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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해고 ‘나몰라라’? 공동주택계약서도 무용지물고용 승계 커녕 약속된 근로 계약기간도 못 채워, 사회 이슈됐지만 제도 '미비'
올해 3월 입주가 시작되면서 입주민들에게 받은 공동주택관리계약서. 1조 1항에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자의 계약 기간은 최소 1년 이상으로 한다'는 문구가 들어있다.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세종시 도램마을 11단지 아파트 경비원 5명이 지난 12일 전원 해고됐다. 전 세대 93%가 동의한 공동주택관리계약서에 명시된 근로 계약 기간도 무용지물이었다.

입주민 A씨는 “용역 업체 변경에 동의는 했지만 경비원 전원 해고에 대한 공지는 어디서도 보지 못했다”며 “해고에 앞서 입주 때부터 고생해온 경비원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비원들은 용역업체가 새로 바뀔 때마다 고용 불안을 겪는다. 신규아파트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가 구성되면 입찰공고를 통해 관리 업체를 재선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다만 문제는 기존 근로자들의 계약기간을 고려하지 않으면, 1년도 못 채우고 쫓겨나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이다.

용역업체 선정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의 업무다. 지침과 선정 기준을 정하고, 부여한 점수에 따라 업체를 선정한다. 공고문 조항에 기존 미화·경비원들의 근로 계약 기간을 고려해 반영하는 것, 고용 승계 문제는 입대의가 나서지 않으면 뒷전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파트 위탁 관리업체 관계자 B씨는 “업체가 새로 들어오더라도 사람을 채용하려면 공고와 면접 절차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아파트 사정을 잘 아는 근로자를 그대로 승계하는 경우도 많다”며 “입대의는 인사권이 없다고 하지만 영향력을 무시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했다.

‘인사권’ 없다는 아파트 입대의, 사실일까?

아파트 정문 앞에 세워진 피켓. 해고된 경비원들이 아파트를 떠나지 않고 해고 사유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곳 아파트에는 입주 당시 주민들이 작성한 공동주택계약서가 존재한다. 용역업체 대리인인 생활지원센터장(관리소장)과 입주자 간 체결한 계약서다.

제1조 1항은 ‘사업주체의 관리기간은 입주일로부터 과반수 이상 입주 후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의에 따른다’고 명시돼있다. 단,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자의 계약 기간은 최소 1년 이상으로 한다’라는 단서 조항이 붙어있다. 단지 내 580세대 중 538세대, 93%가 이 계약서에 서명했다.

소장 C씨는 “단서조항을 넣은 것은 이러한 해고 사태를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계약서의 법적 효력을 떠나 세대 93%가 동의한 사항을 주민 대표 기구인 입대의가 반영하지 않는 것이 맞는 일인지, 계약기간도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근로자들에게 일말의 설명도 없다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올해 5월 중앙노동위원회는 위탁관리회사 소속 근로자라도 입대의가 근로자의 업무를 지휘·감독하는 등 영향을 미쳤다면 실질적인 사용자는 입대의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사실상 직원들이 입대의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며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는 사정 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돼 있다고 본 것이다.

C씨는 "경비, 미화, 관리 등 직원들이 궁극적으로 입대의를 통해 주민들의 관리비로 임금을 받는 만큼 노동청에서도 입대의가 실사용자라는 판례가 구축돼있는 상황”이라며 “물건 치우듯 사람이 치워지는 상황이 반복되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세태가 세종시에서 나타나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고 했다.

최근 경비원 고용 문제가 부각되면서 올해 서울시에서는 ‘경비원 상생고용 가이드’를 제작·배포했다. 용역회사 적격심사나 재계약심사 시 근로계약기간을 기존 용역회사의 계약기간과 동일하게 하고, 용역회사 변경 시에는 고용승계를 원칙으로 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광주 남구에서도 ‘공동주택 경비원 근무환경 개선안’을 마련했다. 용역회사를 통해 간접 계약된 경비원들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모범계약서를 권고하고 있다. 계약서에는 근로기간을 1년 이상으로 하고, 업체가 바뀌더라도 고용을 승계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해고된 경비원 D씨는 “입대의와 업체 측에 해고 사유와 절차의 문제점에 대해 답변을 요구했지만 대답을 듣지 못했다”며 “생계가 어려운 분들도 있고, 8개월 간 일한 직장에서 인사도 없이 이런 식으로 쫓겨나니 착잡한 심경”이라고 토로했다.

한지혜 기자  wisdo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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