다.”

하윤이는 할아버지 말씀이 알 듯도 모를 듯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어제 미래의 안경으로 본 꽃나무의 모습과 오늘 미래의 안경으로 본 꽃나무의 모습이 다른 것은 틀림없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또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어요.

“사람들은 누구든 미래를 알고 싶어 한단다. 그리고 미래를 보는 안경을 누구든지 갖고 싶어 하지.
하지만, 미래를 보는 안경은 누구든지 갖고 있단다.
오늘 일어나는 일을 자세히 알고 있다면 내일 일어날 일은 누구든 당연히 알 수 있는 거란다.
그런데 사람들이 오늘 일은 안경으로 자세히 보지 않으면서, 내일 일을 볼 수 있는 안경만을 찾는구나.

오늘 없는 내일이 없듯이, 내일은 곧 오늘이 만들어 낸 결과일 뿐이란다. 알겠니?
내일은 따로 없어요. 오늘이 바로 내일인 거지…”

“그럼 모레는요?”

“모레는 내일의 원인이 나타난 거지. 그다음 날은 모레의 결과이고… 그렇지만 우리는 오늘 모든 일이 미래에 어떻게 될지 알 수는 없단다.
오늘의 원인이 내일 어떤 결과가 될는지 그 이치를 완전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야.
그 이치를 알고자 하는 것이 공부란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한 것은 알 수 있어요.
미래라고 미리 정해진 것은 없다는 것이란다. 오늘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다시 얼마든지 변한다는 것이지.

하윤아. 쵸코를 다시 보아라. 어떻게 보이는지…”

하윤이는 미래의 안경을 쓰고 삽살 강아지 쵸코를 다시 보았어요.
쵸코가 쑥쑥 자라 어른 개가 되어가는 것이 보였어요. 그렇지만, 어제의 모습과는 조금 달라져 있었어요.
어제 저녁 비가 와서 날씨가 추워져서인지 초코는 어제 안경으로 본 모습보다는 덜 활기찬 모습이었어요.

하윤이는 할아버지 말씀이 이해가 될 것도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생 소윤이를 다시 안경을 쓰고 보았어요.
소윤이는 어제보다 더 예쁜 얼굴로 자라고 있었습니다.

아하...
어제 소윤이에게 나중에 예쁘게 클 거라는 칭찬을 해주었더니, 좋아했거든요. 그러더니 더 예쁘게 자라는구나…

하윤이는 할아버지의 미래를 보는 안경이 더 이상 신기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내일은 매일 매일 변한다는 것을 보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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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스의 본명은 최민호(사진)다. 대전 출신으로 제24회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공직에 입문했다. 충청남도 행정부지사, 행정자치부 인사실장, 소청심사위원장(차관급),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영국 왕립행정연수소(RIPA) 수료,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석사, 일본 동경대학 법학석사, 단국대학 행정학 박사를 취득하고 미국 조지타운 대학에서 객원연구원을 역임하였다. 공직 퇴임 후 고려대·공주대 객원교수, 배재대 석좌교수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홍익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퇴임한 후, 어린 손녀들에게 들려줄 동화를 만들어 달라는 딸의 부탁을 받고 온 가족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지어 주다 <어른이 되었어도 너는 내 딸이니까>(새움출판사)라는 단편소설과 동화가 있는 이야기책을 출간, 뛰어난 상상력과 아름다운 문체로 호평을 받고 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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