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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 시민주권, 세종시 ‘읍면동장 추천제’ 내실화 절실이춘희 시장 주민자치 분야 공약 추진, 주민 심의위 구성·후보자 심사 등 개선점 노출
세종시가 이춘희 시장의 공약 '시민주권특별자치시 세종' 추진의 일환으로 최근 조치원읍에 읍면동장 추천제를 첫 도입했다. (자료=세종시)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세종시가 '읍면동장 시민추천(공모)제'로 시민주권특별자치시 도약을 위한 첫 스타트를 끊었지만, 내실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읍면동장 시민 추천제 첫 대상자로 이동환 청춘조치원과장이 조치원읍장으로 선정됐다. 심사 결과 이 과장은 후보자 3명 중 최고점을 기록, 오는 8월 인사 명단에 오를 예정이다.

읍면동장 시민추천제 첫 도입, 어떻게 진행했나? 

읍면동장 시민추천(공모)제는 이춘희 시장의 5대 공약 중 하나인 '시민이 주인되는 주민자치' 분야에 포함됐다. 읍면동장에 공모한 내부 공무원을 시민이 면접 또는 투표를 통해 추천하거나, 개방형 공모를 통해 공무원 또는 민간경력자를 읍면동장에 임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시는 우선 소속 4~5급 공무원을 대상으로 내부 공모를 실시, 주민심의위원회(이하 심의회) 면접을 거쳐 후보자를 심사·추천하는 방식을 택했다.

첫 걸음은 다소 미약해 보일 수 있으나, 앞으로 제도 보완을 해나가면서 ‘세종형 시민추천제’를 만들어가겠다는 게 세종시 입장이다.

미약한 첫 걸음, 개선 과제도 분명

하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개선을 원하는 시민사회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시민이 선출하는~’이란 타이틀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심의회는 조치원읍과 관할 면지역 인구 비율에 따라 심의위원을 추천해 구성됐다. 주민대표는 조치원읍 13명(시의원 포함), 연서·전동·전의 각 2명, 소정 1명 등 총 20명을 선정했다. 여기에 일반 시민들의 참여 길은 열리지 않았고, 심의 위원 구성 절차 및 기준, 명단도 공개되지 않았다.

실제 심의회는 세종시의원(3명)과 주민자치위원회 관계자, 지역 시민단체 단체장, 농협 등 지역 금융기관 종사자, 이장협의회 관계자, 상인회 관계자 등 지역 주요 인사들로만 구성됐다.

시민 A 씨는 “주민의 대표 격인 심의위원 선정 절차, 후보자 심사 기준 등에 대한 정보가 일절 공개되지 않았고, 후보자에 대한 어떤 정보도 주민들이 사전에 알 수 없었다”며 “이름만 시민주권특별자치시, 민주주의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심사 전후 후보자의 읍면동 운영계획, 이력 및 소개서, 정견발표 등의 자료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도 실망감을 남겼다. 지역을 위해 어떤 일을 해왔고, 어떤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주민들과 공유하는 과정이 빠졌다는 얘기다.

시 관계자는 “주민 심의위원 명단은 공개될 시, 심사위원들에게 외부 압력 등 영향이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앞으로 평가방식 등에 있어서는 심의위원 선정 등 일반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개선안을 찾겠다”고 해명했다.

타 기초단체 사례로 본 세종시 ‘후진 행정’

이춘희 시장의 주민자치 4대 분야 10대 과제 중 마을 조직 분야 공약에 '읍면동장추천(공모)제'가 포함돼있다. (자료=세종시)

타 시·도 시민추천제 사례를 보면, 세종시의 첫 걸음이 다소 더디다는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광주 광산구는 지난 2014년 8월 수완동을 시작으로 총 9개 동에 동장 추천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명의 동장이 주민 추천으로 임명됐다. 마을 단위 직접민주주의 모델로 뿌리내렸다는 평이다.

추천 과정도 투명하고 체계적이다. 사전에 각 동마다 200여 명의 주민투표단을 공개 모집해 선정하고, 동장 후보자들은 투표단 앞에서 직접 공약을 발표해야 한다. 투표단은 동 운영계획, 질의 답변 등의 심사를 거쳐 추천 대상자를 결정한다.

후보자들의 득표수와 순위도 공개된다. 다만, 지난해 광주시 종합감사에서 득표수 공개가 지방공무원법 위반이라는 지적을 받은 뒤에는 순위만 공개하고 있다.

서울시 금천구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지난 2015년 국내 최초로 독산4동 동장을 개방형 직위제로 선출했다. 2013년 개정된 지방공무원법에 따르면, 지자체장 재량에 따라 동장 등을 민간에 개방할 수 있게 돼있다.

성과도 좋았다. 2년 간의 임기를 마친 독산4동 황석연(51) 전 동장은 올해 초 행정안전부 사회혁신추진단 정책협업팀 과장으로 임명됐다. 그가 동장으로 일하면서 보여 준 마을 혁신 성과 덕분이다.

적어도 3~4년 전 읍면동장 추천제를 먼저 도입한 타 기초단체와 비교하면, 세종시가 ‘시민주권’을 내걸고 대대적으로 추진한 읍면동장 시민 추천(공모)제는 미약한 수준에 불과하다.   

시민 A씨는 “추천제가 개방형 공모제의 전 단계라면,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대상이 기존과 같은 공무원이고, 행정을 바라보는 시각이 동일한데 주민자치 활성화가 얼마나 이뤄질지도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우선 내부 공모 후 시민 추천 방식으로 나아가고, 내년 동지역에서 1곳 더 시행해볼 예정”이라며 “최종적으로는 응모 대상을 민간으로 확대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 투표제 도입은 투표인단 모집 등 직접 선출과 간접 선출 방식을 둘 다 검토하고 있다”며 “앞으로 순차적인 개선방안을 도출할 때까지 조금 기다려 달라”는 입장도 덧붙였다. 

읍면동장 추천제가 당초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 여건 확대를 골자로 한 제도적 뒷받침이 선행돼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주민자치권 확대와 읍면동장 추천제가 발을 맞춰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시 역시 이 점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기존 읍면동장의 권한에 더해 추가적인 재량권이 주어져야 이 제도가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며 “주민 입장에서도 추천 또는 공모를 통해 읍면동장이 선출됐을 때 지역 발전이 잘 된다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지혜 기자  wisdo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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