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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받는 엄마, 인정받는 건축사 ‘꿈은 이루어진다’[인터뷰] ㈜청이엔지건축사사무소 정선주 대표
㈜청이엔지건축사사무소 정선주 대표.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육아와 IMF 그리고 5년의 경력단절. 각고의 노력 끝에 어릴 적 건축사의 꿈을 이룬 여성이 있다. ㈜청이엔지건축사사무소 정선주(48) 대표다.

정 대표는 지난 2011년 세종에 건축사사무소를 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내 상가, 공장 등의 설계‧감리를 맡아왔던 그는 최근 세종시 입성 6년 만에 베트남 판티엣시 응웬통 도시개발사업을 따냈다. 해외 진출의 첫 걸음을 뗀 것.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꿈은 이루어진다”는 게 정 대표의 삶의 모토다. 연고도 없는 대전과 세종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그를 지난 25일 나성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육아와 공백기, 학창시절 일기장 속 ‘나의 자화상’

정 대표는 경희대 건축학과를 졸업해 설계사무실에 입사했다. 첫 아이를 출산하고는 육아와 일을 병행했다. 저녁 7시에 아이를 데리고 오면 옆집에 맡긴 후 다시 회사로 돌아와 밤늦게까지 일하는 일상이었다. 이후 둘째 아이를 낳고 나서는 IMF가 터졌다.

그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5년 정도 공백기를 견디면서 건축사 시험을 준비했다”며 “결혼 후 남편을 따라 대전으로 이주했고, 건축사 자격증을 따고 세종으로 오게 된 것 모두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망이었다”고 했다.

건축사 합격률은 10%대에 불과하다. 육아를 병행하면서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당시 대전에는 마땅한 건축사 학원이 없어 매일 새벽 5시에 집을 나서 서울을 오갔다. 현실을 견디게 해준 건 학창시절 일기장에 그려진 ‘자화상’이었다.

정 대표는 “고등학교 일기장에 건축가를 꿈꾸는 나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 있다”며 “힘들때마다 ‘내 꿈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아이들과 문화센터를 다니고, 취미활동을 즐기면서도 채워지지 않던 무언가는 꿈에 대한 미련이었다”고 회고했다.

건축사 시험 합격 후 그는 대전에 건축사 학원을 차렸다. 직접 경험한 시험 노하우가 입소문이 났고, 14명이었던 수강생은 2년 후 140명으로 불어났다. 10년 간 학원을 거쳐간 수강생은 2000명이 넘는다. 그때의 인연은 현재의 인적 네트워크가 됐다.

그는 “5년의 공백기를 깨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수험생의 입장에서 학원을 운영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강의실을 24시간 개방해놓고 밤 12시까지 함께 자리를 지켰다. 수강생들의 도우미 역할을 자처하면서 맺었던 인연은 건축사사무소를 운영 중인 현재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베트남 판티엣시 진출, 건설사업관리(CM) 총괄 참여

지난 22일 열린 베트남 판티엣시 응웬통 개발사업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식. 청이엔지건축사사무소 정선주 대표(오른쪽 네 번째), DCI홀딩스 박철홍 회장(오른쪽 다섯 번째), 베트남 빈투언성 당서기장(왼쪽 여섯 번째), 빈투언성 청년공산당 단장(왼쪽 다섯 번째), 베트남 빈투언성 투자국 국장(왼쪽 네 번째) 등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청이엔지건축사사무소)

세종시 입성 6년차, 올해는 베트남 해외진출에도 성공했다. 수주 사업은 한국과 베트남, 중국이 합자해 추진하는 도시개발사업으로 국민주택형 아파트 3276세대, 주상복합아파트(30층) 1220세대, 타운하우스 480세대 등 주거공간과 학교, 사무실, 쇼핑몰을 함께 건립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응웬통은 베트남 호치민에서는 차로 3시간 걸리는 휴양도시다. 베트남 대표 관광명소인 무이네에서는 10분 거리. 오는 2018년부터 고속도로 건설이 예정돼있고, 2020년 국제공항 완공을 앞두고 있어 베트남 남중부권의 관광 중심지로 각광받고 있다.

정 대표는 “응웬성 도시개발 프로젝트에서 건설사업관리(CM) 업무를 맡게 됐다”며 “이번 해외 진출 계기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청이엔지의 이미지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건설사업관리란 건설공사의 기획·타당성조사·분석·설계·조달·계약·시공관리·감리·평가·사후관리 등 관리업무의 전반을 포함한다. 흔히 이를 CM이라 부르는데, 세종시건축사지회 회원 중 건설사업면허를 부여받고 이 사업을 하는 곳은 청이엔지가 유일하다. 기술자 인력풀이 충분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정 대표는 “지금은 굵직굵직한 건축 사업의 설계, 감리를 맡고 있지만, 새로 시작했을 때는 조치원과 대평리 부동산을 직접 찾아다니며 하나씩 일을 맡았다”며 “세종과 대전, 충청권에 국한됐던 활동영역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기업 지원 활동 “경단녀 자신감 높여야”

각종 봉사활동과 위원회 참여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해 온 정선주 대표 사무실에 위촉장과 표창장이 놓여 있다.

현재 정 대표는 대전‧세종‧충남여성벤처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여성 기업인 육성‧발굴은 물론 예비창업자에게 입지 조건을 분석해주는 등 실질적인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창업을 준비하는 여성, 다시 사회 진출을 꿈꾸는 경력단절여성들에게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남성이 대부분인 건축업계에서도 여성이 가진 섬세함이나 융화성이 실제 현장에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충분히 여성도 성공할 수 있는 직종”이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시절 고아원과 양로원 봉사 활동 다니며 느낀 ‘살기 좋은 집’을 선물해주고 싶다는 생각은 그에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 건축사가 된 뒤에는 대전 어린이재단 ‘꿈꾸는 공부방’ 사업에 참여했고, 꾸준히 집수리봉사를 해왔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며 살고 싶다는 것이 그의 또다른 계획이다.

정선주 대표는 “언젠가 둘째 딸의 일기장에 적힌 한 문장을 봤다”며 “‘나도 엄마처럼 멋진 커리어우먼이 되고 싶다’는 말, 이 한 문장을 원동력 삼아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하고, 또 만인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여성 건축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지혜 기자  wisdo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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