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고난만큼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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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고난만큼 성장한다
  • 김형규
  • 승인 2018.02.19 09:12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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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의 좌충우돌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 <11>로그로뇨~부르고스

전직 기자가 자전거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김형규의  자전거 역사문화기행.’ 두 바퀴가 달려 만나게 되는 고장의 역사와 문화를 독자들에게 소개해왔습니다. 국내를 벗어나 세계로 눈을 돌린 필자는 뉴올리언스에서 키웨스트까지 1800㎞를 여행하며 ‘미국에서 세계사 들여다보기’를 연재했습니다. 이번엔 아들과 함께 하는 좌충우돌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를 기록으로 남깁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3일차 로그로뇨~부르고스 구간. 구글지도.

둘째 날 개고생(?)한 게 억울해서인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눈을 감고 달려온 코스를 복기했다.

밤새 자전거를 끌고 산을 넘기도 하고 하루 300㎞에 가까운 거리를 달리는 등 산전수전 다 겪었지만 이날 로그로뇨행 라이딩은 혹독한 인상을 남겼다. 아들이 따라와 준 게 고마웠다. ‘포기’를 꺼내 들만도 한데 이날 고행이 오히려 아들의 잠자는 투지를 일깨운 듯했다.

인류가 살아남은 건 고난을 극복하려는 의지 때문이다. 길을 잃었을 때에는 혼란스럽고 앞이 캄캄하지만 난관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미흡함을 깨닫고 성장하지 않던가.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찾아가는 것도 좋지만 순례길에서의 이탈은 자신을 찾고 확인할 수 있는 둘도 없는 돌발 기회다.

전날 목적지까지 가지 못했기 때문에 셋째 날 목표지점인 부르고스(Burgos)까지 거리는 130㎞로 늘었다. 일찍 출발하는 게 관건이다. 서너 시간 후면 재개될 라이딩 걱정과 선잠을 오락가락하다 새벽 5시 30분 주섬주섬 일어났다. 창밖을 보니 아직 동이 트기 전이다.

전날 밤 세탁해둔 옷을 걷으니 축축하다. 손빨래를 하고 탈수를 못했으니 당연하다. 새 옷으로 갈아입고 자전거를 챙겨 모텔 밖으로 나와 멋진남님과 투어가이드를 기다렸다. 그들은 우리가 묵은 모텔에 방이 1실밖에 없어 다른 숙소를 찾아 나섰다.

나중에 얘길 들으니 로그로뇨 성당 알베르게에서 잤다는 것이다. 밤늦은 시간에 빈방이 없어 어려움에 처했는데 성당 알베르게의 수녀가 딱한 사정을 알고 잠긴 문을 열어주고 먹을 것까지 챙겨줬다고 한다. 스페인은 산티아고 순례자에게는 인심이 후하다.

로그로뇨 시내를 7㎞쯤 벗어나 고속도로 밑을 통과하면 곧바로 산티아고 순례길에 들어선다. 멋진남님 라이딩 모습.

순례자에 따뜻한 스페인 인심

로그로뇨에선 전날에 비해 두 시간 빠른 오전 7시에 출발했다. 시내를 빨리 통과해 산티아고 순례길에 들어서는 게 중요하다.

다행이 투어가이드가 시내 통과지점을 안내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랜드마크인 고속도로가 남쪽에 있으니 서남방면으로 향했다. ‘산 미구엘 공원’을 지나자 고속도로가 나타났다. 도로 밑 굴다리를 통과하니 곧바로 산티아고 순례길로 연결됐다.

삼삼오오 앞서 걸어가는 순례자들이 눈에 띄었다. 조금 전 도시 분위기와 전혀 다른 목가적 풍경이다.

어떤 여성 순례자는 무릎보호대를 차고 있었다. 출발지인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여기까지 거리는 대략 210㎞. 1주일에서 10일은 걸어야 올 수 있는 거리다. 발가락과 발목, 무릎에 통증이 올라오는 시점이다. 가야할 길이 600㎞ 넘게 남았다는 생각에 도달하자 무릎보호대에 자꾸 시선이 갔다.

새벽부터 길을 나선 도보순례자들이 삼삼오오 걷고 있다. 이 지점은 출발지인 ‘생장피에드포르’로부터 210㎞쯤 떨어졌다.
무릎에 보호대를 한 순례자가 보인다.

비포장길은 미니벨로와 맞지 않는다. 자칫하면 펑크가 나고 휠이 망가질 우려가 높다. 지면의 요철이 그대로 엉덩이에 전달돼 오래 버티지도 못한다. 불편하긴 해도 도보순례자와 잠시 길을 공유하면서 교감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속도를 줄여 가기로 했다.

7-8명의 서양 자전거 순례자들이 우리를 추월해나갔다. 그들 뒤로 흙먼지가 날렸다. 우리는 보행자를 추월할 때 흙먼지가 일어나지 않도록 거리를 두고 천천히 앞서 나갔다. 오랜 시간 수많은 보행자들의 등산화에 길들여진 비포장 순례길은 생각보다 단단하게 다져져 있었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인지 자전거 타기에 쾌적했다. 전날 고생이 심했던 이유는 늦은 출발에다 뙤약볕이 주된 요인이었다.

고도마저 낮으니 첫날보다 더 더웠다. 둘째 날 평균고도는 501m로 피레네 산맥을 넘은 첫날 633m보다 130m나 낮았다. 셋째 날 평균고도는 765m(최고고도 1202m)다. 우리나라 가을 초 날씨쯤 된다. 거리는 멀지만 쾌적한 상태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것만 해도 큰 힘이 된다. 연속선상의 길을 달리는데 불과 하루 만에 라이딩 환경이 이렇게 달라진다는 게 신기했다.

전운이 팽배했던 성 야고보 길

산티아고길에 순례자를 위해 마련된 음수대.

인생을 흔히 길에 비유한다. 꽃길, 비단길, 외길, 가시밭길, 탄탄대로, 정도(正道), 기로(岐路), 대도무문(大道無門) 등등 표현이 다양하다.

같은 길이더라도 시간‧날씨‧사람‧속도‧동반자에 따라 달라진다. 뛰어가던지, 걸어가던지, 폭풍우를 만나던지, 중간에 불의의 사고를 당하던지 변화무쌍한 인생이라는 길 위에 선 사람은 누구나 죽음이라는 종착지를 향해 간다.

요즘 산티아고길을 걷는 순례자들은 성 야고보가 남긴 종교적 의미뿐만 아니라 남은 인생을 좀 더 의미 있는 길 위에서 펼치고자 이곳을 찾는다.

도보순례자들이 걷는 비포장길을 공유하며 달렸다.

대한민국 산티아고 순례자협회(http://caminocorea.org/)의 자료에 따르면 성 야고보(산티아고)는 서기 44년 헤롯왕 아그리파 1세에 의해 예루살렘에서 참수됐다. 유해는 돌로 만든 배에 실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인근 갈리시아 지방 파드론(Padrón)에 도착했다.

갈리시아 지방은 성 야고보의 순교에 자극받아 중세시대 7세기(718-1492년)에 걸쳐 이슬람 세력인 무어인을 이베리아반도에서 축출하는 중심 역할을 했다. 성 야고보는 평화와 박애보다는 이슬람에 대항하는 전사의 이미지가 강했다.

1189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는 교황 알렉산더 3세에 의해 로마, 예루살렘과 함께 가톨릭 성지로 선포됐다. 교황은 산티아고의 축일인 7월 25일이 일요일이 되는 해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하는 순례자는 그간 지은 죄를 모두 속죄 받는다는 칙령을 발표했다. 다른 해에 오는 순례자는 절반의 죄를 속죄 받는다는 단서도 달았다.

칙령에 따라 12-13세기에는 한해 50만 명이 산티아고 순례길에 나섰다고 한다. 이후 스페인이 가톨릭의 나라로 안착하자 20세기 중반에는 순례자의 수가 급감했다.

배척의 길에서 화해의 길로

일부 순례길은 ‘A 12’번 고속도로 옆으로 나 있다.
미니벨로는 비포장도로를 달리기에 불편하지만 순례길의 고유정취를 맛보기 위해 잠시 흙길을 달렸다.

시들해진 산티아고 순례길은 1987년 유럽연합(EU)에 의해 유럽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1988년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의 열풍에 힘입어 부흥기를 맞았다. 중세시대엔 죄를 용서받기 위해 순례에 나섰지만 요즘은 자아를 찾기 위해 낯선 고행길에 나서는 사람이 많다. ‘연금술사’의 효과인 듯하다.  

일부 가톨릭 신자는 ‘연금술사’를 읽는 동안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파울로 코엘료가 중세시대에 ‘연금술사’를 펴냈다면 교황청으로부터 이교도라고 마녀사냥을 당했을지 모르겠다.

이 작품은 주인공 산티아고가 보물을 찾으러 이집트 피라미드로 길을 떠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집트가 이슬람국가라는 점에서 저자의 의도가 예사롭지 않다. 대척점에 선 두 종교의 교리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새로운 메시지를 도모한 듯하다.

두 종교의 매개로 ‘연금술사’를 내세운 장치도 흥미롭다. 우리에겐 생소한 연금술사는 서양에선 한때 전지전능한 신의 영역을 위협하는 초능력자였다. 

성서의 인물을 등장시키면서도 종교에 갇힌 틀에서 벗어나 소설이라는 허구로 확장시킨 작가의 상상력에 세계의 젊은 독자들이 매료된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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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k 2018-02-20 18:11:47
종교가 무엇인지를 떠나 꼭 한번 가보고 싶네요
순례의 길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늘 궁금해하며 다음편을 기대합니다

한입만 2018-02-26 18:18:57
역사이야기를 곁들이니 더욱 재미지네^^
중세유럽의 무지막지한 봉건제와 무소불위 종교의 힘 !!!
다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펼쳐낼까 기대만발함다.^^

테제오 2018-02-19 13:04:14
아들과의 자전거 여행... 정말 부럽고... 잘 읽고 있습니다.^^

안승우 2018-02-19 13:10:13
잘보고있어요

조용만 2018-02-19 14:00:41
삶은 고난만큼 성장한다

긍정적인 삶의 고난을 아들과 함께
많이 만들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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