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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연가' 김은희 작가가 말하는 드라마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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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연가' 김은희 작가가 말하는 드라마의 세계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7.11.03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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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스트 집현전 1기 멘토링 강연, '드라마는 어떤 힘으로 만들어지는가'
김은희 드라마 작가가 3일 오후 6시 세종포스트빌딩 5층 오픈스튜디오를 찾아 집현전 학사들과 레이디스포스트 수강생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2002년 드라마 ‘겨울연가’로 기념비적인 작품을 남긴 김은희 작가가 3일 세종포스트를 찾아 드라마 작가의 세계를 풀어놨다.

이날 강연은 세종포스트 집현전 ‘멘토와의 만남’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집현전 1기 학사 학생들과 세종레이디스포스트 수강생들이 함께 참여, 강연과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김 작가는 한류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겨울연가’를 비롯해 ‘여름향기’, ‘낭랑 18세’, ‘눈의 여왕’, ‘아가씨를 부탁해’, ‘총리와 나’ 등 다수의 작품을 집필했다. 섬세하고 깊은 멜로부터 경쾌한 코믹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필력으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1년에 한 번 여는 드라마 극본 공모전에는 매년 2만∼2만5000여 편의 작품이 출품되지만, 3사를 통틀어 1년에 10편 내외의 대본만이 당선의 영광을 얻을 수 있다.

작가의 펜에서 나오는 드라마의 힘. 드라마 작가의 집필 과정, 작가가 되는 다양한 길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소개한다. 다음은 김은희 작가와의 일문일답.

김은희 작가가 강연에 참여한 학생들과 시민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2002년 '겨울연가'를 통해 드라마 작가로 데뷔했다. 어떻게 드라마 작가의 길을 걷게 됐나.

사실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좋은 영화가 많았는데, 대학시절 다양한 영화를 보고, 책도 많이 읽었다. 그러다 영화 쪽에 관심을 갖게 됐다. 연출보다는 시나리오에 더 끌렸다. 대학 졸업 후 한예종 영상원에 들어갔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시나리오과는 딱 5명만 뽑았다. 그때 만난 친구가 공동집필로 함께 하고 있는 윤은경 작가다. 졸업반 때 써놨던 시나리오를 KBS 방송 극본에 응모했는데 최종심까지 올라갔다. 당선은 안됐지만, 당시 대본을 보고 한 감독이 연락을 해왔다. 겨울연가 윤석호 감독이었다. 

- 지상파 방송 3사 극본 공모 경쟁이 정말 치열하다. 그만큼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얘긴데, 어떻게 길을 찾을 수 있나.

보통 대부분의 드라마 작가는 작가교육원, 학원, 교육기관 등을 통해 배운다. 작가 선생님들이 빨간펜 선생님이 돼서 지망생들을 가르치는 방식이다. 거기서 보조작가로 발탁돼 드라마의 길로 들어서는 경우도 있다. 극본 공모 당선 이외에도 제작사나 콘텐츠진흥원 공모 등을 통해 작가의 꿈을 펼칠 수 있다. 드라마 시장이 과거와 비교해 완전히 바뀌었다. 문화 산업의 큰 축이 되고, 엄청난 자본이 유입되면서 대본을 쓰는 작가들도 다양한 경로로 진출하고 있다.

-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와 대중들이 원하는 이야기 경계에서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적 글쓰기의 지향점은 뭐라고 보나.

대중의 코드와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잘 맞으면 금상첨화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드라마 대본이라는 것은 소설과는 다르다. 방송되지 않으면 낙서와 다름없다. 방송을 전제로 쓰여지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 만족으로 접근하면 말 그대로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일 수 있다. 드라마는 곧 상업적 글쓰기다. 나만의 독특한 주제, 가치가 있다면 대중과의 소통 접점을 찾는 것이 먼저다. 나만의 이야기를 어떤 그릇으로 담아낼 것인가, 즉 ‘아이템’을 가진 사람이 곧 이야기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드라마 작가는 타인의 관점에서 트렌드를 읽는 촉이 있어야 한다. 

- 한국 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를 넘어 미국 시장까지 진출했다. 한류 열풍의 물꼬를 튼 드라마 작가로서 전망을 어떻게 보나.

사실 단막드라마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드라마 쓰기 어려운 시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사나 콘텐츠진흥원 공모는 늘어나고 있고, 실제 이를 통해 당선된 작품들이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있다. 2007년을 시작으로 한중일 드라마작가 컨퍼런스가 열리고 있는데,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 만큼의 드라마 퀄리티를 만들지 못한다. 최근에는 드라마 ‘굿닥터’가 미국에 리메이크 되지 않았나. 외국은 드라마 한 편 제작비가 수백억에 이른다. 시장이 커진 만큼 휴먼, 가족 등 보편적인 내용이 주목을 받을 수 있다.

- 최근 실제 드라마 작가가 주인공인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작가들의 세계가 시청자들에게 보여지고 있다. 드라마 제작에 있어 작가의 위치는 어느정도인가.

영화의 경우 시나리오 작가는 감독의 뮤즈이기도 하다. 전적으로 시나리오를 신뢰하면서 연출의 권한은 정확히 분리돼있다. 드라마는 시놉시스와 대본이 나온 뒤 감독이 붙는다. 대본이 나와야 촬영 일정이 정해진다. 과거 철저히 작가에게 의존하는 드라마 세계를 처음 접하고 약간의 충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또 달라졌다. 쉐도우 작가가 붙기도 하고, 배우의 힘이 커져 작품 편성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2000년대 후반을 지나면서 바뀐 풍경이지만, 결국 드라마는 쓰는 사람이 주인이란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물론 대접은 예전같지 않지만.

- 드라마 작가들은 어떻게 영감을 받고 이야기를 만드나. 매 번 다른 주제, 새로운 등장인물과 에피소드를 생각해내야하는데.

드라마 '겨울연가'는 영화 시나리오에서 각색된 경우다. ‘아가씨를 부탁해’는 로맨틱 코미디를 해보고 싶던 차 제작사와의 만남에서 나온 한 줄짜리 워딩, '말괄량이 부잣집 아가씨와 그녀를 길들여 사람 만드는 집사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작가들마다 구성 방식이 다르다. 엔딩 포인트, 갈등의 텀 등을 설계하지 않고 말 그대로 접신하듯이 앉아서 써내는 작가가 있는 반면, 걱정 많은 나같은 경우는 설계도와 구조를 짜고 시작한다.

- 겨울연가2 집필 중이라고 알고 있다. 최근 타임슬립, 미스터리, 수사물 등 드라마 트렌드가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듯 싶다.

드라마도 트렌드를 따른다. 특히 타임슬립이나 수사물은 어떤 규칙이 있다. 이 규칙을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드라마가 될 수 있다. 한참 그런 드라마를 보다 보면 시청자들은 또 편안한 드라마, 펑펑 울 수 있는 휴먼 드라마를 찾기도 한다. 그러면 또 드라마 트렌드가 바뀐다. 지금은 복합장르의 시대다. 하나의 장르 틀에서 드라마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시 순정멜로 작품을 준비 중인데, 정신없는 세상에서 시청자들도 그런 드라마를 기다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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