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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은고개 비극, 희생자 위로할 위령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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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은고개 비극, 희생자 위로할 위령비 세웠다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7.09.07 16: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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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국제고 학생들, 모금 통해 작은 위령비 건립… 7일 유가족 참석 제막식
세종국제고 학생과 교직원이 모금해 세운 국민보도연맹학살 피해자 위령비.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국민보도연맹 사건으로 민간인 100여 명이 학살돼 묻힌 세종시 은고개에 늦게나마 위령비가 세워졌다.

7일 열린 위령비 제막식에는 이승복 세종시부교육감을 비롯해 세종국제고등학교 학생과 소은주 교장, 서명원 교사, 세종시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했다.

1949년 6월 5일 창설된 보도연맹은 좌익활동 전력이 있는 국민들을 전향시키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정부가 주도한 연맹이었던 만큼 대대적으로 가입을 독려, 6.25 전쟁 무렵 연맹원은 전국적으로 33만 명에 달했다. 전국적인 보도연맹원 학살 사건이 일어난 건 한국전쟁이 터지고 난 뒤다.

진실화해위원회에 따르면, 옛 충남 연기군에서는 200여 명에 가까운 주민들이 학살당했다. 이들이 묻힌 곳은 은고개와 비성골(현재의 장군면)이라는 기록이 남아있다.

서명원 교사는 "학생들은 ‘세계문제’ 과목을 통해 제노사이드(Genocide) 개념에 대해 배웠고, 우리나라에서도 폴란드 아우슈비츠 학살과 같은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지난 7월 11일 위령식을 열고, 같은 달 17일과 18일 이틀에 걸쳐 학생과 교직원 성금 30만 원을 모아 위령비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생명과 인권, 황금과 햇빛처럼 귀한 세상 희망”

세종국제고 학생회장 김동욱 학생이 위령비 제막 취지와 모금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눈을 감고 그들은 이제 기억하려 합니다/ 그 아린 여름날에 박제된 나와 내 이웃들을 이제 기억하려 합니다/ (중략)그리하여 오늘날 내가 머무는 산등성이에서 다시금 눈을 뜨려 합니다.’

이날 제막식에서 국제고 2학년 이대헌·성채원 학생이 직접 지은 추모 헌시를 낭독했다. 위령비에는 학생들이 직접 지은 제문이 새겨졌다. 위령비에는 생명과 인권이 황금같이 귀하고 햇빛처럼 빛나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는 마음이 담겼다.

학생회장 김동욱(2학년) 학생은 “단시간에 추모비를 세울 수 있게 돼 놀랍고도 감사한 마음”이라며 “이런 비극의 역사를 단순히 과거의 일로 치부한다면 참혹한 역사는 반복될 것이 분명하다. 세종시 모든 학생들, 나아가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기억해 다시는 이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날 제막식에 참석한 이승복 부교육감도 “최근 방송을 통해 국민보도연맹 사건이 다시금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며 “국가가 나서 규명하고, 위령 시설 건립에 앞장서야 함이 마땅한데 오히려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실천했다는 점에서 더 큰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보도연맹학살 사건 피해자 유가족인 현주민 씨가 위령비 건립 소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제막식에는 당시 보도연맹 학살 사건으로 할아버지를 잃은 유가족도 참석했다.

현주민(53) 씨는 “할머니와 아버지를 통해 할아버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늦게나마 보도연맹 사건의 희생자임을 알게 됐다”며 “동네에 같은 날 제사를 모시는 분이 3분이나 계신다. 잊지 않고 이곳에서 제사를 지내고 위령비까지 세워주심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편 세종국제고 학생들은 위령비 건립 후에도 희생자 추모제에 참석하는 등 지속적인 추모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세종국제고 (왼쪽부터)이대헌, 성채원 학생이 추모시를 낭독하고 있다.
위령비 제막식 참석자들이 경건한 자세로 기념촬영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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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바위 2017-09-07 18:15:52
대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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