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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이름·광장 이름, 고유명사로 붙여보자[이규식의 ‘문화의 눈으로 보다’] <4> 파리의 빅토르 위고, 세종의 윤동주

여러분은 바쁜 일상 속 무심하게 지나쳐버리는 것들이 많은 삶을 살고 있지 않으십니까? 문학평론가이자 문화평론가인 이규식 교수가 소소한 것들에 숨어 있는 문화 현상, 거리를 거닐고 여행하며 바라본 것들, 사람들의 생활습관, 매너와 에티켓 등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필자 이규식은 한국외국어대 불어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한남대 교수(프랑스어문학전공)로 재직 중입니다. 대전시 문화예술진흥위원, 대전시 도시디자인위원, 대전예술의전당 운영자문위원장, 한국문인협회 대전광역시 지회장, 사단법인 희망의 책 대전본부 이달의 책 선정위원장, 외교부 시니어 공공외교단 문화예술분과위원장 등을 지냈습니다. <편집자 주>

이규식 문학평론가 | 칼럼니스트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서 혁혁한 무공을 세운 뒤 전역하여 사회사업에 헌신한 재미동포 김영옥(1919-2005) 대령의 이름을 딴 고속도로 구간이 지난주 명명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 북서쪽 도시 부에나파크 5번 고속도로 입구에서 ‘김영옥 대령 고속도로’ 표지판 기공식이 열려 미주 한인 이민사상 처음으로 고속도로 본 구간에 동포 이름이 새겨지게 되었다.

미국의 수없이 많은 도로 중 일부 구간에 이름 하나가 추가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고(故) 김영옥 대령의 삶과 업적에 비추어 뒤늦은 현양의 징표로 여러 감회에 젖게 한다. 2차 대전 영웅으로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재입대, 한국전에 참전한 분이다. 한국인으로는 처음 아시아계 최초의 전투대대장을 맡아 ‘미국 역사상 최고의 전쟁영웅 16인’으로 선정되는 등 뚜렷한 이름을 남겼다.

우리보다 미국과 세계에서 더 인정하고 존경하는 인물의 이름이 고속도로에 명명되면서 일상 속으로 한 걸음 더 다가온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래전 경춘선이 통과하는 춘천 근처 신남(新南)이라는 작은 역이 김유정(金裕貞)역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 흔치 않은 사례에 속한다. 을지로, 충무로, 퇴계로, 우암로 등이 고유명사를 따온 손꼽을 만한 지명이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일상화되어있다.

프랑스는 길 이름과 광장 명칭, 기차와 전철역, 공항, 심지어는 학교 이름에도 국내외 인사와 지명등의 고유명사를 두루 쓴다.사진은 빅토르 위고 역 구내.

프랑스의 경우 숱한 길 이름과 광장 명칭, 기차와 전철역, 공항 그리고 각급 학교 이름도 국내외 인사와 지명 그리고 역사상 유무명의 연대기와 갖가지 사연을 간직한 고유명사로 두루 쓰인다. 파리 지하철 1호선에는 미국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역과 영국왕 조지 5세역이 샹젤리제 거리에 인접해 있다.

드골, 퐁피두, 미테랑 같은 전직 대통령은 크고 작은 도시 도처에서 단골 이름으로 쓰이고 모차르트, 케네디, 처칠, 스탈린, 가리발디 등 세계 역사상 각 분야 중요 인물들이 길 이름과 광장, 공원, 건물, 공공기관 이름 등으로 통용된다. 한국-프랑스의 유대를 다지는 서울 공원도 파리 불로뉴 숲에 이미 오래전 조성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별로 활용되지 않던 고유명사의 지명 활용이 물꼬를 트면 유사한 요구가 계속 이어져 행정, 재정상 무리한 지출과 시민들의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일부 우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민선 7기에 접어들면서 각 지역의 정서, 문화와 역사 그리고 실정에 맞는 적절한 이름 변경은 적극 권장할 일이 아닐까.

인천광역시 남구가 7월부터 미추홀구로 과감하게 이름을 바꾼 사례는 칭찬할 만하다. 자기 지역의 뿌리와 역사를 인식하고 자랑스럽게 통용시키는 것이 문화 시대를 여는 첫걸음으로 여길만하다. 앞으로 이러한 사례가 널리 퍼지고 선순환을 이루면서 사안별로 엄격한 심의를 거쳐 미래지향적이면서 주민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전향적인 이름으로 바꾸는 것이 문화 행정의 소임일 것이다.

사진 왼쪽부터 빅토르 위고 광장, 빅토르 위고 전철역, 빅토르 위고 고등학교.

특히 이제 새로운 도시 조성에 몰두하는 세종시의 경우 <세종포스트>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윤동주 도시’ 브랜드 창조의 일환으로 윤동주 거리, 윤동주 광장, 윤동주 공원, 윤동주 기념 문화센터, 윤동주 초등학교 등을 명명하여 예민한 감수성과 개성을 지닌 젊은 세대들이 주역이 될 미래사회의 감성을 선도하기 바란다.

조그만 역 이름 '신남'을 '김유정'으로 바꾸었던 저간의 과정이 그리 녹록지 않았지만, 이제는 문화의식이 성큼 성장했고 문화마케팅의 가치를 모두 인정하는 시대에 이르렀기 때문에 그 가능성과 효용은 더없이 커 보인다.

이규식  victorhugo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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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 환한세상 2018-08-11 04:23:55

    그것보다도 세종대왕의 뜻을 이어받는 도시답게 한자를 없애고 한글로만 하자!!!

    종촌동이 뭐냐???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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