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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우스의 탄생과 아버지를 찾는 여정[박한표의 그리스로마신화 읽기] <26-2>출생의 비밀은 '영웅 만들기 장치'

 

박한표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문학박사

아테네 왕 아이게우스는 자신을 이을 아들을 원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생기지 않았다. 그가 델포이의 신전을 찾은 이유다. 신전의 피티아는 신탁을 이렇게 전했다. “아테네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절대로 포도주 자루를 풀지 마라!” 다시 말하면 술을 조심하라는 말이다.

사실 아이게우스는 귀향길에 트로이젠이라는 나라에 들렀다. 그 나라의 왕 피테우스는 근방에서 어질고 총명한 사람으로 유명했다. 아이게우스는 아리송한 신탁의 의미를 현인 피테우스에게 물었다. 그는 대답 대신 그날 밤 아이게우스를 포도주로 만취하게 한 뒤 잠자리에 자신의 딸 아이트라를 들여보냈다.

다음 날 아침, 아이게우스는 자기 옆에 알몸으로 아이트라가 잠들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곧 상황을 짐작한 그는 아이트라를 깨웠다. 그리고는 방 앞의 섬돌로 쓰이는 커다란 바위 밑에 구덩이를 판 후, 신표(信標)로 칼 한 자루와 신발 한 켤레를 넣고 바위를 제자리에 돌려놨다.

그는 아이트라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들이 태어나거든, 그리고 그 아들이 제 아버지가 누군지 궁금해하거든 내게로 보내세요. 내가 섬돌 밑에다 신표가 될 만한 것을 감추어 두었으니, 제힘으로 그 섬돌을 들어 올릴 수 있을 만큼 자라면 보내세요. 나는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요.”

아이게우스는 아이트라에게 이렇게 당부하고 서둘러 길을 떠났다. 그는 같은 날 밤, 포세이돈이 아이트라와 동침한 것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이트라는 열 달이 흘러 아들을 낳자 이름을 테세우스라고 지었다.

‘아버지의 검을 찾는 테세우스’ 니콜라 푸생, 캔버스에 유채, 98×134㎝, 1638년경, 콩데미술관(프랑스 샹티이).

테세우스뿐 아니라 헤라클레스 등 그리스 신화의 많은 영웅이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있다. 왜 그럴까? 시련이란 담금질을 통해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해서다. 어느 사회에서나 아버지 없이 자라면 많은 시련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테세우스는 출생의 비밀을 밝혀내고 아테나로 아버지를 찾아간다.

테세우스는 외가에서 미혼모인 어머니 아래에서 성장했다. 16세의 테세우스는 유난히 힘이 세고 영리한 소년이었다. 특히 당시 유행하던 레슬링을 단순히 스포츠가 아닌 예술의 경지로 올려놓았다. 레슬링을 할 때면 그는 신기에 가까운 기술을 펼쳤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트라는 아들을 데리고 섬돌 옆으로 데려가서 들어보라고 했다. 아이트라는 아들이 단숨에 바위를 들어 올리자 밑에 있는 칼과 신발을 꺼내 들었다. “아들아, 너의 아버지는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다. 아테네로 아버지를 찾아가라! 이 신표가 너를 증명할 것이다.”

외할아버지와 어머니는 테세우스에게 안전하고 짧은 바닷길을 통해 아테네로 가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테세우스는 굳이 노상강도들이 들끓는 위험한 육로로 가겠다고 고집했다. 영웅다움 모험심이 발동한 것이다.

게다가 테세우스는 헤라클레스의 열렬한 팬이었다. 어릴 적부터 헤라클레스의 업적을 부러워하며 닮고 싶어했다. 이런 테세우스가 모험을 무서워할 이유가 없었다. 테세우스는 헤라클레스에 버금가는 이름을 날리고 싶었다. 헤라클레스가 갈림길에서 쉽지만 타락한 길이 아니라, 힘들지만 올바른 길을 택한 것처럼 테세우스는 안전 바닷길을 마다하고 멀고 위험한 육로를 택한 것이다. 우리가 테세우스를 ‘리틀 헤라클레스’라고 부르는 이유다. <계속>

박한표  webmaster@www.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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