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이글스의 전성기가 쇠락할 즈음, 혜성과 같이 등장해 타고난 재능을 꽃피우며 충청 야구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김태균 선수. 그는 류현진과 마찬가지로 10여년 가까이 지속된 부진한 팀 성적 때문에 팀의 소년가장 역할을 고단하게 수행했던 훌륭한 선수다.
그러나 2018년 4월 근년에 보기 드문 한화이글스의 안정된 게임 운영을 보면서 부상 중인 김태균 선수의 복귀가 유명세와 경직성을 재현, 상승세에 제동을 걸지 않을 까하는 염려를 토로하고자 한다.
전성기 시절 카리스마 넘치는 김태균은 거구에 스피드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파워, 선구안, 결정력(타점) 등에서 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였다. 국내 리그를 초월해 WBC 예선 일본전에서 정면 승부를 벌인 마스자카를 대상으로 도쿄돔을 넘긴 2점 홈런을 잊고 있는 진성 야구팬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태균이 가장 중요한 충청대전 안방에서 최근 몇 년간은 사랑받지 못했다. “느리다. 유연하지 않다. 타점생산력이 없다. 결정력이 없다. 투지를 보기 힘들다” 등의 이유에서다.
전성기 시절 김태균은 놀라운 선구안과 파워로 투 스트라이크를 허용하고 나서도 뛰어난 컨택 능력으로 타점을 생산했다. 그러나 2018년 4월, 김태균의 그 능력을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것은 김태균의 근년 통계로 입증된다.
스포츠맨을 상징하는 대표 이미지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그것은 유연성과 스피드가 아닐까? 김태균이 이와 멀어진지는 꽤 됐다.
김태균의 타석은 이미 정형화 되어 있다. 초구 스트라이크는 까닭 없이 무조건 허비하고, 잔뜩 힘준 어깨로 2구는 파울, 3, 4, 5구는 범타나 영양가 없는 단타…. 그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큰 나머지 성원하는 마음이 분노로 바뀐 지 오래다.
문제는 프로야구 시장에서 김태균이 퇴출될 노익장이 아니고 너무나 현실적인 30대 중반 중견 선수라는 점이다. 그보다 훨씬 고령자이면서 스마트한 선수가 리그에 차고 넘친다.
이호준은 40이 다되어 광고 카피에서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라는 감동적인 칭찬을 받은 바 있고 국민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준 바 있다. 비슷한 또래의 추신수, 이대호는 슬럼프는 있어도 투지가 몰락되고, 까닭 없는 비유연성으로 팬들의 마음을 절망에 빠뜨린 적은 없다.
한화이글스의 이미지는 김태균 같은 엘리트 과정과 고액연봉자와 어울리지 않는다. 고졸 연습생 성공 신화, 장종훈과 한용덕이 훨씬 근접해 있다. 김태균이 돌아와도 결정력(타점), 수비력, 투지, 스피드 어느 하나도 빠지지 않는 송광민이 그 역할을 200% 수행하고 있는 한, 그에게 최준석 같은 대타 요원 이상이 의 자리는 없을 것이다.
한화이글스 팬들은 즐거운 야구, 시원한 야구를 원한다. 승리까지 겸비되면 더욱 좋을 일이다.
이즈음에서 한화이글스를 뼛속같이 사랑하는 팬은 구단에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첫째, 한화 팬은 무대의 주역인 선수를 사랑한다. 감독 한용덕의 가능성이 너무 기쁘지만 그는 단지 스태프 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둘째, 김태균의 딱딱한 어깨, 김성근 전 감독의 고집불통같은 비유연성은 팬들을 미치게 함을 명심하라.
셋째, 한화가 근년 최하위 꼴찌 수준의 팀이지만 여전히 충청인들은 한화를 사랑한다. 감독과 선수들은 기죽지 말고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라.
요컨대 야구를 사랑하는 우리는, 유연하고 생산성 있는 한화이글스를 통해 인생을 더욱 사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