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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과 독재자’ 스페인 역사 아로새긴 부르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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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과 독재자’ 스페인 역사 아로새긴 부르고스
  • 김형규
  • 승인 2018.03.26 09:47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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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의 좌충우돌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 <16>‘엘 시드’의 고향

전직 기자가 자전거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김형규의  자전거 역사문화기행.’ 두 바퀴가 달려 만나게 되는 고장의 역사와 문화를 독자들에게 소개해왔습니다. 국내를 벗어나 세계로 눈을 돌린 필자는 뉴올리언스에서 키웨스트까지 1800㎞를 여행하며 ‘미국에서 세계사 들여다보기’를 연재했습니다. 이번엔 아들과 함께 하는 좌충우돌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를 기록으로 남깁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스페인의 3대 성당인 부르고스 대성당.

부르고스는 곳곳에 고도(古都)의 흔적이 서려있다. 1074년까지 카스티야 왕국의 수도였다.

아를란손 하천(Río Arlanzón)을 가로지르는 산타마리아 다리를 건너면 부르고스 대성당으로 들어가는 출입구인 산타마리아 아치가 순례자를 반긴다. 산타마리아 아치는 카를로스 황제 5세를 추억하며 16세기에 건설됐다. 1943년 스페인의 문화 자산으로 지정됐다.

아치를 통과하면 산페르난도 광장 뒤편에 부르고스 대성당이 자태를 뽐낸다. 프랑스 영향을 받은 고딕양식 건축물로 1221년 알폰소 10세와 마우리시오 주교의 후원으로 건립됐다고 한다.

세비야·톨레도에 이어 스페인에서 3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대성당은 2차에 걸쳐 완성됐다. 1221년 페르난도 3세의 명으로 프랑스 건축가 앙리에 의해 현관이 건립됐고 15세기 독일 건축가 후안 데 콜로니아에 의해 첨탑과 소성당이 세워졌다.

스페인 3대 성당인 톨레도 대성당 중앙 제단.
스페인 3대 성당인 세비야 대성당.

부르고스는 스페인 국민이 영웅으로 떠받드는 엘 시드(El Cid)의 본고장이다. 1040년경 부르고스 근처 비바르에서 태어나 무어인과의 전쟁으로 명성을 떨쳤다. 사라고사에선 이슬람을 위해 일했으며 발렌시아를 정복해 군주에 올랐다. 엘시드는 1099년 발렌시아로 쳐들어온 무라비트 군대와 전쟁 중 전사했다. 현재 부르고스 대성당 중앙에 묻혀 있다고 한다.

엘 시드는 용맹성과 탁월한 지휘력, 가족사랑, 종교를 넘어선 행보 등으로 주목받는다. 그의 무용담을 담은 서사시 ‘엘 시드의 노래’(Cantar del Cid)는 카스티야어로 된 최초의 작품이자 스페인 문학의 효시라고 한다.

할리우드 배우 ‘찰톤 헤스톤’이 남긴 대작

부스고스 대성당으로 들어가는 산타마리아 아치 전경.

노년 세대는 1964년 개봉된 찰톤 헤스톤(1923-2008) 주연의 ‘엘 시드’라는 영화를 어렴풋이 기억할 것이다.

할리우드는 이에 앞서 찰톤 헤스톤이 주연을 맡은 ‘벤허’(1959년)가 큰 히트를 치자 스페인의 전설적인 영웅을 다룬 ‘엘 시드’를 1961년 발표해 사극영화의 대세를 이어갔다. ‘엘 시드’의 상대역은 당대 최고 여배우였던 소피아 로렌이다.

찰톤 헤스톤의 대표작 ‘십계’, ‘벤허’, ‘엘 시드’ 가운데 ‘십계’와 ‘벤허’는 우리나라 지상파의 단골 크리스마스 특선영화였다. 때만 되면 기적적인 영상이 전파를 타고 안방에 들어왔다. ‘벤허’는 찰톤 헤스톤에게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안겨줬다.

부르고스는 스페인 내전(1936-1939) 당시 프랑코 반란군의 본거지로 알려져 있으나 썩 내세우고 싶지 않은 역사일 것이다. 내전에서 승리한 프랑코 정권은 반대파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을 멈추지 않았고 1975년 자신이 죽을 때까지 1인 독재를 고수했다.

부르고스 시내를 흐르는 아를란손 하천(Río Arlanzón). 우리나라 개울 규모지만 생태하천으로 보전한 노력이 보인다.
아를란손 하천변을 따라 부르고스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있다.

시간은 벌써 오후 7시를 가리켰다. 숙소는 부르고스 시내를 지나친 외곽에 잡았다. 다음날 아침 시내를 빠져나가느라 우왕좌왕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되니 잘한 결정이다. 생태하천인 아를란손강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도로를 타고 5㎞쯤 더 달려 숙소가 있는 비얄비야 데 부르고스(Villalbilla de Burgos)에 도착했다. 저녁 7시40분 3일째 라이딩이 종료되는 순간이다.

한적한 교외 주택가에서 운영하는 식당 겸 오스탈(Hostal)에서 하루 묵기로 했다. 오스탈은 주로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에서 운영되는 작고 저렴한 숙박시설이다. 산티아고순례자길 주변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다. 미니냉장고(미니바)를 기대하면 안 된다. 스페인은 꽤 괜찮은 호텔에도 프레온 가스를 냉매로 쓰는 미니바가 많지 않다.

이날 하루 130㎞를 달렸다. 오전 7시에 출발했으므로 12시간 40분간 라이딩을 한 셈이다. 최고고도는 1202m, 최저고도 416m, 평균고도 765m로 분석됐다.

스페인 지형의 대명사 ‘메세타’

숙소가 위치한 비얄비야 데 부르고스 마을 표지판.
비얄비야 데 부르고스 마을 입구에 자리 잡은 오래된 성당.

우리는 이미 메세타(Meseta) 위에 올라섰다. 메세타는 이베리아반도의 독특한 지형구조다. 스페인 전체 땅의 3분의 2정도가 해발 300-700m에 위치한 고원지대다. 이베리아반도 내륙이면 거의 메세타 지형으로 보면 된다. 메세타 중앙에 있는 과다라마산맥은 카스티야를 남북으로 가른다. 계절별 기온차가 크고 건조지대가 많아 목축, 밀, 올리브 농업이 발달했다.

스페인을 자동차로 달리다보면 지형의 굴곡이 지구만한 롤러코스터처럼 심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액셀러레이터를 깊이 밟아 기나긴 고개를 넘으면 가속페달을 밟지 않아도 시속 150㎞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정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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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규 2018-04-04 11:47:34
건축물들이 매우 웅장하군요.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면모가 보이는듯 합니다.

JC 2018-03-31 12:37:23
스페인 건물 들이 인상적이네요. 영국이나 프랑스보다 더 자유롭고, 어떤면에서 더 유럽 로컬 분위기가 난다고 할까

kusenb 2018-03-28 16:57:26
스페인의 중에서도 가장 스페인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을 본 느낌입니다

GoGo 2018-03-26 18:12:06
너무 멋진 곳입니다 언제될진 모르겠지만 꼭 한번 가보고 싶네요

진교영 2018-03-26 13:17:38
잘 읽고 갑니다
세비야 대성당 꼭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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