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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희망' 종촌고 학생들의 아주 특별한 법정극[인터뷰] 종촌고 스페스 유스티치아2(SPES JUSTITIA II) 법 동아리
(왼쪽부터) 종촌고 서재영, 장윤혁, 이수민, 조민아 학생.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종촌고등학교 ‘스페스 유스티치아(SPES JUSTITIA) II’ 법 동아리 학생들이 제12회 청소년 모의재판 경연대회에서 대상과 지도교사상을 휩쓸었다. 동아리 개설 2년 차에 얻은 값진 성과다.

청소년 모의재판 경연대회는 법무주가 주최하는 전국대회다. 법과 사법 절차에 대한 청소년 이해를 돕기 위한 취지로 매년 열리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고등부 형사 100팀, 고등부 민사 45팀, 중등부 형사 50팀 등 전국 195개 팀이 참가했다.

종촌고 학생들의 모의재판 시연 주제는 ‘두 아빠를 가진 아이의 진심’으로 '인공수정'을 소재로 했다. 과학의 발전과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법 체계.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 이수민, 조민아, 서재영, 장윤혁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술 발전과 다양한 가족 형태, 진정한 가족이란?

제12회 전국 청소년 모의재판 경연대회 고등부 민사부문 대상을 수상한 종촌고 SPES JUSTITIA II팀. 맨 오른쪽이 임태형 지도교사. (사진=종촌고)

모의재판 소재 선택은 생물학적인 부모의 친권을 천부인권으로 인정하는 현 법리 해석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됐다. 인공수정의 경우 친권을 두고 다툼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집중했다.

이수민(2학년) 동아리 대표는 “법 동아리이긴 하지만 이과 친구들이 많고 인공수정과 관련된 법 체계가 정립되지 못한 상황을 알게 돼 소재로 택하게 됐다”며 “올해 6월 쯤 모의재판 준비를 시작해 판례나 법률을 찾으면서 공부했다”고 말했다.

현행 법에 따르면, 생물학적인 아버지만이 친권을 가진다. 하지만 2005년 개정된 민법 상 가족관계에 대한 항목에서는 일관되게 미성년자의 복리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서재영(2학년) 학생은 “인공수정 기술은 생명 분야 관련 과학 잡지를 읽으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며 “이미 법리적 결론은 있지만 학생들이 생각하는 관점에서, 특히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고려해 생각해봤다. 친권은 결국 생물학적인 아버지가 아닌 양육한 아버지 즉 아이의 복리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임태형 지도교사는 “친생자가 친권을 갖는다는 법리적 해석을 떠나 학생들이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체계에 대한 논리를 주장한 점이 평가에 반영됐다”며 “변호사, 검사, 법학자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의 법리적 검토를 받은 점이 아이들에게도 인상깊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리 이름 '스페스 유스티치아(SPES JUSTITIA)'는 라틴어로 정의의 희망을 뜻한다. 현재 총 14명의 학생들이 동아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학생자치법정 70건 운영, 법조계 진로 꿈꾸기도

종촌고는 올해 11월 제4회 학쟁자치법정 우수사례 경연대회에서 세종지역 예선 최우수상을 수상, 전국대회까지 진출했다. (사진=종촌고)

종촌고는 학생자치법정 운영이 활발한 학교로 손꼽힌다. 학생자치법정이란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판사, 검사, 변호사 등의 역할을 맡아 교내 법정을 열고, 교칙 위반 학생을 재판·선도하는 제도다. 1983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돼 국내에서는 2006년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시작됐다.

올 한 해 동아리에서는 70건의 과벌점 학생들의 사안을 재판했다. 지난해 처음 시작한 자치법정이지만, 놀랄만한 건수다.

장윤혁(1학년) 학생은 “학생자치법정에서 판사를 맡고 있는데, 양 측의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듣는 역할”이라며 “검사의 구형과 변호사의 변론, 대상 학생의 억울한 사연을 듣고 교육처분을 내린다. 학생들이 이행 패키지를 통해 성실히 판결을 수행하고, 태도의 변화가 일어났을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동아리 대표 이수민 학생은 변호사 역할을 수행한다. 실제 변리사를 꿈꾸고 있어 평소 특허분쟁에 대해 관심이 많다. 누구라도 자신의 지식재산권을 침해받지 않도록 돕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 이 양의 바람이다.

이수민 학생은 “학생자치법정에서 검사를 맡고 있는데, 보통 학생들이 큰 잘못이 아니라 규율 위반 등 사소한 것이 쌓여 법정에 서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친구들의 억울한 점도 들어주고, 무엇보다 재판 과정을 통해 반성의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했다.

학생자치법정 운영 2년차에 불과해 일반 학생들의 인식이 부족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조민아 학생은 “보통 벌점을 받는 친구들이 선생님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 학생들이 내리는 처분을 오히려 쉽게 수용하기도 한다”며 “다만 아직 자치법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같은 학생이 내리는 교육처분을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들은 “14명의 친구들이 동아리 운영 2년차만에 전국대회 1등을 하게 돼 자랑스럽다”며 “대회를 준비하며 사회의 첨예한 대립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철학적 고민이 필요하고, 법과 제도는 이런 갈등을 합리적으로 풀 수 있는 도구라는 것도 깨닫게 됐다”고 했다.

한지혜 기자  wisdo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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