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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이집트 파라오도 받은 치아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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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이집트 파라오도 받은 치아이식
  • 선경훈
  • 승인 2018.01.2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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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치과병원의 세 살 치아 여든까지] <25>치과이식과 치아재식
선경훈 선치과병원장

고대 이집트의 왕들이 요즘에도 첨단 치료에 속하는 치과치료를 받았다고 하면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이는 사실이다. 이집트의 파라오들이 치아가 손상됐을 때 노예들의 치아를 뽑아 이식하는 치료를 받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치아를 이식하는 방법은 현대 치의학에서도 상당히 까다로운 치료법에 속한다. 그런데 이런 치료법이 수천 년 전에도 사용됐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집트의 왕들이 받았다는 치료, 즉 치아이식이란 무엇일까?

치아이식은 크게 치아이식과 치아재식으로 나눌 수 있다. 치아이식은 치아를 뽑아 다른 곳에 심는 것이고, 치아재식은 뽑은 치아를 치료한 뒤 그 자리에 다시 심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치아이식은 치아를 다른 곳에 보내는 것이고, 치아재식은 치아를 뽑아 치료한 뒤 그 자리에 다시 심어주는 것이다. 다만 현대 치의학에서는 고대 이집트와는 달리 환자 본인의 치아를 이용한다.

발치한 사랑니, 다른 곳에 이식할 수 있을까?

치아이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문이 '필요 없는 사랑니를 뽑아 보관해뒀다 치아가 빠졌을 때 심으면 안 되나요?'다. 사랑니는 어차피 쓸모없으므로 뽑아서 버리는데, 그러지 말고 보관해두었다가 나중에 재활용해서 쓰면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부만 맞다. 치아 이식의 가장 큰 관건이 바로 시간이기 때문이다. 만약 사고나 충치 등으로 치아를 잃었다고 가정해보자. 당장 사랑니를 뽑아도 문제가 없는 경우엔 치과에서 사랑니를 뽑아 치아를 잃어버린 자리에 심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니는 뽑힌 뒤 다른 곳에 심어지는 과정에서 공기에 노출된다. 치아 뿌리가 공기에 30분~1시간쯤 노출되면 세포들이 죽기 시작하고 성공할 확률이 점점 떨어진다.

치아이식 성공의 관건은 치근(치아뿌리)이 공기 중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치아 뿌리의 세포들을 오래 살릴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 치아이식술의 범위와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근 치의학계에서는 치아 뿌리 세포가 공기 중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관하거나, 공기 중에 노출되더라도 세포들이 빨리 죽지 않게 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치아이식은 난이도가 높은 치료법이어서 현재도 그다지 보편적으로 이뤄지진 않는다. 하지만 문제가 생긴 치아를 뽑아 치료한 뒤 그 자리에 다시 심는 치아재식은 치아이식보단 많이 시행되는 편이다.

치아재식의 골든타임은 ‘15분’

자가치아뼈이식

치아재식은 주로 치아우식증(충치), 치은염, 치주염같은 잇몸질환 등으로 치아 뿌리 부분이 손상될 때 한다. 치아재식은 치과의사가 치료 목적으로 하는 '의도적 재식'과 사고 등에 의해 뽑힌 치아를 대상으로 하는 '상해성 재식'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의도적 재식은 치과의사가 계획적으로 치아를 뽑은 뒤 15분 이내에 하는 것이므로 큰 어려움이 없고, 치료 성공률도 90% 안팎으로 높다. 물론 치주 질환이 아주 심한 경우엔 치료 성공률이 80%대로 낮아지기도 한다.

반면 상해성 재식이 성공하기 위해선 사고 현장에서 치아를 제대로 보존해야 하고, 늦어도 1~2시간 안에 치과에 도착해야 하는 등의 전제 조건들이 충족돼야 해 의도적 재식보다 성공 가능성이 낮다.

치아재식술은 주로 40대 이전에 시행돼

이처럼 상해성 재식의 성공률이 높은 편이 아닌데도 치료를 권유하는 경우가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치아 한 개는 다른 치아와의 간격을 유지하고 치열을 고르게 해주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치아 한 개가 빠졌을 때 이를 방치하면 양 옆 치아들의 치열이 무너지고, 치아 전체의 기능이 떨어진다. 따라서 사고로 치아가 빠졌을 때도 치아재식술 성공 가능성을 판단한 뒤 가능한 경우엔 치아재식 치료를 한다.

치아재식은 젊을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아 주로 40대 이전에 시행된다. 그 이상의 연령대에서는 임플란트 등 다른 치료법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 앞에서 사랑니를 활용한 치아 이식이 일부만 맞으며, 그 이유가 장기 보관의 효율성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만약 사랑니를 뽑아 수년~수십 년간 보관했다가 쓸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아직은 불가능하다. 현재 치아뿌리의 세포 손상을 최소화한 채 저온냉장법으로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은 1~2주를 넘지 못한다. 자신의 치아를 뽑아서 보관했다가 치아 이식 치료에 쓰려면 최대 2주 이내에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자가치아 뼈이식재, 발치한 사랑니의 또 다른 가치

발치한 사랑니를 장기간 보관해 두었다가 다른 곳에 이식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사랑니에는 또 다른 효용 가치가 있다. 바로 ‘자가치아뼈이식재’로써다.

임플란트치아를 심으려면 임플란트 뿌리를 고정할 잇몸뼈의 양이 충분하고 단단해야 하지만 치주질환 등으로 잇몸뼈가 손실돼 임플란트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예전에는 이들의 잇몸에 다른 사람의 뼈, 동물뼈, 합성뼈 등을 이식해왔다. 그런데 우리 몸은 이것을 이물질로 인식해 생착률(다른 조직에 잘 붙을 수 있는 확률)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요즘엔 자신의 치아를 잇몸뼈에 이식하는 치료법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를 '자가치아뼈이식술'이라고 한다.

자가치아뼈이식술을 할 때는 치아이식을 위해 치아뿌리 세포들을 살려서 보존해야 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치아를 오랫동안 보관하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고,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 물론 자가치아뼈이식술도 자신의 치아를 그대로 잇몸뼈에 이식하는 것은 아니며, 세척과 시약처리 등을 통해 뼈이식 재료로 만들어서 이식이 이뤄진다.

첨단 과학이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어도 아직은 부모님으로부터 받는 본연의 기관이나 조직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치아나 잇몸뼈도 마찬가지다. 한 번 잃어버린 치아는 절대 다시 자라지 않는다. 이것이 치아를 소중히 하고, 구강관리를 잘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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