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는 아이의 권리' 미르초에 놀이이모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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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는 아이의 권리' 미르초에 놀이이모가 떴다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7.09.2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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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스트-세종교육청 공동캠페인] <5> 와글놀이터 놀이이모
세종시 미르초등학교 아이들이 방과 후 운동장에 모여 놀이이모들과 피구를 하고 있다.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놀아본 아이가 노는 법도 안다. 아이들을 제대로 놀리기 위해 직접 놀이터를 만든 학부모들이 있다. 세종시 미르초 놀이이모들이다.

세종시교육청 놀이자원봉사자연수를 마친 학부모를 주축으로 13명의 놀이이모가 구성됐다. 학부모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서로 돌아가며 놀이터에 나온다.

추석을 앞둔 지난 26일 미르초 놀이터를 찾았다. 아이들은 망차기, 달팽이, 비석치기, 닭살이 등 자연스럽게 전통놀이장으로 모였고, 운동장 한 가운데서는 피구시합이 시작됐다.

자발적 학부모 봉사, 노는 법 모르는 아이들

학부모 이수현씨(왼쪽)와 유선희씨(오른쪽)는 세종시교육청 놀이자원봉사자 연수를 시작으로 미르초 놀이이모로 활동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다.

학부모 이수현(40) 씨와 유선희(39) 씨는 지난해 시교육청 놀이자원봉사 연수를 수료했고, 이후 미르초 학부모들과 자발적 놀이봉사 모임 와글놀이터를 만들었다. 같은 2학년 자녀를 키우고 있는 두 사람은 이곳에서 ‘놀이이모’로 불린다.

이들은 “최근 몇 년간 학습만을 중요시해 온 사회에서 부작용이 많이 나타났고, 놀이의 중요성이 다시금 커지고 있다”며 “놀이이모들은 그저 놀이의 방향과 환경만 만들어준다. 처음엔 어떻게 노는지 몰랐던 아이들이 놀이를 변형하고, 서로 어울리면서 자기들만의 놀이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추석을 맞아 전통놀이를 시작했다. 비석치기, 고무줄놀이를 비롯해 고백신, 망차기 등 낯선 전통놀이도 이곳에선 특별하지 않다. 아이들은 돌멩이 하나, 운동장에 그은 선 하나로도 여러 가지 놀이를 만들어낸다.

이수현 씨는 “맨 몸에 돌 하나, 끈 하나로도 아이들은 수 십 가지 놀이를 만들어낸다”며 “친한 친구가 아니라 학년 상관없이 함께 어울리면서 때론 경쟁도 하고, 갈등도 겪으며 성장한다. 놀이이모는 놀이 계승자이자 아이들의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요즘 아이들이 맘껏 놀지 못하는 환경에서 크고 있다는 것. 노는 법을 잘 모르는 아이들도 있고, 부모에 의해 짜여진 스케줄로 자유롭지 못한 아이들도 많다. 방과 후 학원가기 전, 학원과 학원 사이 남는 시간이 아이들에게는 유일한 놀이시간이다.

이들은 “놀면서도 ‘10분 남았어요, 20분 남았어요’ 말하곤 한다”며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노는 아이들을 보면 가장 안타깝다. 심장이 터질 듯 놀면서 근력도 생기고, 마음도 터질 수 있는데 놀이도 스케줄 따라서, 허락을 받아야만 하는 사회가 안타깝다”고도 했다.

쉬지 않고 노는 학교, 등교가 즐겁다?

미르초 한 아이가 우리나라 전통놀이인 고백신 놀이를 하고 있다. 큰 원 안에 작은 원을 그리고 고구려, 백제, 신라의 유물을 상징하는 나무토막을 가져오면 이기는 놀이다.

2015년 혁신학교로 지정된 미르초는 학부모 놀이이모들 덕분에 아이들이 언제든지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올해 학부모들의 운동장 개방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인 것.

이주선 교감은 “노는 것도 쉬면 안 된다는 자원봉사 학부모님들의 생각 덕분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이들이 쉬지 않고 논다”며 “협동놀이로 사회성을 키울 수 있고, 놀이를 익혀 새롭게 재창조하면서 노는 법을 알게 됐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했다.

봄철 미세먼지로 인해 바깥놀이를 할 수 없는 아이들은 1층 로비에 마련된 공간에서 중간 놀이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은 오전 10시 20분부터 10시 50분까지, '해피타임'이라고 불리는 이 시간을 가장 기다린다.

미르초 강명선 교사는 2학년 딸을 둔 학부모이기도 하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학원을 보낼 수밖에 없는데 방과 후 틈틈이 놀아주는 놀이이모들 덕분에 한 시름 놨다.

강 교사는 “방과 후 남은 시간에 학교 밖을 배회하거나 집에 혼자 있지 않을 수 있어 학부모 입장에서는 안전하다는 것도 장점”이라며 “아이들은 조금만 가이드해주면 더 재밌고 다양하게 논다. 우리가 어렸을 적 했던 놀이들을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모습을 보면 새롭다”고 했다.

미르초 2학년 가람반 정지원 학생의 동시. 소재는 '고무줄 놀이'다.

그의 2학년 딸아이는 최근 수업 시간에 놀이이모들과 했던 고무줄 놀이를 주제로 동시를 지었다. 아이에게 놀이터에서의 시간이 그만큼 강렬했다는 의미다.

이주선 교감은 “올해로 끝나지 않고 내년, 내후년까지 지속적으로 놀이터가 운영됐으면 한다”며 “미르초에서 끝나지 않고 지역사회 놀이문화로 확산돼 더 많은 아이들이 놀이의 즐거움을 알고, 학부모 인식도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학부모이자 놀이이모인 유서운(36)씨도 “소극적인 아이가 삐죽삐죽 들어와 놀더니 어느 순간 오지 않았다”며 “살펴보니 놀이터에서 사귄 친구들과 복도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 왕따나 학교폭력 등 학교 생활적인 부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했다.

세종시교육청은 올해 놀이자원봉사자 연수과정을 운영, 놀이이모를 양성했다. 연수 후 지역아동센터와 학교놀이터에서 10시간이상 자원봉사활동을 완료한 놀이자원 봉사자는 학교놀이터 선도학교로 지정된 학교에서 놀이자원봉사자로 활동할 수 있다.

놀이가 사라졌고 과거의 골목문화도 희미해졌다. 다행이 놀이는 곧 아이들의 ‘삶이자 권리’라는 생각을 가진 세종시 학부모들은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발적 학부모 봉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미르와글놀이터' 놀이이모들. 모두 미르초 학부모들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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