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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위임 행정수도 개헌안, 논란 '최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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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위임 행정수도 개헌안, 논란 '최고조'
  • 이희택 기자
  • 승인 2018.03.2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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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계 요구 외면, 헌법특위 자의적 해석 비판 제기… 후속 대책 전무, 갈등·혼란만 우려
'문재인 개헌안'이 수도조항을 법률 위임으로 담아내면서 '세종시=행정수도' 완성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21일 발표된 ‘문재인 개헌안’에 수도 조항이 ‘법률 위임’으로 결정되자 논란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해소 취지에 동의하는 국민과 헌법학자, 시민사회의 요구를 외면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국민 의견 제대로 반영 못한 ‘문재인 개헌안’

대통령 직속 국민헌법특위가 지난 달 19일부터 지난 9일까지 국민들 대상으로 의견수렴한 '수도 규정 명시' 여부 찬·반 근거. (발췌=국민헌법 특위)

정부 개헌안에 신설된 ‘수도조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회, 세종시, 사설 여론조사기관 등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 각종 조사결과를 종합해 보면 국민과 국회의원 절반 이상, 전문가의 60% 이상이 ‘세종시 행정수도 헌법 명문화’에 동의한 바 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이하 헌법특위)가 자의적으로 판단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의심도 지울 수 없다.

헌법특위가 지난 달 19일부터 이번 달 9일까지 찬반의견을 묻는 질문 자체가 모호했다.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라고 질문해 놓고 ‘헌법 직접 명시’와 ‘법률 위임’을 모두 찬성 의견으로 접수했기 때문이다.

‘통일 이후 시대에 탄력적으로 대비하고 불필요한 논란을 가져올 수 있는 수도 규정 명시가 불필요하다’는 반대 여론을 2배 가까이 압도하고도 정확한 여론을 확인할 길이 없었던 배경이다. 그런데도 헌법특위는 ‘법률 위임’으로 수도 조항을 신설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세종시로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문제는 국민의 뜻을 물어 결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언제 국민 의견이나 제대로 들었느냐는 비아냥거림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 개헌안은 헌법 명문화를 당론으로 채택한 더불어민주당의 입장과도 배치된다. ‘문재인 개헌안’이 국회에서 폐기 또는 부결될 게 자명하지만, 이번 기회에 문재인 정부가 ‘세종시=행정수도’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들리는 이유다.

14년 만에 부활한 ‘세종시=행정수도’ 꿈, 무산 위기

2004년 ‘수도=서울’이란 관습헌법을 이유로 무산된 신행정수도 건설의 꿈이 14년 만에 다시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밝혔던 수도 서울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보는 시각에서다.

실제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수도 다원화’를 주장한 바 있다. ‘수도 서울은 경제수도로 통일 뒤에도 계속될 것’이란 전제 아래 ▲해양수도=부산 ▲문화수도=광주 ▲과학수도=대전 ▲행정수도=세종을 언급했었다.

내년 8월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전에 이어, 2~3년 내 국회 분원 설치로 ‘실질적 행정수도’를 건설하겠다는 구상만 남게 됐다. 해양경찰청은 되레 오는 8월 세종에서 인천으로 복귀한다.

‘법률 위임’에 따른 후속 대책도 전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도 조항' 신설 등의 내용을 담은 헌법 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발췌=청와대)

일각에서는 헌법 총강에 ‘수도조항’ 신설만으로도 ‘수도=서울’이란 관습헌법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낙관론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04년 신행정수도 이전 특별법 무산 당시,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헌법 개정이 이뤄져야 관습헌법 폐지가 가능하다”란 취지의 헌법재판소 판결을 고려한 관점이다.

문제는 후속 대책이다. 개헌안이 오는 6월 국민투표로 채택된다 하더라도, 법률 위임 방식과 절차는 오리무중이다. ‘세종시=행정수도’에 걸맞은 후속 조치나 방안도 없다. 예컨대 청와대 제2집무실 설치나 국회 본원 이전 등이다.

구호만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행정수도’ 건설 대책 등을 담은 법률안이 필요하다.

명재진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도 규정을 법률에 위임한다는 것은 결정을 국회에 넘긴다는 의미로 행정수도가 또 다시 정치적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며 “본문에 명시하지 않으면 부칙에라도 담아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2004년 헌재의 위헌 결정이후 달라진 게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수현 행정수도 완성 대책위 사무국장도 “세종시 행정수도 문제에 대한 더 이상의 공방과 논란은 시간낭비”라며 “‘법률 위임’이란 하책으로 쉽게 가려다 행정수도 완성으로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실현하려는 국가정책의 근간마저 흔드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앞으로는 ‘법률 위임’이 가져올 대립과 갈등만 남았다.

김 국장은 “법률 개정은 정권과 다수당의 변화에 따라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수도 지위와 역할, 이전 기관 범위까지 반복되는 정쟁과 논란을 가져온다. 또 다른 도시가 수도 논쟁에 참여하는 계기를 줘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지난 1991년부터 26년간 서울시 행정특례에 관한 법률상 ‘수도 지위’를 부여받은 서울시와 달리, 세종시의 ‘행정수도 지위’는 어느 법률에 담아낼 지도 안개속이다. 정부 개헌안의 수도조항이 무책임이란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여‧야 합의 ‘개헌안’이 유일한 희망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대전에서 발표한 '수도 다원화' 주장. (제공=행정수도 대책위)

‘세종시=행정수도’ 완성의 희망은 이제 ‘여·야 합의 개헌안’뿐이다.

‘대통령 직접 발의안’이든, ‘여·야 합의안’이든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건 매한가지다. ‘수도조항’뿐만 아니라 권력구조 개편, 기본권 등 다른 의제들과 함께 다뤄진다. 그것도 재적 국회의원 2/3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민주당을 제외한 야당이 ‘대통령 발의안’에 거부의사를 표시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법률 위임안으로 확정한 ‘대통령 개헌안’은 폐기 또는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개헌안의 상수는 ‘여·야 합의안’이다. 행정수도 완성 충청권 대책위 관계자는 “대통령 개헌안은 지난 대선의 약속을 지키고 지지부진한 개헌 논의를 살리기 위한 공론화 과정으로 이해한다”며 “정부 개헌안 자체가 절대 지표가 될 수 없다. 오늘 발표를 두고 일희일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여·야 합의안’이 발의되면 정부안을 자동 철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책위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선 “지난달 2일 개헌 의원총회에서 ‘행정수도 신설 조항 포함’을 당론으로 채택한 사실을 잊지 말아야할 것”이라며 “일부 국회의원과 광역시당이 동조하는 듯한 움직임도 보인다. 더 이상 의구심을 살만한 부적절한 표현을 삼가 달라”고 했다.

자유한국당에게는 제1야당으로서의 결단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행정수도’ 명문화는 전국이 골고루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헌법적 의제다. 지역·정파와 무관하다”며 “116석을 가진 한국당이 조만간 발표할 개헌안을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오히려 “진일보한 ‘행정수도 명문화’를 당론으로 채택한다면, 행정수도 완성의 역사적 결단으로 평가받고 아낌없는 찬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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