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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하숙집의 변신, 버려진 주택 살린 홍대 청년들[인터뷰] 조치원 카페 ‘로비’ 창업자 홍석영·조상민·송미·정하리 씨
홍익대 졸업생과 재학생이 최근 버려진 주택을 리모델링해 카페 '로비'를 창업했다. (왼쪽부터) 정하리, 송미, 조상민, 홍석영씨.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버려지고 오래된 것들의 소생(蘇生). ‘낡음’ 그대로를 살려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조치원의 한 카페가 있다. 홍익대와 고려대 세종캠퍼스 사이에 위치한 ‘로비’다.

홍익대 세종캠퍼스 제품디자인과 졸업생 홍석영(29), 조상민(29), 송미(27)씨와 경영학을 전공한 정하리(27)씨가 카페 로비의 주인이다.

꼬박 1년이 걸린 공사. 간판도 없는 이곳은 이들이 설계한 큰 그림의 시작에 불과하다. 옛 하숙집이었던 2층 주택, 그 계단을 올라 홍석영 씨를 만났다.

7개월간의 리모델링 대장정, ‘로비’의 의미

리모델링 전 카페 로비 모습. 과거 하숙집으로 사용됐지만, 지난 10년간 버려진 공간으로 남아있었다. (사진=카페 로비)

원래 이곳은 1980년대 초에 지어진 오래된 2층 주택이었다. 다소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좁은 복도 양 쪽으로 작은 방들이 늘어서있다. 신축 건물에서는 볼 수 없는 낯선 풍경이다.

“사실 2층은 하숙집으로 쓰던 곳이에요. 신축 원룸이 들어서고, 학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10년이나 비어있었죠. 폐가나 다름 없었어요. 철거부터 단열, 가벽, 인테리어, 가구까지 모두 셀프로 시공했는데, 보통 평일엔 공사장에서 돈을 벌고, 주말엔 자재를 들고 이곳으로 모였죠. 올해 3월 16일 가오픈을 했으니 장장 7개월이 걸렸어요.”

석영 씨는 군 전역 후 경북 청도의 한옥학교 과정을 수료했다. 당시의 경험은 시공이나 인테리어, 가구 제작 등에 큰 도움이 됐다. 카페 오픈을 위해 누군가는 커피를 배우고, 베이커리를 공부했다. 조만간 기본 음료 외에 베이커리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곳 카페 로비는 말 그대로 호텔 ‘로비’에서 따온 이름이에요. 막 졸업한 사회 초년생이 큰 호텔을 짓는 건 불가능하잖아요. 호텔 로비, 레스토랑, 베이커리, 숙박 등 각 테마별로 이곳 저곳에 하나씩 만들어보자는 게 첫 아이디어였어요. 조치원 로비는 그 큰 그림의 시작인거죠.”

이들의 고향은 서울, 부산, 경기도 등 다양하다. 여러 장소를 물색했지만, 호텔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첫 시작, ‘로비’의 위치는 조치원으로 정해졌다. 모두가 잘 아는 동네, 그들에게 친숙한 곳. 갓 졸업해 아직 학교 네트워크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손님 대부분은 홍대와 고대 학생들이에요. 주로 팀 모임이나 과제를 하기도 하고, 공강 시간을 보내기도 해요. 신선한 살라미 샌드위치는 커피와 함께 인기가 많아요. 카페에서는 학생들의 전시회가 열리기도 하고, 비정기적이지만 마당에서 플리마켓이 열리기도 하고요. 리소그래피(Lithography) 워크샵이 진행되기도 하고, 최근에는 대학 밴드 공연 문의도 들어오고 있어요. 복합적인 문화 공간의 역할을 해보려 합니다.”

세종시 마을기업 지정, 어느새 ‘도시재생’ 역할도

카페 로비 인테리어 시공과 가구 제작을 담당한 홍석영씨. 지난해 2월 홍익대 제품디자인과를 졸업했다.

지난해 세종시 예비마을기업이었던 로비는 올해 정식 마을기업으로 지정됐다. 5000만 원을 지원받아 마당 공사와 인테리어 보수를 진행하고 있고, 신메뉴 출시를 위한 주방 기기도 마련했다.

“최근 청춘 조치원 사업으로 버려진 정수장이나 한림제지 공장을 재생시키는 일이 진행되고 있어요. 오래된 곳을 리모델링해서 살려 쓰는 건 이미 청년 창업의 트렌드가 됐고요. 인테리어에 많은 비용을 쓸 수 없어 노출 콘크리트나 버려진 공간을 활용하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비용을 떠나 이 방식을 택하고 있는 거죠. 그러다보니 자연히 도시 재생의 역할도 하게 된 거예요.”

어두운 골목을 살리고, 동네에 활기를 불어넣는 일. 서울과 부산, 광주, 대전 등 대도시에서는 이미 활성화된지 오래지만, 세종시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대학생 대부분이 졸업 후 세종시를 떠나요. 우리 역시 로비가 없었다면 모두 뿔뿔이 흩어졌을 거예요. 청년들이 이곳에 정착할 이유와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 지원도 지원이지만 ‘여기서 살아도 괜찮겠구나, 재밌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야 머물 수 있겠죠? 인근에 이런 곳이 몇 곳 더 있어서 하나의 루트가 만들어진다면, 충분히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겁니다.”

요리에 재능이 있는 상민 씨는 매주 금요일 ‘심야식당’을 운영해 볼 생각이다. 송미 씨는 새로 시작한 베이커리 메뉴에 열정을 쏟고 있다. 각자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카페 운영이 안정되면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시작하겠다는 구상이다.

골목 상권 조성 기대… “새로운 창업 모델 되길”

세종시 조치원 신안리에 위치한 카페 로비 전경.

최근 로비는 여름 방학을 맞아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대학가 특성 상 학기 중에는 학생들로 꽉 차지만, 방학이 되면 다들 고향으로 내려가기 때문.

다행이 최근에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낮 시간대, 주말에도 일반 손님들의 방문이 늘고 있다. 특히 카페 바로 옆에는 조치원 최대 맛집 신안골분식이 위치해있어 유동인구가 꽤 된다.

“사실 이 곳을 택할 때 유명 맛집이 바로 옆에 위치해있다는 점도 고려했어요. 평소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골목은 아닌데, 두 곳이 함께 상생한다면 골목 전체가 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마을 어르신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행사 기획 등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주택을 카페로 바꾸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용도 변경 과정이었다. 단순히 행정절차뿐만 아니라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하면서 단열, 이중창 등 해당 기준을 만족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기 때문.

“처음 창업을 시작하는 친구들이라면 아마 비슷한 어려움을 겪을 거예요. 무엇보다 현재 세종시는 신도심에서 젊은 친구들이 창업을 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공간 즉, 임대료 문제가 가장 크죠. 이 문제만 해결된다면 큰 변화가 올 수 있어요. 최근 카페에 방문하는 대학생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로비가 하나의 창업 모델이 되길 바랍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 등 거창한 담론들이 뉴스를 채우고 있다. 하지만 '마을 살리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미 시작됐다. 세종시 도시재생, 청년들이 꽃 피울 수 있을까?

카페 로비 2층. 과거 하숙집으로 쓰였던 공간을 그대로 살려 리모델링했다.
카페 로비의 시그니쳐 메뉴 '살라미 샌드위치'.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메뉴다.

한지혜 기자  wisdo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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