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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제·감시 없는 지방 권력을 어쩔까나[김학용 칼럼] 대통령의 지방 권력 감찰 지시
김학용 칼럼니스트

시민들의 삶은 검찰이나 경찰보다 어쩌면 시도지사 같은 ‘지방 권력’의 영향을 더 받는다. 돈 욕심이나 권력 욕심 때문에 반칙을 일삼는 사람들에게 검찰 경찰은 무서운 기관이고 껄끄러운 상대지만 선량한 서민들과는 큰 상관이 없는 기관이다.

그러나 지방 권력은 우리가 사는 동네 전체를 망칠 수도 있고 더 좋게 만들 수도 있다. 검찰의 칼이 치명적이기는 하지만 영향력의 범위에서 보면 지방 권력에 대한 감시 문제는 검찰 문제 이상으로 중대한 사안이다.

지방 권력 감시, 검찰의 과도한 권력 이상 중요한 문제

몇 해 전, 집세와 공과금 70만 원이 든 봉투와 유서를 남기고 숨진 송파 세 모녀의 자살은 누구 책임인가? 그건 검찰 경찰이 아니라 정치(정부)의 책임이고, 일선에서 주민들을 대해야 하는 지방 권력의 책임이다. 사람을 몽둥이로 죽이는 것과 칼로 죽이는 것에 차이가 없듯이 정치(행정)로 사람을 죽이는 것도 몽둥이나 칼로 죽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게 맹자의 질타였다.

지방 권력의 탐욕과 무능으로 지역이 망가지고 주민이 병드는 데도 그에 맞는 견제와 감시가 없다면 주민들에겐 검찰권 남용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다. 지방의 슈퍼 갑으로 등장한 지방 권력에 대해선 이렇다 할 견제 장치가 없는 상태다. 시도지사는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자리로 인식될 만큼 권력이 막강하고, 시장 군수 구청장도 지역의 ‘소통령’으로 불릴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방선거가 끝난 뒤, 지방 권력에 대한 감시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설사 민주당이 압승에 도취해 호사다마의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경계의 의미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더라도 지방 권력 감시 강화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지금 지방 권력은 사업이든 인사든 너무 제멋대로다. 곳곳에서 악취가 진동하지만 견제할 방법이 없다.

문 대통령은 지방 권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으나 지방 비리를 중앙정부가 나서 감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지방분권이라는 지방자치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지방 권력 감시는 지방에서 스스로 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문제는 지방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는 지방언론의 견제와 비판 기능을 회복시키는 방법이 강구되어야 한다.

중앙에는 있으나 지방에는 없는 ‘야당’과 ‘야당 언론’

문재인 대통령은 지방 권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으나 지방 비리를 중앙정부가 나서 감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지방분권이라는 지방자치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사진=대한민국 청와대 페이스북 페이지)

지방에도 ‘야당 언론’이 생존할 방안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 차원에선, 국회에는 야당이 있고 언론에는 야당 언론이 늘 존재한다.

보수 정권에선 진보적인 언론이 야당 언론이 되고, 진보적인 정권에선 보수적인 언론이 야당 언론이 되면서 감시와 견제가 가능하다. 지방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다. 누가 시도지사가 되든 모두 ‘여당 언론’이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정당도 지방에선 있으나 마나다.

우선 지방정치를 강화하는 방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정당 활동은 대부분 중앙당 차원에서만 이뤄진다. 선거 때만 득표 활동의 수단으로 지방 조직이 가동된다. 이런 관행을 바꿔 각 정당이 지역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지방 권력과 아이디어 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방정치 활성화는 지방언론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지방정치의 모습이 지방언론을 통해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된다면 지방 권력은 주민들의 뜻을 헤아리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지방 권력이 지방언론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 권력이 알리고 싶은 내용만 알리는 ‘독선 행정’이 판을 친다. 이런 구조에선 부패와 비리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 작금 지방자치의 가장 심각한 문제다.

지방당에 정책 개발 홍보 예산 지원하면 어떨까

지방당의 정책 경쟁이 이를 막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정책 경쟁을 위해선 우선 각 당이 지방당에 인재를 영입해야 할 것이다. 평소 정책 경쟁을 벌이고 이를 홍보할 수 있는 재원도 지원해주어야 한다.

자치단체장이 야당이나 야당 언론을 지원할 턱이 없으니 법제화를 통해 지방 야당과 야당 언론의 활동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정부가 정당에 국고보조금을 배분하듯, 지방자치단체에서 각 당의 지방당에 일정 부분 예산을 지원해서 정책 개발과 홍보에 쓰도록 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각 정당은 의석수에 따라 선거 때마다 100억 원 안팎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30% 이상은 정책 개발비로 쓰도록 하고 있으나 지방당 차원의 정책개발에는 전혀 쓰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지방당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각 자치단체가 지방의원 의석수나 정당 득표율 등에 따라 각 당의 지방당에 예산을 지원, 정책개발과 홍보비에 쓰도록 법을 정하면 지방정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주민들의 정당 불신이 큰 상황이니 지방 정당까지 보조금을 준다는 것 자체를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을 것이나, 지방 권력을 감시할 방안이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믿기 어려운 감시견이라도 두는 게 더 큰 도둑을 지키는 방법이다. 법제화한다면 지역 단위로 추진하기보다는 정부 차원에서 지방 권력 감시 방안의 하나로 추진되어야 할 문제다.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지방 권력 감시는 근본적인 제도와 법제화로써 뒷받침돼야 한다.

왕조시대에도 굳이 언관(言官)을 따로 두었던 것은 어떤 권력이든 언론이 보장되지 않으면 결국 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방 권력에 대해서는 지방 정당과 지방언론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언론이 없는 지방자치 활성화는 상상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가 지방 권력 감시를 중요한 문제로 보고 있는 만큼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했으면 한다. 이 문제를 여당이 지방 권력을 접수한 상황이란 정치적 관점으로만 본다면 도입 가능성은 없는 제안이다.

김학용  jdilb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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