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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과일 세종시 복숭아, '와인'으로 마신다[인터뷰] 금이산농원 김영기 대표
금이산농원 김영기 대표(왼쪽)와 딸 천영옥 도예가(오른쪽).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세종시 특산물 복숭아를 발효시켜 만든 화이트 와인이 대한민국 와인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전의면 금이산농원 김영기 대표가 개발한 ‘복숭아 와인’이 그 주인공.

이 복숭아 와인은 지난달 열린 ‘2017 광명동굴 대한민국 와인 페스티벌’에서 레이블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세종시에서는 이미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정부부처 입주식에서 사용된 와인으로 유명하다.

김영기 대표는 지난 10년 간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복숭아 와인을 연구해왔다. 올해는 아들 천명환 씨와 함께 60평 규모의 와인 제조 시설 확대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루기 까다롭지만 천상의 향기와 맛을 가진 복숭아. 그가 늦은 나이에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와인 제조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여성 전기공사기사 1호, 양조학 공부까지

국내 여성 전기공사기사 1호이자 국내에서 가장 먼저 복숭아 와인 개발에 뛰어든 금이산농원 김영기 대표.

김영기 대표는 1980년대 현재의 세종시 전의면으로 시집왔다. 국내 여성 전기공사기사 1호 타이틀을 가진 그는 줄곧 건축 현장에서 일했고, 농사는 20년 전 땅을 사 오가피를 재배하면서 시작했다. 

당시 열매만 팔아서는 돈이 되지 않아 건강보조식품 분야로의 진출을 고민했다. 오가피는 인삼과 비슷한 뛰어난 효능으로 알려져있다.

김 대표는 “팔지 못한 오가피 열매를 설탕에 재워놓으니 발효가 돼 술이 됐고, 장태평 전 농림부 장관이 우연히 드시고 주류 제조 권유를 받았다”며 “양조학과 소믈리에를 공부하고 농업대학을 찾아다니며 연구를 시작한 게 벌써 15년 전”이라고 회상했다.

복숭아는 쉽게 다루기 힘든 과일 중 하나다. 빨리 무르기도 하고 당도가 높아 금방 날파리가 꼬이기 일쑤다. 복숭아 와인을 선택한다고 했을 때 주변 모든 사람들이 그를 말렸다.

그는 “오가피 와인으로 충남공예조합, 농촌진흥청 등의 공모전에서 수상하고, 농업기술센터 지원을 받다보니 지역 농업 진흥에 대한 책임감과 관심을 갖게 됐다”며 “맛 좋은 인근 지역 농가의 복숭아를 활용해보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단지 모양이 고르지 못하다는 이유로 자식 같이 키운 과일을 처리해야 했던 농가 주인들은 김 대표에게 흔쾌히 복숭아를 내어줬다. 과일로만 먹었던 복숭아가 멋진 와인으로 재탄생하는 순간, 김 대표와 농가 주인들은 기쁨과 보람을 함께 느꼈다.

그는 “복숭아 와인은 사과나 배와 달리 처음 만들었을 때 뿌옇고, 이를 투명하게 거르기까지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드는 과일”이라며 “다만 와인 자체가 그대로 복숭아즙이라고 볼 수 있고, 여름 한때가 아닌 사시사철 복숭아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와인 1차 제조는 복숭아가 나오는 7월부터 9월까지 진행된다. 발효와 숙성과정은 1년 6개월에서 2년 가까이 소요된다. 세척과 1차 발효, 찌꺼기를 거르는 래킹(racking)과정, 숙성을 수 회 반복해야 한다. 와인 제조 자체가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깊은 맛의 와인이 탄생하기까지 고도의 세밀함이 요구된다.

김 대표는 “오가피 와인은 숙성할수록 깊은 맛이 나고, 복숭아는 산뜻한 맛을 유지하려면 1년~2년 사이가 가장 맛있다”며 “와인 제조가 소규모로 이뤄지긴 하지만 서울 홍대, 각종 지자체 행사, 백화점까지 진출한 상태다. 와인 수요가 점점 많아지면서 올해는 60평 규모의 와인 제조 시설 건립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광명동굴 와인페스티벌 ‘수상’ 소믈리에 호평도

금이산농원에서 제조한 복숭아 와인.

국내 최대 규모의 와인을 구비한 광명동굴에서도 복숭아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지난해부터는 신세계 백화점 ‘우리 술방’ 코너에 입점했고, 세종시에서는 전의농협과 싱싱장터 로컬푸드 매장 등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최근 금이산농원의 복숭아 와인은 지난달 열린 2017 광명동굴 와인페스티벌 레이블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평가에는 전문가 25명, 일반인 애호가 25명 등 총 50명의 심사위원이 참여했다.

이날 페스티벌에서 최정욱 소믈리에는 복숭아 와인을 시음한 뒤 “화이트 와인 치고는 14도라는 다소 높은 도수에 은은하면서 달콤한 향, 마시면 알코올 기운이 확 오르는 느낌”이라며 “달콤한 향을 가진 와인이라도 맛은 드라이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와인의 매력”이라고 평했다.

같은 날 최정욱 소믈리에와 김용주 바텐더는 페스티벌에서 금이산농원의 오가피 와인을 활용, '스톤 팟(Stone Pot)' 칵테일 제조를 시연하기도 했다.

대대로 이어지는 ‘와이너리’ 목표

지난해 12월 수상한 농림축산식품부 표창장.

와인 사업이 커지면서 아들 천명환 씨와 딸 천영옥 도예가도 힘을 모으고 있다. 특히 와인제조 공간 옆에는 천 작가의 작업실이 위치해 있어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현재 그는 고향인 전의면 가느실길 풍경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이곳 전의면은 가느실길이라고 이름 붙여진 냇가, 인근 청안사 사찰, 백제 금이성 자락 등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지니고 있어 관광 자원화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와 가족들은 곧 60평 규모의 와이너리 시설 중 일부를 개방, 등산객과 산악바이크를 즐기는 사람들이 쉬어가는 작은 카페 겸 휴식 공간을 꾸밀 예정이다. 언젠가는 외국처럼 가족들이 대대로 운영하는 와이너리로 이어가겠다는 것이 목표다.

김 대표는 “늙어가면서 외로움이 가장 견디기 힘든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며 “와인을 시작하고, 공간을 만들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남은 생이 외롭진 않겠다는 생각을 한다. 몇 백년 전통의 와이너리처럼 대대손손 역사가 숨 쉬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딸이 만든 도자기 그릇에 집 뜰에서 재배한 유기농 작물,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만든 복숭아 와인 한 잔까지. 금이산 자락을 등에 업은 자연적인 와이너리의 풍경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한지혜 기자  wisdo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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