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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와 토호정치[편집국장브리핑] 성희롱 논란에서 채용비리 의혹으로
대표 겸 편집국장

“얼굴은 예쁜데 언제까지 스님들 도포 자락에 숨어서 손잡고 다닐 거냐.” 지난 2015년 7월 23일 이춘희 세종시장이 개관을 앞둔 종촌종합복지센터를 방문해 센터장이던 A씨에게 건넸다는 말이다. 이 시장은 이 한 마디 때문에 곤경에 빠졌다.

이 시장은 자신의 발언이 적절치 못했다고 사과했지만 성희롱이란 A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성희롱 발언을 인정하고) 직접 (자신에게) 사과하라”고 1인 시위까지 벌였다. A씨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

이 시장은 사과를 하려면 제대로, 시원하게 했어야 했다. 결과적으로는 성희롱인데,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발뺌하는 사과라면 이미 사과가 아니다. A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시장은 왜곡된 성의식을 표현한 게 맞다. 이 시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복수의 간담회 참석자들도 인정한바 있다.

말에 사람이 담겨있다고들 한다. 하는 말을 들어보면 그 사람의 생각, 인격을 알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이 시장은 상대방이 여성임을 간과한 채 외모를 거론하며 불쾌감을 줬다. 옆에 ‘독신자’ 스님들이 있는 상황이었다. 시장이 이런 식으로 얘기할 정도면 센터에 대해 억누를 수 없을 정도로 불쾌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 시장 발언의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시장은 A씨에 이어 스님들을 향해서도 “섭정하지 말라”고 했다. 간담회 자리에 있었던 스님들은 모두 세종시에 소재한 사찰의 주지다. 세종시는 복지센터를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에 민간위탁하기로 한 상황이었다.

이 시장과 배석한 시 고위공무원은 “(공적인 자리인 만큼) 법명 대신 속명으로 소개하라”고 스님들에게 요구하기까지 했다. 조계종 총무원장에게 대통령 앞이니 속세에서 쓰던 이름으로 통성명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종교를 떠나 상식적으로도 무례한 일이다.

이 시장과 시 고위공무원의 말만 들어보면 이날 간담회가 상당히 공격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작정한 듯 ‘군기’잡는 그림이다. 왜 그랬을까?

이 시장의 말에 그 답이 있을 개연성이 크다.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풀어보면 ‘센터장은 꼭두각시 노릇 하지 말라’ ‘스님들은 센터 운영에 관여하지 말라’는 게 된다.

이 시장은 “센터장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스님들은) 뒷받침 잘해달라는 뜻”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오버했다’고 느낄 정도로 강도가 셌고 언어 선택도 잘못됐다. 불교계가 부당하고 못마땅할 정도로 센터 일에 간섭한다고 이 시장이 판단하고 있었다는 정황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조계종이 센터 인력을 채용하거나 운영하는 데 있어 잘못이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명명백백 밝혀야 하는 이유다.

2015년 9월 종촌종합복지센터 개관식.

하지만 이 시장이나 시가 불쾌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는 주장과 의혹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 시장 선거캠프 출신 인사와 현직 시의원, 시 공무원 등의 인사 청탁이 외압으로 느껴질 수준이었다는 폭로가 잇따랐다. 성희롱 발언 논란이 채용비리 의혹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전임 센터장 A씨는 “(세종시가) 센터 개관 전부터 지속적이고 악질적인 방법으로 인사 외압과 센터장 교체를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센터 직원으로 추정되는 익명의 제보자도 본보에 보낸 전자우편을 통해 A씨가 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현재 센터 산하 시설장인 B씨의 자격과 경력사항을 문제 삼았다고 증언했다.

사실이라면 세종시가 민간 위탁기관 채용까지 간여했다는 얘기가 된다. 시장, 도지사는 당선만 되면 자신의 선거를 도운 상당수의 인력을 데려다 쓸 수 있다. 문제는 정도에 달려있다. 특히 공공기관이나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교통, 문화, 복지, 시설 등의 분야는 시민서비스와 직결된 분야다. 자격과 무관하게 채용이 이뤄진다면 시민의 이익을 편취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직접 발의한다는 정부 개헌안을 오늘부터 3일간 발표하고 있다. 내일은 지방분권과 국민주권 관련 내용을 공개하기로 했다. 큰 틀에서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를 지향한다’는 조항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지방분권이 가능한 나라인지 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지방자치를 중앙과 지방간의 권한배분 문제로만 한정시킬 경우, 지방으로 이전된 권한이 지연이나 학연을 중심으로 한 소속단체들의 연고주의와 지역 토착·토호세력에 의해 독점될 수 있다’*는 경고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요즘 이어서다.

*<정치학으로의 산책>(21세기 정치연구회 지음, 한울아카데미 엮음) 중 ‘지방화와 함께 가는 지방자치’(박재욱 교수)

이충건  yibi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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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 하는짓이수꼴보수같네 2018-03-20 23:38:16

    선거때는 아주 땅바닥에 절하거처럼 굽실거리더 감투쓰니까 이젠 눈에 뵈는게 없나보네, 말을 너무 함부로 하는대?? 채용비리도 책임질 사람이 누군지 뻔한대 모르쇠로 일관하다 마지못해 사과하는 시늉하고, 능력도 없는것들이 인맥으로 좋은 자리 꿰차고 들어가고 이게 자한당 이명박 박근혜 패거리하는짓이랑 다를게 뭐냐???
    문대통령이 채용비리는 엄정하게 대응한댔으니까 이참에 철저히 조사해서 세종시 적폐 세력들 싸그리 청소한번하자   삭제

    • 쯧쯧쯧 2018-03-20 23: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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