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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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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하다
  • 이규식
  • 승인 2018.08.0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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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식의 ‘문화의 눈으로 보다’] <3>음식의 스토리텔링
이규식 문학평론가 | 칼럼니스트

여러분은 바쁜 일상 속 무심하게 지나쳐버리는 것들이 많은 삶을 살고 있지 않으십니까? 문학평론가이자 문화평론가인 이규식 교수가 소소한 것들에 숨어 있는 문화 현상, 거리를 거닐고 여행하며 바라본 것들, 사람들의 생활습관, 매너와 에티켓 등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필자 이규식은 한국외국어대 불어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한남대 교수(프랑스어문학전공)로 재직 중입니다. 대전시 문화예술진흥위원, 대전시 도시디자인위원, 대전예술의전당 운영자문위원장, 한국문인협회 대전광역시 지회장, 사단법인 희망의 책 대전본부 이달의 책 선정위원장, 외교부 시니어 공공외교단 문화예술분과위원장 등을 지냈습니다. <편집자 주>

하나의 유행이나 취향, 관심사가 나타나면 너나없이 거기에 깊은 관심을 표하며 뛰어드는 이른바 ‘쏠림’ 현상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꼽을 만하다. 긍정적・부정적 두 측면의 영향이 불거지지만 지금 우리 사회 트랜드를 견인하는 풍조의 하나임은 틀림없다. 이 쏠림 현상의 하나로 상대적으로 짧은 지속기간을 들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다시 회귀하여 반복되기도 하지만 항상 새로운 것을 좇는 심리로 인하여 ‘쏠림’의 생성, 유포, 확산은 일반적으로 그리 길지 않은 기간에 걸쳐있다. 이 냉정한 소비자 심리에 둔감하여 ‘쏠림’ 현상의 막차를 탄 사람들의 손해와 좌절 역시 우리 사회 특유의 징후를 이룬다.

이런 속성에서 벗어나는 현상이 ‘먹방’ ‘식방’으로 불리는 음식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열기가 아닐까. 주로 매스컴과 SNS를 통하여 전파・확산하는데,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 주춤하기 마련인 일반적인 흐름을 벗어나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벨기에 홍합요리. 평범한 식재료로 부가가치 높은 음식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거기에 스토리텔링 가미는 필수적이다.

이른 저녁 시간대에 방송되는 프로그램 대부분이 음식 소개와 맛집 안내 그리고 연중 손님이 끊이지 않는 식당의 영업비결을 소개하는가 하면 다른 프로그램이나 콘텐츠에서도 음식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등장한다. 온 나라가 음식에 탐닉하고 먹을 것에만 관심을 보이는 듯 식을 줄 모르는 열기가 뜨겁다.

정부가 나서 먹방을 규제할 것이라는 뉴스가 흘러나오자 야당을 비롯한 여론의 즉각적인 반발이 불거지고 결국 한 단계 물러서면서 흐지부지될듯한 전망인데 아직 뚜렷한 폐해나 부작용이 드러나지 않은 사회현상에 정부가 개입하는 모양새는 국민의식에 비추어 아무리 봐도 그리 적절치 않다.

이런 조치를 꺼내든 정부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온통 음식에 쏠린 사회심리와 과소비 현상, 과식으로 인한 건강저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미칠 부정적인 영향 등 복합적인 요인이 우려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풍조는 사회 자체 내에서 걸러지고 소비자 스스로 절제와 의식전환으로 해소해야 하지 않을까.

몇 년 전 사회문제로 등장한 엉터리 맛집 조작과 관련된 사기성 먹이사슬의 갖가지 문제점이 아직도 반복되고 ‘무한 리필’ 같은 자극적인 문구로 소비자를 현혹한다. 정신적인 자양분 함양에는 관심이 비껴가면서 오로지 먹고 마시며 삶을 향락하는 측면을 부각하는 데서 오는 사회・경제・문화적 소모성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요컨대 ‘무엇을 먹느냐’ 보다 ‘어떻게 먹어야 할 것인가’에 관심을 기울이고 품격있고 균형 잡힌 음식문화를 정립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매스컴과 SNS에 떠도는 맛집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즐거움도 나름의 행복이겠지만 어떤 식재료는 어떻게 선별하고 조리해서 어떤 방식으로 먹는가, 그 음식에 담긴 문화적 스토리텔링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은 더없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에는 음식에 관련된 '스토리텔링'이 여전히 미흡하다. 평범한 음식을 기품있고 화려하게 즐기려면 스토리텔링이 필수적으로 개입되어야 한다. 불고기와 김치, 비빔밥의 맛과 영양가, 조리 방법의 과학성, 합리성 같은 대목은 나름 공감대를 형성하지만, 우리 음식과 문화가 어우러져 빚어내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와 배경, 그 역할에는 관심이 적었다.

아직 절대빈곤,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웃이 적지 않은데 오로지 음식 자체에 매몰되어 향락차원으로 치닫는 지금의 음식문화에 대한 전향적 개선의 국민 공감대가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러시아 어린이 요리대회 (TV화면 캡처)

네가 무엇을 먹는지 말한다면 네가 누구인지 말해주겠다.” 프랑스 대혁명 기 법률가로 음식문화의 권위자였던 장-앙텔름 브리야-사바랭의 말은 시대와 공간을 가로질러 여전히 유효한데 이 말은 문화에서 음식이 차지하는 중요성과 비중을 명쾌하게 요약하고 있다.

나날이 음식, 별미, 맛집, 조리사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즈음 우리 음식문화는 분명히 질과・양적 측면에서 대단한 발전을 이루었다. 아울러 묻혀있는 음식 관련 이야기를 발굴하고 부족한 부분은 지금이라도 만들어 나가면서 우리도 이제 단순히 먹고 즐기는 차원을 넘어 이야기로 풍요로운 성숙한 음식문화를 향유할 때가 된 듯싶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 전어’같이 식상한 레퍼토리, 어떤 음식에건 통용되는 ‘담백하고 쫄깃하다’라는 상투적인 맛 표현으로는 너무 빈약하지 않을까.

TV를 비롯한 영상매체에서는 연일 맛집과 독특한 음식을 화려한 영상과 입맛 당기는 설명으로 소개하면서 눈길을 끈다. 외식산업의 규모나 다양성,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커졌지만, 아직 단순히 어떤 음식을 먹고 즐긴다는 차원에 머무르고 있다. 그것이 문화 차원으로 진입하여 우리 사회와 국민의 의식, 감성, 특징을 상징・요약하는 단계에는 아직 다다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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