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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자들의 이정표, 희망의 '반딧불이' 선생님[인터뷰] 소담중 남택수 교사
세종시 소담중학교 미술교사이자 '반딧불이'를 소재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남택수 작가.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까마득한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나는 반딧불이. 오랜 병마와 싸우면서도 끝까지 희망을 쫓아 자신만의 화풍을 찾은 이가 있다. 세종시 소담중 미술 교사 남택수(49) 작가다.

교육대학교 출강, 예술고등학교 실기를 가르쳐온 그가 엄청난 경쟁률의 임용고시에 도전, 지난해 세종시 선생님이 됐다.

지난 7일 세종시 소담중을 찾아 그를 만났다. 20년 넘게 이어온 붓질, 만성신부전증으로 인한 투병, 생의 지향점이자 그가 가장 사랑하는 ‘반딧불이’까지. 영화 같은 그의 삶을 들여다봤다.

고난의 연속, 예술가의 생(生)

화실에서 작업 중인 남택수 작가.

그는 지난 12년 간 예술고에 근무하면서 학생 실기를 지도했다. 예비 교원을 대상으로 한 교대 강의 등 작품 활동과 일을 병행했다.

임용고시에 도전한 건 40대 중반이 돼서다. 오랫동안 임용준비생을 지도했고, 마침 시험 전형이 논술형으로 바뀐 덕분에 첫 시험에 바로 합격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남 작가는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그렇듯이 신경이 예민하고 불규칙적인 생활을 해왔다”며 “교직 생활의 장단점이 있지만, 오히려 최근 작품 활동이 더 활발해졌다. 상업미술이 아닌 진짜 내 그림을 그릴 수 있어 가장 좋다”고 했다.

건강약화와 가난. 예술가들의 꼬리표와 같은 이 두 가지 불행은 그를 피해가지 않았다. 몸을 혹사시키며 작품 활동을 해왔던 젊은날은 곧 신장을 망가뜨리는 병마로 이어졌다.

중환자실에 누워있으면서도 그는 벽에 그림을 그렸다. 천만다행으로 이식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된 건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16세 소녀의 장기기증 덕분. 2010년 무더운 어느 여름날, 그는 새 생명을 얻었다.

남 작가는 “중학교에 근무하고 있지만 아이들을 보면 남다른 생각이 든다”며 “기증 이후 신이 나에게 준 재능으로 오로지 작품활동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남은 삶을 귀히 여기기 위한 일종의 책임감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영화 같은 이야기는 현재 동명이인인 남택수 영화감독과의 다큐멘터리 작업에 담기고 있다. 

어둠 속 희망 ‘반딧불이’ 특별한 화풍

작품명 '반딧불의 숲' 남택수作.

이식 수술 이후 그의 화풍은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에는 생계를 위해 상업적인 그림을 주로 그렸다면 수술 이후에는 ‘반딧불이’를 소재로 한 따뜻하고 밝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의 화폭 속에서 반딧불이는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빛이자 밤하늘의 별이다. 수 만개의 반딧불이가 모여 큰 고래의 형상을 이루기도 하고, 길을 잃은 아이들을 이끄는 이정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남 작가는 “내게 반딧불이는 단순한 풀벌레가 아닌 삶의 노래이자 꿈과 희망의 빛”이라며 “그림을 시작한지 20년 만에 나만의 작품세계를 얻었다”고 했다.

유화 작품 속 반딧불이는 특수 형광물감으로 표현된다. 시중 제품이 없어 그가 직접 물감 제작 회사에 연락, 형광 가루를 공수해 만들었다. 완전한 암전 상태가 되면 작품 속 반딧불이는 형광으로 빛난다.

숲과 바다, 우주를 잇는 삼중의 공간은 한 화폭에 담긴다. 초현실적인 숲의 모습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숲을 지키는 큰 나무와 그 나무를 지키는 정령의 여신, 즐겁게 뛰어노는 남매의 모습은 판타지에 가깝다.

그는 “반딧불이를 주제로 한 노래를 작사·작곡해 개인전 오프닝 무대에서 선보이고 있다”며 “그림을 그려 돈을 벌기 보다는 단 한 점이라도 스스로 감동받을 수 있는 걸작을 남기는 것이 최종 생의 목표”라고 말했다.

올해 그는 서울 ‘갤러리 두’에서 초대전을 가졌다. 지난해에는 대형전시장인 수성아트피아 전관에 초대되는 등 전시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가슴으로 하는 수업, 열정 심어주는 교사

소담중 학생들과 함께 그린 벽화 앞 남 교사와 제자들. (왼쪽부터) 3학년 오효빈, 정민 학생, 남택수 교사, 정가경, 김예주 학생.

소담중 복도에는 학생들과 그린 벽화가 있다. 최근 독도의 날을 맞아 그린 학생들의 협동화도 전시됐다. 맞은편에는 학생과 교직원이 함께 작업한 고래 모양 타일 벽화가 눈길을 끈다.

20여 년 간 실기를 지도하면서 얻은 노하우는 미술교사인 그에게 큰 장점이다. 학생들의 그림을 손보는 일이나 벽화 작업 모두 그에게는 일상적인 작업에 속한다.

반면 자유로운 예술가로서의 일상이 뒤바뀌면서 그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올해는 담임을 맡아 교육 방식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는 “가슴으로 하는 감성적인 수업을 하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아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며 “예술고가 아닌 일반 중학교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열정과 꿈을 심어주는 미술교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새로 얻은 삶을 헛되이 쓰고 싶지 않다는 한 미술가가 희망의 노래를 쓴다. 교사가 된 그는 아이들이 어둠 속 길을 잃지 않도록 영혼의 빛을 선물하고 있다.  

'반딧불의 숲- 달빛숲속 서커스단' 시리즈. 작품 속 남매의 모습은 자녀들의 어릴 적 모습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한지혜 기자  wisdo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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