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갈이, 의식적으로 깨무는 힘보다 50% 더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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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갈이, 의식적으로 깨무는 힘보다 50% 더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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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2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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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병원재단 건강칼럼] 선치과병원 구강내과 김영건 과장
선치과병원 구강내과 김영건 과장

세상에는 듣기 괴로운 소리가 참 많다. 자동차가 급브레이크를 밟는 소리, 냄비 바닥에 쇠젓가락이 긁히는 소리 등이 그렇다. 옆에서 잠든 사람이 내는 이 가는 소리 역시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끔찍한 소리 중 하나로 꼽을 것이다.

이갈이는 질병이다. 2014년 개정 발표된 ‘국제 수면장애 분류 제3판’에서는 수면 중 이갈이를 불면증, 기면증(밤에 잠을 충분히 잤어도 낮에 갑자기 졸음에 빠지는 증세), 몽유병,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수면장애의 일부로 분류하고 있다.

이갈이 왜?

이갈이는 왜 일어날까? 현재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이갈이는 수면 중 일어나는 뇌파의 미세각성(microarousal)과 관계가 있다.

수면 상태에 있는 인체는 뇌파의 변화에 따라 얕은 수면과 깊은 수면 상태를 오간다. 뇌파의 미세각성이 일어나면 깊은 수면에서 얕은 수면으로 넘어가는데, 이때 교감신경 흥분, 심장박동 변화 등 여러 신체 변화가 나타난다.

턱 근육 수축도 그중 하나인데, 이것이 이갈이 증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깊은 수면에서 얕은 수면으로의 미세각성이 잦을수록 이갈이가 더 심하게, 자주 생긴다.

치아 손상, 턱관절 질환, 두통 유발

이갈이 때 치아에 가해지는 힘은 의식적으로 최대한 깨물 수 있는 힘보다 50% 정도 더 강하기 때문에 치아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타인의 이갈이를 한 번이라도 목격한 사람은 ‘이가 마치 부서질 것 같아요’라고 말하곤 한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갈이 때 치아에 가해지는 힘은 의식적으로 최대한 깨물 수 있는 힘보다 50% 정도 더 강하다고 한다. 이갈이가 치아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제일 흔하게 나타나는 것은 치아 마모다. 이갈이가 심한 사람들은 치아 바깥층의 가장 단단한 법랑질층이 깎여 안쪽의 상아질층이 노출되기도 한다. 뒤틀리는 힘에 치아가 지속적으로 노출되므로 치경부(치아와 잇몸의 연결 부위)가 깨져 굴곡파절(치경부에 패인 부위가 생기는 것)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러한 마모나 파절은 시린 이의 주된 원인이 된다. 이갈이는 턱 근육과 관절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갈이는 턱에서 소리가 나거나 턱 주변의 뻐근한 느낌이 드는 턱관절 질환의 주요 원인이며, 만성 두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치과 임플란트 치료가 대중화된 최근에는 이갈이 자체가 임플란트 치료의 성공을 방해하는 요소로 지목된다. 임플란트 치료의 핵심은 치조골(뼈)에 식립체(나사)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심을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치아에 강한 힘을 가하는 이갈이는 임플란트 식립체의 유착 및 고정에 악영향을 미쳐 치료 실패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수면다원검사가 가장 정확한 진단, 비용부담이 단점

이갈이를 진단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수면다원검사(polysomnography)가 있다. 뇌파, 안구운동, 심장박동, 산소포화도, 호흡, 근전도 등에 대한 센서를 부착하고 수면의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검사다.

수면장애를 가장 정확히 검사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이갈이의 경우 일반적인 수면다원검사에 턱 근육 근전도, 이갈이 소리에 대한 오디오 센서, 턱 움직임에 대한 비디오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차이가 있다.

원칙적으로는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진단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그러나 아직은 가격이 비싸고 병원에서 최소 하룻밤을 자야 한다는 점을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있다.

간편하고 정확한 치과의사 임상 진단

반면 치과의사의 상담과 관찰을 통한 임상적 진단은 간편하면서도 정확도가 높아 진단을 위해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치과에서는 생활환경, 치아 상태, 환자의 증상 등을 종합해 이갈이를 진단한다. 주요 방법엔 3가지가 있다.

첫째는 가장 쉬운 방법인 가족 등 같이 사는 사람의 목격이다. 경우에 따라 수면 중의 이갈이를 본인이 인지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환자들은 본인의 이가 모두 부서지는 꿈을 꾸었다고 하기도 한다.

두 번째로 송곳니와 작은어금니의 마모도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물론 이는 식습관의 영향도 상당 부분 작용하기도 하고, 대합치(맞물리는 치아)에 있는 보철물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특정 식습관이나 치과 보철치료 없이 10~20대, 30대 초에 송곳니나 작은어금니가 편평해져 있다면 이갈이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로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 옆머리 부위나 턱, 볼 주변에 뻐근한 느낌과 통증이 있다면 이갈이를 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이러한 증상에 대해 환자에게 설명할 때 “저는 이갈이 안 하는데요?”라고 대답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갈이는 단순히 이를 옆으로 빠득빠득 가는 형태로뿐만 아니라 이를 악무는 형태로도 나타난다. 이점을 고려하면 아침의 턱 통증이나 두통을 이갈이를 암시하는 위험 신호라고 볼 수 있다.

약물, 구강 내 장치 등 치료… 최근엔 보툴리눔독소 치료 주목

이갈이를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이갈이는 수면 중의 뇌파 변화에 의해 일어나기 때문에 이갈이를 완벽히 치료하기는 쉽지 않다. 중추신경계통에 작용하는 약물을 사용해 이갈이 증상을 줄일 순 있다. 하지만 부작용 발생 위험으로 일부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다.

가장 흔하게 이용되는 치료법은 구강 내 장치 착용이다. 개인 치열에 맞춰 제작한 레진 장치를 환자 치아에 붙이게 된다. 환자에 따라 장치치료 후 이갈이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장치에 적응하면 이갈이가 일부 재발하는 환자들도 있다. 그러나 장치를 착용한 상태에서는 이갈이가 치아, 턱관절, 근육에 직접적인 충격을 가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

최근엔 보툴리눔독소를 이용하는 치료법이 주목받고 있다. 이갈이가 턱을 움직이는 근육이 강하게 수축되면서 나타나므로 보툴리눔독소로 근육의 과도한 수축을 억제해 이갈이의 횟수와 강도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기존의 구강 내 장치치료가 이물감 때문에 불편할 경우 치료 계획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 보툴리눔독소 치료엔 이갈이로 인해 비대해진 교근(아랫턱을 끌어올리는 기능을 하는 근육) 크기를 줄여주는 기능도 있어 이갈이가 있는 사각턱 환자에게도 권장할 만하다.

이갈이 줄이려면?

이갈이를 줄이기 위해선 이 악물기 등 안면근육을 긴장시킬 수 있는 습관을 의식적으로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딱딱한 음식은 턱 근육을 긴장시키는데 이것은 이갈이로 이어질 수 있다. 커피, 녹차 등 카페인이 들어간 음식은 미세각성을 일으켜 숙면을 방해할 수 있어 과도한 섭취를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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