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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싶은 숲속 작은 서점 세종시 ‘단비책방’[인터뷰] 책방주인 단비 씨와 선재씨
세종시 전의면 다방리에 이달 초 오픈한 단비책방 주인 (왼쪽부터) 단비 씨와 선재 씨 부부.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세종시 천년 고찰 전의면 비암사로 향하는 길에 작은 책방이 하나 생겼다. 여덟 가구가 공동체로 모여 사는 별꽃마을 초입에 위치한 ‘단비책방’이다.

지난 6일 오픈한 이곳은 세종시 내 독립출판 서적을 전문 취급하는 1호 서점이다. 책에 파묻혀 하루를 지내는 ‘북스테이’ 운영을 준비 중인 곳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귀촌한 책방 주인 부부는 별꽃마을에서 각자의 닉네임으로 불린다. 단비(49) 씨와 선재(53) 씨다.

귀촌을 준비하며 시작한 농가 주택 생활부터 올해 4월 세종에 책방이 딸린 벽돌집을 건축하기까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서점 주인이 되기를 택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느리고, 낡고, 자연스러운 것

2층 다락방에서 바라본 단비책방 1층 전경. 60여 종의 독립출판물과 주인 부부의 취향을 닮은 각종 도서가 비치돼있다.

부부는 각자 도서 관련 업계, 증권업계에서 오랜 시간 근무했다. 단비 씨는 16년, 선재 씨는 27년 동안 쉬지 않고 바쁜 일상을 보냈다.

귀촌을 꿈꾼 건 오래전부터다. 부부는 2012년 본격적으로 귀촌을 준비하기 위해 집에서 30~40여 분 떨어진 인천 선재도에서 4년간 농가 주택 생활을 했다. 일종의 연습 기간을 거친 셈이다.

세종시로의 이주를 택한 건 2016년이다. 단비 씨의 친동생으로부터 마음 맞는 여러 가구가 모여 공동체 주거 마을을 계획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저 없이 동참을 택했다. 별과 꽃이 많은 전의면 다방리는 자연과 식물을 좋아하는 부부와도 잘 맞았다.

책방 주인 단비 씨. 남편과 함께 귀촌을 준비해 올해 초 세종시 전의면 다방리에 책방이 딸린 벽돌집을 건축했다.

“마을 이름은 8가구가 함께 모여 정했어요. 주변이 자연으로 둘러싸여 저녁이면 별이 많고, 반딧불이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예요. 단비라는 닉네임은 때마침 오는 꿀 같은 비라는 사전 그대로의 뜻입니다. 책방 이름에 붙인 이유는 이곳 마을의 단비 같은 곳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어요. 이곳에서는 엄마, 아내, 며느리가 아닌 새로운 제 이름으로 불리니 좋아요.”

남편 선재 씨의 닉네임은 세종시 귀촌 전 머물렀던 선재도에서 따왔다. 원래는 ‘밭 짓는 남자’였는데 부르기 쉬운 두 글자 이름으로 정하느라 ‘선재’가 됐다. 이사 온 뒤로 그는 얼굴도 까맣게 타고, 정원사 역할까지 하느라 살도 빠졌다.

“27년간 직장생활을 했는데, 항상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일요일 저녁이 제일 고통스러울 정도로 스트레스가 많았죠. 지금은 제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 만족합니다. 좋아하는 허브를 기르고, 그 허브로 무엇인가를 만들고, 4개월 된 반려견을 돌보는데, 아내는 전보다 제가 밝아졌다고 해요.”

서점 오픈은 1년 가량 늦춰졌다. 첫 단추인 토목 작업에 문제가 생기면서 기반 공사가 지체됐기 때문. 지난해 말 토목 작업을 재시작해 올해 4월 집 건축을 마무리했다. 현재 8가구 중 5가구가 입주했고, 올해 나머지 3가구가 들어올 예정이다.

책에 파묻혀 지내는 하루 ‘북스테이’

단비책방 2층 다락방. 평소에는 손님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는 공간으로 활용되며 북스테이 운영 시에는 손님들이 하루를 보내는 숙박 장소가 된다.

부부가 거주하는 집과 함께 위치한 단비책방은 낡고 따뜻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단비 씨의 취향을 닮았다. 책장은 공간에 맞춰 제작한 새것이지만, 창문 커튼이나 곳곳의 가구들은 마치 원래 그곳에 있던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계단을 올라가면 영화에서나 볼법한 박공지붕의 다락방이 나타난다. 손님들이 편하게 앉아 책을 읽고, 창문 너머 보이는 신록을 감상할 수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이다. 특히 이곳은 손님들을 위한 ‘북스테이’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단비책방의 컨셉은 ‘힐링’입니다. 귀촌, 자연치유, 반려동물, 에세이, 시, 수채화 드로잉, 취미 서적이 비치돼있어요. 현재 독립출판 서적은 60여 종이 있는데 작가와 직접 컨택해 들여옵니다. 평소에 대기업 출판사, 베스트셀러가 독점하는 출판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항상 갖고 있었어요. 세상에는 무궁무진한, 다양한 책들이 있는데 말이죠.”

부부는 오픈 첫 주말, 북스테이 운영을 위해 시범적으로 손님을 받았다. 지역 활성화를 위해 인근 비암사 투어, 도깨비 도로, 반딧불이 체험 안내자를 자처하겠다는 것이 부부의 계획. 본격적인 북스테이 운영은 오는 9월 시작한다.

단순히 책방이라는 공간을 넘어 소통하고, 만나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그림과 공예를 좋아하는 단비 씨는 수채화, 캘리그라피, 야생화 자수 등의 원데이 클래스도 열어볼 생각이다.

“도심과 떨어져 있기 때문에 방문하는 손님들과 오랫동안 유대관계를 쌓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소모임 형식으로 저자와의 만남 특강도 준비 중인데, 마이크 들고 딱딱하게 말고, 얼굴 맞대고 편하게 차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으로 꾸며보려고요.”

단비책방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된다. 월요일은 휴무다. 평일에 직장을 다니는 단비 씨는 금요일과 주말만, 선재 씨는 평일 책방지기로 활동한다.

함께 만드는 작은 책방

단비책방 간판. 뒤로 보이는 붉은 벽돌집에 부부가 거주하며 서점 운영을 시작했다.

대형 서점이 출판계를 독식한 지 오래지만, 젊은이들의 발걸음은 오히려 개인 서점으로 향하는 추세다. 책방이라는 공간은 단순히 책을 사는 곳을 넘어 문화를 공유하고, 새로운 트랜드를 만드는 가치 창출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서점과 북스테이가 결합된 아트하우스 개념이 그 대표적인 예다.

“특별한 홍보 없이도 손님들이 찾아오는 게 신기하죠. 지나가다 간판이 예뻐 들리셨다는 분도 있고, 인스타(SNS)를 보고 찾아오시기도 하고요. 인근 비암사로 드라이브를 온 가족들이 들르기도 해요. 아직 정원이 미완성인데, 아마 이분들은 단비책방의 첫 시작을 보신 분들이 될 겁니다.”

책방 단골 손님들이 단비책방의 변화를 함께 보고, 가꿔나가도록 하겠다는 것이 책방 운영의 모토다. 책방 내부는 언제든 눈을 돌리면 읽을거리가 있는 공간으로 꾸미고, 손님들이 오래 책을 즐기도록 핸드드립 커피와 더치커피 판매도 준비 중이다.

“오시는 분들이 단비 책방의 스토리를 함께 만들어 간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책방을 지키는 마스코트 반려견 체리가 4개월 밖에 안 됐는데, 앞으로 함께 늙어가겠죠? 새것 같지만 새것 같지 않은, 원래 여기 있던 책방처럼 편안한 느낌을 받으셨으면 합니다.”

책과 별이 흐르는, 세종시 전의면 다방리에 숲속 작은 책방이 생겼다. 단비책방은 이름처럼 세종시에 단비 같은 장소가 될 수 있을까?

한지혜 기자  wisdo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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