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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이란 소명, 그 여정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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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이란 소명, 그 여정의 시작
  • 박한표
  • 승인 2017.09.0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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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표의 그리스·로마 신화읽기] <24-1>페르세우스
박한표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문학박사

영웅(Hero)이라는 단어는 ‘보호하고 봉사한다’는 뜻을 지닌 그리스어 헤로스(Heros)에서 유래했다. 영웅은 타인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희생할 줄 아는 사람이다. 신화 속 영웅들에게서 우리는 다음의 6가지 특성을 찾을 수 있다.

첫째, 영웅은 비정상적인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있다.
둘째, 영웅은 대개 태어나자마자 버려지지만 곧 구조되어 요정이나 동물, 혹은 자식이 없는 사람에 의해 키워진다.
셋째, 영웅은 이른 시기에 자신이 이 세상에서 수행해야할 과업을 알아차린다.
넷째, 영웅은 어린 시절부터 대단한 용기와 지혜를 소유하여 그 능력을 선보인다.
다섯째, 영웅은 성인이 되어 자신이나 가족의 일보다는 대의(大義)를 위해 몸을 바친다. 나 자신을 위해 한 일은 죽으면 사라지지만 세상과 남을 위해 한 일은 영원히 남기 때문이다.
여섯째, 영웅은 독특한 죽음을 맞는다. 웰-다잉(Well-dying)의 모습을 보여준다. 잘 죽는 것이 잘 산 것이라고 말해주는 셈이다.

조지프 캠벨은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신화 속 영웅은 ‘출발, 시련, 귀환’이라는 과정을 겪는다고 말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영웅은 자기가 살던 곳을 떠나, 수많은 시련을 겪은 다음, 임무를 완수하고 다시 살던 곳으로 돌아오는 ‘귀환’ 과정을 겪는다.

‘다나에’ 구스타프 클림트, 캔버스에 유채, 77×83㎝, 1907년, Galerie Würthle(오스트리아 빈)

크리스토퍼 보글러도 <신화, 영웅 그리고 시나리오 쓰기>에서 신화 속 영웅의 여정을 영화 속 주인공의 그것에 적용했다. 진정한 영웅 페르세우스의 스토리를 이 여정에 적용해 살펴보자.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오스는 기분 나쁜 신탁을 받는다. 딸 다나에가 앞으로 낳을 아들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왕은 자신의 딸을 청동 탑에 가두었다.

어느 날이었다. 제우스는 하늘에서 탑에 갇혀 있는 다나에를 보고 한 눈에 반했다. 그러나 청동 탑에는 문이 없었다. 제우스는 금비로 변신해 갇힌 방에 스며들었다. 그리고는 다나에와 사랑을 나누었다. 열 달이 흘러 다나에가 아들을 낳는데, 그가 페르세우스다.

왕은 후환을 없애고자 했다. 자신의 딸과 외손자를 상자에 넣어 바다에 버린 것이다. 상자는 배처럼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다가 세리포스 섬에 다다르게 된다. 그 섬에는 딕티스라는 착한 어부가 있었는데, 그가 그들을 발견하고 새 가족으로 받아들여 주었다. 페르세우스는 평범하게 그곳에서 성장한다.

세리포스의 왕 폴리덱테스는 딕티스의 형이다. 그 왕은 동생과는 달리 천성이 악했다. 그는 다나에의 미모에 반해 흑심을 품었다. 그러나 다나에는 남자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왕은 강제로 그녀를 차지하려 했지만, 늘 그녀의 옆에 따라다니던 건장한 페르세우스가 걸림돌이었다.

‘다나에와 금비’ 레옹 프랑수아 코메르, 캔버스에 유채, 118.5×177.5㎝, 19세기경, 프티팔레미술관(프랑스 아비뇽)

폴리덱테스는 페르세우스를 없앨 계획을 세웠다. 그는 거짓 결혼을 발표하며 신부 아버지에게 줄 지참금 명목으로 모두 형편에 따라 말들을 바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페르세우스는 형편이 어려워 바칠 말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왕이 원하면 메두사의 머리든 무엇이든 갖다 바치겠다고 약속했다. 폴리덱테스가 바라던 바였다. 메두사를 만나 지금까지 살아 돌아온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폴리덱테스는 페르세우스에게 메두사의 머리를 결혼 선물로 바치라고 명령했다. 페르세우스는 큰 실수를 했음을 알아차렸지만 한 번 뱉은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었다. 이렇게 해서 페르세우스는 모험의 소명을 받게 된다.

페르세우스가 만나야 할 메두사는 고르고네스 세 자매중 하나다. 다른 두 자매는 스테노와 에우리알레라 불리었다. 이 두 자매는 불사의 몸이었고, 메두사만 유한한 생명을 갖고 태어났다. 그들이 사는 곳은 걸어서 갈 수 없는 서쪽 세상 끝자락이었다.

얼굴이 너무 흉측해서 그들을 보는 순간 괄약근이 풀려 ‘생 똥’을 싸고, 돌로 변해버렸다. 설령 메두사의 목을 베는데 성공하더라도 안전하게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했다. 황금날개를 달고 있어 상대를 쉽게 따라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페르세우스는 아테나에게 기도로 도움을 청한다. 아테나는 지혜의 여신이기도 하지만 포세이돈과 자신의 신전에서 사랑을 나눈 메두사를 흉측하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아테나는 고르고네스와 싸우는 방법을 일러줬다.

여신은 페르세우스를 직접 데려가서 메두사의 얼굴을 익히게 했다. 또한 메두사의 얼굴을 절대로 보지 말고 거울에 비친 모습만 보라고 일러주며 거울처럼 번쩍번쩍 빛나는 방패 하나를 주었다. 그리고는 페르세우스에게 그라이아이 노파를 찾아가라고 충고했다. 그들이 메두사를 죽이는 데 필요한 무기를 갖고 있는 요정이 사는 곳을 알고 있어서다.

목표가 결정되고, 그것을 이루려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면 누군가 도와준다. 영웅 스토리텔링의 문법이다. 실제 우리들의 삶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메두사 호의 뗏목’ 테오도르 제리코, 캔버스에 유채, 491×716㎝, 1819년, 루브르박물관(프랑스 파리)

그라이아이 노파들은 회색 머리를 갖고 태어났으며 눈 하나와 이빨 하나를 번갈아 가면서 사용했다. 그들은 고르고네스들과는 자매 사이였다.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은 아틀라스가 지구를 어깨에 받들고 서 있는 곳으로 리비아의 어느 산이었다.

그들이 페르세우스에게 자진해서 정보를 줄 턱이 없었다. 그래서 페르세우스는 고민하다 한 가지 방법을 찾았다. 그들이 눈과 이빨을 갈아 끼울 때 얼른 그것을 낚아챈 다음 요정들이 사는 곳을 알려주지 않으면 돌려주지 않겠다고 위협하는 것이었다. 노파들은 어쩔 수 없이 장소를 말해줬다.

페르세우스가 찾아오자, 요정들은 그에게 필요한 무기들을 두 말 없이 빌려줬다. 그 무기들은 커다란 자루 키비시스, 신고 날 수 있는 한 쌍의 날개 달린 신발, 쓰면 몸을 보이지 않게 하는 마법 투구였다. 헤르메스는 메두사의 머리를 자를 낫을 주었다. 이렇게 무장을 하고, 페르세우스는 고르고네스가 사는 곳으로 날개달린 신발을 신고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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