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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윤동주에게 화답하다[이규식이 만난 사람] <2>윤동주 오마주 시집 낸 김수복 단국대 교수
1975년 등단 이후 문필생활과 강단경력을 통해 윤동주 시인에 대한 사랑과 현양, 시적 교감을 지속해온 시인 김수복 교수(단국대 천안캠퍼스 부총장).

윤동주 시인이 태어난 지 100년 되는 지난해부터 윤동주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그의 순결한 영혼과 모국어에 대한 사랑과 열정, 지사로서 짧은 생애를 통하여 이룩한 시적 성취를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1975년 등단 이후 문필생활과 강단경력을 통하여 윤동주 시인에 대한 사랑과 현양, 시적 교감을 지속해온 시인 김수복 교수(단국대 천안캠퍼스 부총장)를 만나 윤동주 시인을 이야기한다.

윤동주 시인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언제이며 그 이후 윤동주 시인을 향한 경도와 관심, 열정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달라.

“생각해보니 고등학교 재학시절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 <별 헤는 밤>이 첫 대면이었다. 그 후 대학 시절 등단 이후 점점 시인의 ‘잔잔하고 슬프면서도 강건한 부드러움’의 감성이, 당대의 우리 민족이 직면했던 주체 상실의 시대와 민족정신과 깊이 결속되어 있다는 관심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그래서 1980년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으로 <윤동주 연구>가 탄생했다.

학위논문을 쓰면서 자료 수집 부족과 선행 연구가 거의 없어 난산이었는데 처음에는 윤동주 시가 거느리고 있는 시간의 통시성, 영원성 지향에 관점을 두고 신화문학적 관점에서 탐색을 시도했다. 지도교수이셨던 고(故) 김용직 선생께서 역사적 실증적 기반이 약한 이러한 관점에 부정적인 생각을 말씀하셔서 한 학기 동안 방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래서 역사적 배경과 실증적 기반이 되는 자료들을 쫓아 <간도 이민사>, <나라사랑> 23집: 윤동주 특집호에서 다룬 북간도의 민족정신의 토대와 토양, 시인에 대한 회고의 글들에서 역사비평적 기반을 발견하여 논문을 만들어서 선생님을 찾아뵙고 만족스러운 승낙을 받기도 했다.”

김수복 교수의 윤동주 시인에 대한 헌정시 ‘윤동주 – 아우의 인상화(印象畵)’

애송하는 윤동주 시인의 시 작품 한편을 인용하시고 코멘트를 부탁드린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속의 별들을 다 헤일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오,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하나에 추억과
별하나에 사랑과
별하나에 쓸쓸함과
별하나에 동경과
별하나에 시와
별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식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햇든 아이들의 일홈과 패, 경, 옥 이런 이국소녀들의 일홈과 벌서 애기 어머니 된 게집애들의 일홈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일홈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푸랑시쓰 쨤, 라이넬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일홈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게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러워
이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우에
내 일홈자를 써보고,
흙으로 덥허 버리엿습니다.

따는 밤을 새워 우는 버레는
부끄러운 일홈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을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우에 파란 잔디가 피여나듯이
내일홈자 묻힌 언덕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 할게외다.

<윤동주, ‘별 헤는 밤’ 전부>

“우리 국민으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시인이기에 애송되는 시들이 많다. 나도 감동을 받는 시들이 많지만, 무엇보다도 <별헤는 밤>을 들겠다. 이 시는 현실에서 겪는 슬픔과 고통을 별과, 어머니, 고향, 사랑스러운 과거와의 통로를 통해 현실을 미래지향적으로 초월하고 극복하려는 정서적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본다.”

김수복 교수의 윤동주 시인에 대한 헌정시집 '밤하늘이 시를 쓰다’(서정시학 발행).

교수님이 작년에 출간한 시집 ‘밤하늘이 시를 쓰다’(서정시학 발행)를 펴내게 된 계기와 과정을 소개해 달라. 윤동주 시집과 관련해 서적이 많이 출판되었는데 특히 이 시집은 윤동주 시인을 향한 헌정시집, 이른바 ‘오마주’ 성격으로 주목을 받는다.

“가끔 하는 이야기지만 나는 윤동주 시인으로부터 많은 은혜와 은총을 받았다고 생각해 왔다. 윤동주 연구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고, 단국대학교에서 시를 가르치는 교수가 되었고, 또 평생 시를 쓸 수 있는 에너지를 받았다고 본다. 그래서 지난해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제 자신의 소중한 기념으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화답하는 <밤하늘이 시를 쓰다>를 발간하게 된 것이다.

시집의 후기에서도 밝혔지만, 이 시집의 발상은 2016년 2월 시인 서거 71주기를 맞는 해, 그가 순절한 일본의 후쿠오카에서였는데 제가 봉직하는 대학 한국문화기술연구소에서 주관한 학술세미나 마무리 인사에서 100주년 탄생 기념으로 화답시집을 내겠다고 표명한 말이 계기가 된 셈이다.”

작년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을 계기로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윤동주 시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노력을 윤동주 연구가, 애호시인으로서 어떻게 보는가.

“탄생 100주년을 맞아 많은 기념행사가 있었다. 우선 윤동주의 시 정신을 선양하기 위한 좋은 취지들이 많았지만, 행사를 위한 행사, 윤동주 시 정신을 참되게 계승하는 진정성이 아쉬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많은 이해와 관심을 바탕으로 그가 국권 상실의 어둠 속에서 빛을 찾으려는 존재론적, 민족적 사랑의 정신을 실천하고자 하는 자성적 성찰이 그의 시혼이라 생각한다.”

윤동주 시인이 20대 이른 나이에 불행하게 세상을 떠나지 않고 오래 창작 활동을 했다면 어떤 시 세계를 펼쳤을 것으로 예상하는가.

“단언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의 시혼이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기를’ 성찰하는 시인으로 살기를 다짐하는 자세에 있기에 우리 시가 잊고 있는 이러한 영역을 심화 확장한 시 세계가 아니었을까 싶다.”

시인 윤동주, 인간 윤동주의 매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시인으로서는 시대를 관통하는 언어의 시성을 발견한 시인으로 앞으로도 살아있을 시인이다. 인간으로서는 짧은 생애였지만 인간애, 민족애, 자연애적인 인간으로 상징성을 지닌다고 본다. 암울한 시대에 희생되었지만, 그의 시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흘리겠습니다’라는 시의 십자가를 진 우리 문학사의 소중하고 빛나는 시인이라 하겠다.”

‘세종포스트’가 윤동주를 현양하기 위하여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보는가. 세종포스트에서 윤동주 시인을, 세종을 상징하는 인물, 나아가 문화 아이콘으로 조성하고 있는데 이러한 노력에 대한 교수님의 의견은.

“윤동주를 현양하려는 세종포스트 그리고 세종시와 시민들의 활동을 윤동주를 사랑하는 한 시인으로 감사하고 감동적인 일이라고 본다. 내가 지난 1월과 7월에 용정 명동촌 생가를 다녀왔는데 길림성 정부에서 생가 복원과 박물관 건립, 명동촌 복원 등의 사업에 집중적인 지원과 개발을 하고 있고, <중국 조선족 애국시인 윤동주 생가>로 지정하여 ‘중국 조선족 시인’으로 부각하려는 생가 현장을 보고 아픈 마음을 가눌 수 없었다.

그의 영롱한 시편들을 중국어로 모두 번역하여 시비 전시장으로 바꾸어 놓고 입장료 받고 관광 관람지로 바꿔 놓았다. 앞으로 10년, 20년, 50년이 지나면 윤동주는 대한민국의 시인으로서의 생가는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들었다. 그래서 세종시의 ‘한글 사랑’의 생명력을 가진 윤동주 시와 정신의 현양은 매우 자랑스러운 문화적 가치를 지닌다고 본다.”

김수복 교수가 윤동주 시인에 대한 오마주 시집 ‘밤하늘이 시를 쓰다’를 펼쳐보고 있다.

이야기의 주제를 넓혀본다. 우리나라에서 시문학은 매우 특별한 위상을 차지하는 듯싶다. 극도의 관심 곁의 무관심, 열정과 냉담, 긍정적 전망과 부정적 관점 등 엇갈리는 현실을 어떻게 보시는가.

“시의 위기, 문학의 위기에 대한 걱정과 절망은 다분히 시대에 집착하고 편승하여 판단한 염려라고 생각한다. 시를 비롯한 문학성의 문화적 생명력은 시대에 국한되지 않는 영원성이 생명력이라 보는데 문화로서의 문학은 미래지향성이 있으며, 현실을 뛰어넘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시의 본질과 존재의 의의에서 시의 위상을 찾으려는 생각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보는 까닭이다.”

시인이 된 계기와 교수님의 시론을 간략히 정리한다면.

“지리산 아래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자연과 역사와 시대를 엿들은 정감들이 시의 길로 끌고 왔나 싶다. 윤동주의 시가 언어의 시성을 통하여 자아와 시대, 민족, 자연과의 긍정적인 생명력으로 발견하려 한 정신처럼, 그런 정신의 길을 저의 시들이 걸어온 것 아닌가 하는 자문을 해보곤 한다.”

내년 정년 퇴임이신데 앞으로의 계획과 희망은 어떠한가.
 
“세월이 허락하는 만큼의 삶과 현재 ‘양재천 편지’라는 시를 끝까지 쓸 수 있게 스스로를 경계하고, 다독이고, 다른 사람에게 누가 되지 않는 노력으로 희망을 가질까 한다.”

세종 인근 천안에서 봉직하시는데 세종을 방문한 적이 있는가. 세종이 미래지향적 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문화예술적 관점에서의 조언을 부탁드린다.

“제가 일하는 단국대학 병원의 세종의원, 세종치과병원이 있어 가끔 방문했다. 세종시의 이름의 근원이 세종대왕에서 연원되었으니 우리 문화의 황금기 르네상스를 세종시가 자랑스럽게 그 가치를 창조 발전 유지시켰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윤동주 시와 정신을 현양하려는 노력도 그 소중한 문화의 꽃으로 피어날 것을 믿는다.”

'이규식이 만난 사람'의 진행자 이규식은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교수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며, 저서와 역서로 ‘문화카페에서 꿈꾸다’ 등 35권이 있다.

이규식  victorhugo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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