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세종시는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해소 목표를 담은 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충청권의 전유물이 아닌 이유다.
전 국민적 동의를 전제로 탄생한 만큼, 가치와 성과가 다시 전국에 공유돼야 마땅하다. 그 수단이 바로 상생발전, 균형발전이다.
숙원이자 국가적 대사인 ‘세종시=행정수도 개헌’ 명문화 역시 충청권을 넘어 전 국민 지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당장 충청권 이웃도시들로부터 ‘세종시=블랙홀’ 우려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움직임이 확실한 근거와 팩트 없이 정치적 구호나 생떼쓰기식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데 있다.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하거나 정치공학적 계산이 깔려있다.
과연 세종시는 지난 5년여 간 주변의 인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을까.
갈수록 거세지는 대전과 충북, 충남의 견제
대전은 지난해 택시 업계의 ‘세종시=행정수도 개헌 반대’ 움직임으로 충청권 상생 무드에 찬물을 끼얹었다. 현재 진행형이다. 택시 사업구역 확대 등을 위한 꼼수다.
충남은 공주시를 중심으로 KTX 세종역 설치에 조직적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전 택시와 공조하며 포화 상태에 이른 택시 사업구역 확대 등의 기회도 엿보고 있다.
충북은 세종시 현안 사업이 있을 때마다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는 일단락되고 있는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부터 KTX 세종역 설치, 각종 유치사업이 있을 때마다 딴지를 건다. 택시 사업구역 확대 요구도 여전하다.
‘세종시=행정수도 개헌’ 명문화란 절체절명의 숙제에 대해선 사실상 뒷짐 지고 있다. 말로만 상생하며 제 주머니 챙기기에만 급급한 양상이다. 오는 6월 개헌의 골든타임이 다가오고 있지만 전망이 어두운 배경이다.
세종시 인구 28만여 명… 유입인구는 16만여 명
세종시 인구는 지난해 말 28만 명을 돌파했다. 이중 타 시‧도 유입인구는 16만 7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8월 기준이다.
수도권이 경기 2만 5217명, 서울 1만 9059명, 인천 3665명 등 모두 4만 7941명 이주로 전체 유입인구의 약 28.7%를 차지했다. 기타 지역에선 전북과 부산‧대구‧광주‧경남, 전남‧경북, 강원, 울산, 제주 등의 순으로 합계 1만7494명을 기록했다.
인구 블랙홀 우려를 가장 크게 제기하는 충청권은 10만 1577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유입인구의 약 60%다. 대전이 6만 6880명으로 가장 많았고, 충북(1만 7956명)과 충남(1만 6741명)이 뒤를 이었다.
외형만 놓고 보면, 충청권 우려는 기우가 아니었다. 다만 각 지역 전체 인구 변화로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충남은 지난 5년여 간 9만 3810명의 인구유입 증가 효과를 봤고, 충북은 3만 2512명 늘었다. 수도권 등 타 지역 유입이 동반됐다. 충남 공주시와 충북 청주시도 함께 들여다봤다.
‘서울~세종 고속도로의 청주 경유’ 등 세종시 발목을 가장 많이 잡아온 청주시는 어땠을까. 청원군 통합 효과 등을 합해 지난 5년간 1만 7409명 증가 효과를 봤다.
공주시의 경우, 우려를 제기할 만한 수준이다. 공주시는 9000여명 감소했다. 지난해 말 인구수 10만 8600여명이다. 옛 장기면(현 장군면)이 세종시로 편입되면서 발생한 자연 감소분인 만큼 세종시 블랙홀을 이야기하긴 어렵다.
세종시 유입인구 1위를 기록 중인 대전시는 실제로는 1만 8000여명 줄었다. 지난 5년여간 약 1.2% 감소율이다. 세종에서 대전으로 유턴한 인구도 적잖았다. ‘살기 좋은 도시’ 타이틀에 걸맞게 꾸준히 전 국민 유입효과를 봤다.
결국 이 같은 현주소만 놓고, 세종시를 블랙홀 도시로 단정하는 건 무리가 있어 보인다.
행복도시에 쓰라고 만든 ‘행복도시 특별회계(국비)’… 상생사업으로 2조여 원 투입
충북은 지난해 변재일 의원을 중심으로 ‘행복도시 특별회계’를 주변 지역까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법안을 제출했다. 2030년까지 세종시 행복도시에 투입하기로 한 8조 5000억 원(현재 5조여 원 집행) 일부를 주변 지역 공조 사업에 쓰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변 의원 주장은 이미 현실 속에서 이뤄지고 있어 설득력이 없다. 비알티(BRT)와 승용차 이동에 초점을 맞춘 광역도로 연결 사업이 꾸준히 전개됐다. 세종을 중심으로 대전과 공주, 청주는 20분 이내 생활권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주거지와 교류의 폭이 한 차원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충북에는 ▲오송역~청주 연결도로(1614억 원) ▲오송역~청주공항(1431억 원) 등 세종과 사실상 연관 없는 사업에 행복도시 예산이 투입됐고, 조치원~오송(442억 원), 부강역 연결(687억 원), 행복도시~오송역(3133억 원), 청원IC 연결(725억 원), 청주시 연결(1639억 원) 등 행복도시와 상생 발전 예산도 투입됐거나 집행 중이다.
합계 9671억 원으로 1조원 가까이 된다. 더욱이 2030년까지 세종~청주 고속도로 건설이 8013억 원 규모로 추진될 예정이다.
충남에도 공주시 연결에 2323억 원, 정안 IC 연결에 3061억 원 등 모두 5384억 원 규모가 편성돼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대전 역시 마찬가지다. 외삼동~유성복합터미널 연결(664억 원)과 회덕 IC 연결((721억 원), 행복도시~유성(2276억 원), 대덕테크노밸리(4145억 원) 등 모두 7806억 원이 뿌려지고 있다. 대전 비알티 1001번은 이미 수요 포화 상태로 오송역~세종-대전역을 오가고 있다.
3개 시‧도 합산 예산만 2조 2861억 원. 행복도시 건설 예산의 약 27%를 차지한다. 1/4 이상이다. 100번 양보해 세종시 구간을 제외해도 1조 3510억 원이 주변 지역에 투입된 셈이다.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공공(지자체) 영역… 열려있는 세종시 민간 영역
충청권은 결국 인구 500만 명 이상의 메갈로폴리스, 즉 하나의 거대 광역도시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전망이자 관계 기관간 상생 방향으로 설정돼 있다.
결국 시간이 필요하다. 세종시가 2030년까지 정상 건설되는 과정, 그리고 그 파급효과가 주변 지역을 넘어 전국에 확산되기까지다. 기다림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이유다. 이제 세종시 출범 후 5년을 넘어섰다.
주변 지자체가 지역 이기주의와 정치공학적 계산에 의해 ‘블랙홀 우려’를 확산하며 떼쓰고 있는 사이 민간 영역에선 자연스런 교류와 상생이 이뤄지고 있다.
청주와 대전, 충남 대표 브랜드 식당‧업종이 자연스레 세종시에 자리 잡고 있고, 각 지역별 최소 200여명 이상(제주도) 전 국민이 자발적 선택에 의해 세종시로 이사와 전 국민 도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오래된 도시에서 흔한 ‘텃새’가 없다.
대전 중앙시장과 공주 산성시장 등 유명 전통시장을 비롯해 대전 은행동과 관평동, 공주 공산성, 청주 청남대와 상당산성 등 주요 관광‧상업중심지로 원정 쇼핑‧여행도 잇따르고 있다.
택시가 이권 다툼을 하는 사이 ‘대리운전업계’는 충북‧대전‧세종 업체가 한데 어울려 자연스레 영업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이제 5년을 갓 넘어선 세종시다. 지나친 경계와 견제는 충청권 발전에 도움이 안된다”며 “세종시 역시 지역 인재 채용과 택시 문제 해결 등 보다 적극적인 상생 노력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8년 세종시에서 움트는 상생의 기운… ‘세종시=행정수도’ 개헌 명문화로 나아가야
세종과 대전, 충남, 충북이 한데 모여 상생 협력을 논의하는 ‘충청권 상생협력 기획단’이 있다. 2015년 출범한 이래 1년 주기로 사무실을 옮겨가며 상생 발전의 전초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 충북과 충남, 대전을 거쳐갔고, 올해는 세종시로 옮겨올 차례다. 오는 25일 오후 1시 45분 보람동 시청 6층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갖는다.
좋은 징조다. 세종시가 상생 협력의 중심으로 거듭나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다. 이어 오후 2시에는 ‘세종시=행정수도’ 개헌을 지상 최대 과제로 설정한 충청권 상생협력 결의대회도 열린다.
시민사회 관계자는 “당장의 이익에 급급해 하지 않고, 충청권 상생발전에 대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며 “교착상태에 빠진 행정수도 개헌의 해법도 여기에 있다”고 제언했다.
세종시 당국이 이 문제를 대승적인 자세로 풀지 않으면 충청권 4개 시도간 상생협력은 불가능하고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국민투표 통과도 불가능에 가까울 겁니다.
충청권에서 반대표가 많이 나오고서야 어떻게 국민투표 통과가 가능하겠습니까?
대전 충남 충북의 세종시에 대한 피해의식이 해소되어야 진정한 상생협력이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