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안희정 쇼크’가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세종시 선거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7일 지역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세종시는 더불어민주당의 초강세 지역이란 시각이 우세했던 게 사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당지지율까지 더욱 견고해진 양상이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흔적,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라는 배경에 국정농단 사건까지 터지면서 보수정당이 설 자리를 잃은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았다.

유력 세종시장 후보로 거론되던 최민호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자유한국당 시당 위원장 자리를 고사한 채 두문불출 중이고, 이충재 전 행복도시건설청장도 불출마로 돌아섰다.

보수야당이 ‘구인난’을 겪는 동안 민주당은 ‘구직자’가 넘쳐나고 있다. 민주당 경선 승리가 곧 당선이란 공식이 만연한 게 사실. 지난 달 23일 끝난 시의원 예비후보자 검증 절차에 무려 45명이 참가했다. 전체 평균 3대 1의 경쟁률이다.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은 후보자 기근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최종 6석이 배정되고 전통적으로 보혁구도가 팽팽한 읍면지역에서만 일부 후보자들의 이름이 거론될 정도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에게 안희정 전 지사 비서의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폭로가 후보자 ‘빈익빈부익부’ 현상 심화를 타개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안 전 지사 사건을 충남도의 일로만 치부하기 어려워 보여서다.

세종시의 모태인 옛 연기군이 충남도에 속해 있었던 데다 안 전 지사가 충청권 '맹주'로 영향력을 키우는 동안 그의 지지그룹이 세종시 선거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던 게 사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이춘희 시장후보 캠프는 옛 연기군 원조 민주당 그룹, 안희정 지지그룹, 이해찬 의원 그룹으로 분류될 정도였다. 이들이 그대로 2016 총선에서는 이해찬 의원 당선을 위해 뛰었다.

더불어민주당 세종시당에 ‘친안세력’으로 분류되는 인사들도 적지 않다.

실제 세종시의원 예비후보로 거론되는 상당수가 지난해 1월 대선을 앞두고 출범한 안희정 지지모임 ‘더좋은 민주주의 세종포럼’ 회원이다. 포럼 회원은 70여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가운데 민주당 현역 시의원이 5명이고 출마 예정자가 6~7명에 달한다.

세종시를 여러 차례 방문했던 차기 유력 대권후보의 도덕적 일탈이 중도층의 견제 심리를 발동시킬 개연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선거전에서 야당후보들이 '안희정 쇼크'를 거론하며 민주당 후보를 견제할 가능성도 크다.

주변지역에서는 '안희정 쇼크'의 여파가 현실이 되고 있다.

안 전 지사의 친구인 박수현 충남도지사(전 청와대 대변인) 출마 예정자는 6일 선거운동 잠정 중단을 선언했고, 안 전 지사의 참모 출신인 허승욱 전 충남도 정무부지사는 국회의원 재선거(천안갑) 출마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허태정 유성구청장만 충격과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도 대전시장 선거운동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안 전 지사 지지그룹의 이탈도 눈여겨볼 만하다.

안 전 지사 트위터 지지자 그룹인  ‘팀스틸버드’는 지난 5일 밤 “안 지사 철학과 가치가 모두 허위임이 명백해졌다”는 성명과 함께 지지를 철회하며 피해자와 연대 의사를 표명했다. ‘더좋은 민주주의 세종포럼’은 아직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안희정 쇼크'가 절대적인 민주당 지지층의 이탈로 이어지지는 않을 테지만 세종시에서 민주당의 독주에 제동이 걸릴 상황이 발생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희택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